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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5.연중 제22주간 화요일                                                             1테살5,1-6.9-11 루카4,31-37

 

 

참 권위의 사람이 됩시다

-예닮의 여정-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하랴."(시편27,1)

 

세상이 좋아지기는커녕 왜 이리 나빠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젊은이들이 보고, 듣고 배울 참 권위가, 참 권위를 지닌 어른이, 스승이, 정치지도자가 참으로 그리운 시절입니다. 이런 참 권위의 참 사람들 찾아 보기도, 만나보기도 참 힘든 세상입니다. 지옥은 텅 비었고 악마들이 활개치는 세상이라고 말들하는데 공감합니다. 참 총체적 난국, 비상 시국입니다. 

 

국내외, 특히 국내 상황은 온전한 곳이 없습니다. 이러다가 대한민국호가 침몰하지는 않을지 위기의식도 듭니다. 참으로 심기일전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인데 도대체 출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나라 걱정에 밤 12시 일어나 대략 이런저런 뉴스를 확인하고 쓰는 강론입니다. 아침 산책시 동요부르기를 멈추고 침묵기도에 돌입한지 이미 오래입니다. 어제 큰 뉴스는 국회대로에서 열린, 5만명이 모인 서이초 사망 교사의 49재 추모집회였습니다. 

 

“선생님, 오늘은 무사하십니까?”

20년차 초등교사 A씨가 ‘안녕’ 대신 ‘무사’를 물으며 인사를 건네자 검은 옷의 교사들은 울부짖듯 소리를 높여 답합니다.

“아니오.”

 

아, 제가 초등학교 교사로 8년 동안 근무하던 때는 박정희 대통령 때의 엄혹하던 시절이었지만 이렇지는 않았습니다. 자살 교사는 하나도 없었고 대부분 순수한 열정에 불타던 교사들이었고, 이렇게 갑질의 천박한 학부모도 없었고, 아이들의 빈부의 차이도 거의 없어 평화로웠고, 동요도 끊이지 않았으며, 사교육으로 학원에 가는 아이들도 전무했으며, 학교 운동장에는 방과후 뛰노는 아이들로 가득한 참 역동적 살아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스승의 날에는 ‘스승의 은혜’ 노래도 울려 퍼졌으며 이때의 6학년때 제자들은 나이 60에 가까워지지만 해마다 스승의 날 전후에는 수도원을 방문하여 스승의 은혜 노래를 불러주곤 합니다. 하두 세상이 어수선하고 추락한 교육 현실이 너무 참담하여 46년전 누렇게 바랜 옛 일기장을 펼쳐 봤습니다. 그날 일기중 일부만 나눕니다.

 

“1977.3.9. 수요일

내 마음은 기쁨에 떨렸다. 6학년6반, 흥분된 가슴을 억제하고 교실에 가다.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 했으나 아이들의 소란으로, 또 새아이들을 만난다는 기쁨에 곧 웃음으로 변하다. 새로 배정받은 반에서 애써 부드러운 표정, 말씨 보이려 노력하다. 얼마나 사랑스런 아이들인가. 꾸짖지 않고, 때리지 않고, 벌하지 않고, 좋은 점만 찾아 칭찬하고 꾸준히 어려운자, 열등아, 사랑에 굶주린 아이를 찾아 사랑하고 격려해주자. 일생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기억을 만들어 주자. 퇴근하여 이름 모두 외우고 교재연구하고 원지 긁고 나니 밤 1시가 넘었다. 내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아이들한테 할 이야기를 정리하자.

 

1977.3.10. 목요일

일찍 출근하여 아이들 파악하기에 분주했다. 90여명에 달하는 출석번호 이름을 다 외웠다. 1,2교시 내내 내 교육관 이야기하고, 3교시 하고 싶은 말 다 써서 내게 하고, 4,5,6교시 열심히 수업하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와 기대를 대하면 두려운 생각도 든다. 참 바쁜 일과였다. 그러나 희망과 기쁨에 가슴이 뛴다. 정말 정도대로, 교육의 본질대로 열과 성으로서 힘을 다할 뿐이다. 여타 말에 구애될 필요없다.

 

1977.3.12. 토요일

아침 일찍 출근하여 가정학습 확인해주며 칭찬하다. 수업시간도 아연 활기를 띤다...24시간 항상 교육적인 것만 생각해도 무궁무진이다. 개척되지 않은 신천지도 무궁무진이며, 창조력과 개성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가장 보람있는 축복된 분야가 교사직이다. 오직 순수와 진실과 열정과 헌신과 사랑의 토양하에서! 오후 목욕후 또 학교에 가서 일을 하다. 할 일은 많고 그래서 살 의욕은 왕성해지고... 그런데 무사안일, 무능력자들은 통일과 평준화, 획일화를 기하려 하니 좌절될 때의 심정은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가능한 최선의 방향을 모색할 것이다.

