2017.5.11. 목요일  

          성 오도와 성 마욜로와 성 오딜로와 성 후고와  복자 베드로 베네라빌리스, 클뤼니 수도원의 아빠스들 기념일

사도13,13-25 요한13,16-20



                                                                     참 아름다운 사람들

                                                               -사랑의 섬김, 사랑의 환대-



환대가 섬김입니다. 환대의 사람, 섬김의 사람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끊임없이 우리를 환대하시고 섬기시는 주님이십니다. 아주 예전에 써놓은 ‘환대’란 시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환대는 꽃처럼 하는 것이다/한 번이라도 찌프린 적 있더냐

 하루 이틀 몇 날이든/언제나/활짝 핀 얼굴로

 오가는 이들/맞이하고 떠나보내는/주차장 옆/코스모스 꽃무리들

 피곤한 모습 전혀 없다/볼 때마다/환해지는 마음이다

 환대는 꽃처럼 하는 것이다-2000.9.27


지금 쓴다면 코스모스 대신 이팝나무 하얀꽃들로 하겠습니다. 문제도 사람이고 답도 사람입니다. 사람이 좋아야 합니다. 사람이 좋아야 말도 글도 행동도 좋습니다. 모든 것 다 갖춰도 좋은 사람이 없으면 공허합니다. 사람보다 더 귀한 보물은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참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복음의 예수님과 사도행전의 바오로, 그리고 오늘 기념하는 10-11세기 약 200년동안 클뤼니 수도원을 이끌었던 위대한 성인 아빠스들을 만납니다. 모두가 예수님을 따르고 섬겼던 참사람 성인들입니다.


참 아름다운 사람의 모범이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의 사랑의 섬김, 사랑의 환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오늘 복음입니다. 바로 오늘 요한복음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드리는 장면중의 내용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심으로 겸손한 사랑의 실천을 통해 섬김의 모범을 보여주신 후 제자들은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고, 파견된 이는 파견한 이보다 높지 않다. 이것을 알고 그대로 실천하면 행복하다.”(요한13,16-17).


예수님의 말씀은 시공을 초월하여 예나 이제나 영원히 살아있는 진리입니다. 우리 누구도 발을 씻어 주신 예수님 위에 있지 않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는 겸손한 사랑의 모습을 보고 배워 실천하는 이들이 행복하다는 말씀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이웃을 겸손히 섬기는 사랑의 실천에 있음을 보여 줍니다. 예수님께서 친히 발을 씻어주신 존엄한 품위의 인간입니다. 


오늘 복음에 이어 예수님은 유다의 배신을 예고하십니다. 옥에 티라 할 정도의 불가사의의 인물 유다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유다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하느님 섭리의 맥락에 위치시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십니다(요한13,18-19). 이어  사랑의 환대를 강조하십니다. 형제 하나하나가 얼마나 존엄한 품위의 사람인지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 무릎을 꿇고 친히 섬기는 사랑으로 발을 씻어 드린 형제들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가 보내는 이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 들이는 것이고, 나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맞아 들이는 것이다.”(요한13,20).


예수님께서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실 때 사용하는,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라는 표현이 거푸 두 번 나옵니다. 예수님은 이처럼 사랑의 섬김과 사랑의 환대를 강조하십니다. 강들이 흘러 바다에 이르듯 형제들 하나하나가 예수님에 이어 하느님 뿌리에 닿아있음을 보여줍니다. 


바로 파견된 형제를 환대함이 그를 파견한 예수님을 환대하는 것이자 예수님을 파견하신 하느님을 환대하는 것이란 말씀입니다. 사람-예수님-하느님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봅니다. 믿는 이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과 하느님과 하나로 연대되어 있는 더불어의 존엄한 품위의 사람이란 이야기입니다. 하나하나의 배경에 예수님이 계시고 하느님이 계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랑도 보고 배웁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은 예수님의 사랑의 섬김, 사랑의 환대를 보고 배워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에게 직무가 있다면 섬김의 직무 하나만 있고, 영성이 있다면 섬김의 영성 하나만 있을 뿐입니다. 잘 들여다보면 섬김과 환대가 하나임을 봅니다. 사랑의 환대가 바로 사랑의 섬김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바오로가 그 모범입니다. 말씀으로 사랑의 환대를 통해 사랑의 섬김을 보여줍니다.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에 도착한 바로오는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자, 회당장들은 한 말씀을 부탁했고 바오로는 환대하는 정신으로 마음 활짝 열어 섬김의 사랑을 실천합니다. 


섬김의 양상도 다 다릅니다. 복음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예수님과는 달리 바오로는 말씀을 통해 형제들을 섬깁니다. 모두가 ‘사랑의 표현’이라는 점에서는 일치합니다. 구약과 신약의 전환기에 있는 마지막 예언자 세례자 요한의 입을 빌어 이스라엘 역사의 귀결점은 바로 예수님이심을 선언하십니다.


“너희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그분이 아니다. 그분께서는 내 뒤에 오시는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사도13,25).


세례자 요한의 고백은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 모두의 겸손한 고백입니다. 당신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은 우리들의 발을 씻어 주심으로 몸소 섬김의 모범을 보여주신 예수님의 사랑입니다.


어제 2017.5.10.일은 대한민국의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 될 것입니다. 문재인 티모데오 형제가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축제와 같은 하루였습니다. 원고를 하나도 보지 않고 직접 국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의 취임사 전부가 구구절절 진정성 가득 담긴 감동이었습니다. 정말 취임사 전문이 복음적 가치로 빛나는 명문이었습니다. 참 아름다운 사람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난  국민을 환대하는, 섬기는 사랑의 표현이었습니다. 취임사 후반부만 나눕니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항상 살피겠습니다.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이 되어 가장 강력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과 가까운 곳에 있겠습니다. 따뜻한 대통령, 친구같은 대통령으러 남겠습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017년 5월10일 오늘, 대한민국이 다시 시작합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됩니다. 이 길에 함께 해 주십시오. 저의 신념을 바쳐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손색이 없는 선언입니다. 사랑의 환대와 섬김의 영성이 전문에 녹아있습니다. 하느님의 축복이 대한민국에 가득 부어지는 느낌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 말씀과 성체의 사랑으로 우리 모두를 환대하시고 섬기시며, 섬김의 사람, 환대의 사람으로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다음 화답송 시편 대목 중 ‘다윗’대신 문재인 티모테오 대통령은 물론 우리 믿는 모든 형제자매들을 넣어도 무방하겠습니다.  


“나는 나의 종 다윗을 찾아내어, 거룩한 기름을 그에게 부었노라. 내 손이 그를 붙잡아 주고, 내 팔도 그를 굳세게 하리라.”(시편89,21-2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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