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11.연중 제6주일(세계 병자의 날) 

레위13,1-2.44-46 1코린10,31-11,1 마르1,40-45

 

 

치유의 구원

-갈망과 찾음, 만남과 치유, 선포와 영광-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

 

 

오늘은 연중 제6주일이자 제32차 세계 병자의 날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92년부터 해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인 이 발현 첫날을 ‘세계 병자의 날’로 지내도록 하였습니다. 교황님은 시의적절하게도 2월에는 ‘생의 말기에 있는 병자들과 그 가족들이 의료적 측면에서도 인간적 측면에서도 언제나 필요한 보살핌과 동반을 받도록 기도하자“고 기도지향을 알렸습니다. 

 

교황님의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다”(창세2,18참조)란 말씀을 중심으로 한 이번 담화내용도 참 자상하고 우리를 각성케 합니다. 시대의 현자(賢者)요 예언자(豫言者)인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담화문 후반부를 길다 싶지만 그대로 인용합니다. 죄도 많고 병도 많은 세상입니다. 대부분 알게 모르게 죄인이자 병자인 우리에게 교황님의 지혜로운 말씀은 잔잔한 위로와 격려가 됩니다.

 

-“여러분 가운데 일시적이든 만성적이든 질병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친밀감과 온유함에 대한 여러분의 갈망을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이를 숨기지 말고, 여러분이 다른 이들의 짐이 된다는 생각도 전혀 하지 마십시오. 병자들의 상태는 우리 모두에게, 정신없이 바쁜 삶의 속도에서 한걸음 물러나 자기자신을 재발견하라고 촉구합니다.

 

급변하는 이 시기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특히 예수님의 연민 가득한 눈길을 닮도록 부름받고 있습니다. 고통받고 외로운 이들, 소외되고 버림받았을 이들을 돌봅시다.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기도 안에서, 특히 성찬례 안에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시는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고독과 고립의 상처를 치유합시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는 개인주의, 무관심, 버리는 문화에 맞서 싸우고 온유와 연민의 문화를 증진하는데에 힘을 모으게 되는 것입니다.

 

병든 이들, 취약한 이들, 가난한 이들은 교회의 중심에 있습니다. 우리의 인간적 관심과 사목적 염려의 중심에도 그들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절대로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병자의 치유이신 지극히 거룩하신 마리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전구해 주시고, 우리가 친밀감과 형제애의 장인이 되게 도와 주시도록 성모님께 우리 자신을 맡겨 드립시다.

 

로마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2024년 1월10일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겸손하게도 가장 끝자리에 작은 글씨로 “프란치스코”라 씁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연민과 형제애가 교황님을 통해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추호도 두려워하거나 불안해 할 것도, 당황하거나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아주 현실적이 되어 우리의 병고로 인해 불편한 상황을 모두 배움의 계기로 삼아 하루하루 날마다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입니다.

 

“밑바닥에서부터 배워야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다” 오늘 다산의 말씀도, “천명(天命)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禮)를 알지 못하면 바르게 설 수 없고, 말(言)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는 오늘 공자의 말씀도 우리에게는 참 좋은 격려가 됩니다. 천명과 예를 알기위해 성경과 전례로 돌아가고, 사람을 알기 위해 공동체 형제들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러니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보다 더 좋은 평생 배움의 공부시간은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는 우리 모두의 가능성이자 우리의 현실적 모습을 상징합니다. 나병의 고립단절된 절망의 처지가 구약의 제1독서에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병고보다 더 아프고 더 치명적인 것이 아마도 관계 단절로 인한 마음의 상처와 아픔 그리고 혼자라는 고독과 외로움일 것입니다.

 

‘악성 피부병에 걸린 병자는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푼다. 그리도 콧 수염을 가리고 “부정한 사람이요.”, “부정한 사람이요.” 하고 외친다. 병이 남아 있는 한 그는 부정하다. 그는 부정한 사람이므로, 진영 밖에 자리를 잡고 혼자 살아야 한다.’

 

바로 이런 고립단절의 혼자라는 절망적 상황이 지옥입니다. 나병이 상징하는바, 오늘날 이런저런 사연으로 고립단절된 처지에 있는 모든 이들입니다. 나병환자도 엄연한 사람입니다. 아무리 버림받은 가난하고 소외되고 병든 이들도 모두가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존엄한 품위의 사람입니다. 병자든 노인이든 다 존중받고 사랑받고 배려받고 싶은 마음은 본능이며 마음 깊이에서는 치유의 구원의 갈망이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 나병환자가 그 모범입니다. 나병에 좌절한 것이 아니라 나병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갈망의 사람, 나병환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주님을 찾았고 만나 치유를 받습니다. 나병환자의 간청의 기도에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셔셔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시니 그대로 구원의 삼박자 원리-“연민의 마음, 따뜻한 스킨쉽, 권능의 말씀”-가 계시됩니다.

 

도대체 우리 예수님이 아니곤 그 누구가 이 치유의 구원의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런지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똑같은 주님께서 시공을 초월하여 이 거룩한 미사성찬전례중 영적 나병환자인 우리에게 치유의 구원을 선사하십니다. 오늘 이 거룩한 미사중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나병환자의 믿음에 주님은 말씀으로 응답하시자 나병은 가시고 깨끗하게 치유되니 말그대로 치유의 구원입니다. 인기의 중심에 서기를 원치 않으시는 겸손한 주님은 치유받은 나병환자에게 함구할 것을 명하시고,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 노자의 말씀대로 공을 이루면 집착하여 머물지 않고 홀연히 떠나 외딴곳의 아버지 품에 안깁니다. 사람들은 사방에서 그분께 모여들고 새삼 온인류, 온세상의 중심이신 치유의 구원자, 생명과 빛의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을 만나 치유의 구원을 받으니 나병환자의 운명은 완전히 바뀝니다. 예전의 고립단절의 지옥같은 상황에서의 혼자가 아닙니다. 세상의 구원자 예수님을 만나 치유 구원 받고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하니’ 이제부터 복음 선포자가 되어 지상에서 천국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지상에서 천국의 삶은 무엇입니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것입니다. 수도원 정문 입구의 거대한 바위판에 새겨진 “모든 일에 하느님께 영광”(성규57,9)이란 말씀도 생각납니다. 치유받은 나병환자에 남은 삶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것이요, 복음 선포도 그 일환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에게 치유의 구원을 베풀주시고, 바오로 사도를 통해 당신 속내를 밝히십니다. 우리 모두에 대한 주님의 소원이 다음 말씀에 담겨있습니다. 

 

“여러분은 먹든지 마시든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하십시오. 무슨 일을 하든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려고 애쓰는 나처럼 하십시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처럼, 여러분도 나를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1코린10,31-11,1참조)”. 

 

우리가 살아내야 할 삶은 단 하나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뿐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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