 

장황하게 옛 일기장을 보며 인용했습니다. 과거가, 기억이, 역사가 없는 자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바로 이런 과거의 기억이 미래를 열어가는 힘이 됨을 깨닫습니다. 정말 이때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존경과 사랑, 신뢰를 받는 참 권위의 선생님이 되는 것이 제 삶의 전부였습니다. 이때 매일 일기를 썻듯이 지금은 그 습관대로 매일 강론을 씁니다. 총체적,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한 대책이 필수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더러운 마귀의 영이 들린 사람 하나만 치유해주는데 오늘날은 하나가 아니라 도처에 참 많습니다. 정신이, 마음이, 영혼이 아픈 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극한의 이념들의 악령에 사로잡힌 이들이, 분열과 증오, 혐오, 중독, 차별등 공동체를 파괴하는 악령에 사로잡힌 이들이 참 많습니다. 이래서 광야 인생, 제대로 미치면 참권위를 지닌 참사람의 성인이지만 잘못 미치면 괴물이나 폐인이 된다고 참 자주 강조합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입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합니다. 제대로 미쳐야 제대로 미쳐 참 권위를 지닌 성인입니다. 답은 단 하나 예닮의 여정, 예수님을 닮아가는 여정에 항구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첫째, 예수님 사랑입니다.

예수님을 늘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우리 삶의 중심이자 삶의 의미, 삶의 목표이자 삶의 방향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살아 있든지 죽어 있든지 당신과 함께 살게 히려고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 바로 마귀도 주님을 고백하며 도주할 준비를 합니다.

 

“아! 나자렛 사람 예수님,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입니다.”

 

이런 주님을 모실 때 천하무적이요, 영적전쟁에 백전백승의 승리입니다. 이래서 제가 즐겨 바치는 “예닮기도”중 한연입니다. 다음처럼 이렇게 기도할 때 온갖 악령들은 저절로 퇴치될뿐 아니라 가까이 범접하지도 못합니다.

 

“예수님, 당신은 저의 전부입니다.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희망, 저의 기쁨, 저의 평화,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당신과 함께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둘째, 말씀 사랑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었습니다. 말씀은 인간의 본질입니다. 말씀의 권위, 말씀의 승리입니다. 참으로 말씀이신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주님을 닮아 섬김의 삶에 올인합니다. 말씀의 권위는 자연스럽게 섬김의 권위로 전환됩니다. 우선 말씀의 권위에 주목해야 합니다. 참으로 말씀 공부와 말씀 실천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그분의 가르침에 몹시 놀랐으니 그분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이런 권위는 말씀을 사랑하여 실천함으로 주님과의 일치가 깊어지면서 주님으로부터 오는 권위임을 깨닫습니다. 내가 쟁취하는 권위가 아니라 한결같은 말씀사랑과 말씀실천으로 예수님을 닮아갈 때, 주님으로부터 선사되는 선물로서의 권위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권위있는 말씀에 혼비백산 도주하는 마귀들입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마귀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고 그에게서 나가자, 사람들은 이구동성 탄성을 발합니다.

 

“이게 대체 어떤 말씀인가? 저이가 권위와 힘을 가지고 명령하니 더러운 영들도 나가지 않는가?”

 

유비무환이 지혜입니다. 처방보다는 예방이 백배낫습니다. 평상시 항구한 말씀 사랑과 공부로 주님과의 일치를 깊이함으로 영혼을, 정신을, 마음을 튼튼히 하는 것입니다. 영혼 최고의 식(食)이자 약(藥)이 희망과 기쁨, 찬미와 감사, 온유와 겸손, 섬김과 나눔, 돌봄과 살핌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사랑할 때 주님으로부터 선사되는 위 덕목들의 훈련과 습관이 우리를 참 권위의 사람으로 만듭니다.

 

셋째, 늘 깨어 있는 삶에 대한 사랑입니다.

총체적 비상한 시국에는 정말 늘 깨어 있어야, 깨어 살아야 합니다. 깨어 있음의 영성훈련과 습관에도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인생항해 여정중인 내 몸담고 있는 공동체라는 배의 중심에 주님을 모시고 깨어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합니다. 다음 바오로의 말씀이 큰 위로와 힘이 됩니다(200주년 성서).

 

“여러분은 어둠 속에 있지 않기에 그날이 도둑처럼 덮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상 여러분은 모두 빛의 자녀이며 대낮의 자녀입니다. 우리는 밤이나 어둠에 속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머지 사람들처럼 잠자지 말고 깨어 있으며 정신을 차립시다.”

 

‘정신을 차립시다.’ 원문의 본뜻은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 곧 과음도 과식도 하지 않고 정신이 맑은 상태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런 깨어 있는 사랑의 사람들은 바오로의 말씀대로 서로 격려하고 저마다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지성이면 감천이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습니다. 정말 맑게 깨어 살며 매사 최선을 다할 때 주님으로부터 선사되는 분별의 지혜로 분열과 대립을 부추기는 이념의 마귀들의 유혹에 빠지지 않습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을 닮은 참 권위의 사람으로 변모시켜주십니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 바라보고, 그분의 성전 우러러 보는 것이라네."(시편27,13-1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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