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 토요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히브9,2-3.11-14 마르3,20-21



미쳐야(狂) 미친다(及)

-제대로 미치면 성인(聖人), 잘못 미치면 폐인(廢人)-



아마 오늘 복음은 가장 짧은 복음에 속할 것입니다. 단 두절입니다. 오늘의 강론 역시 짧습니다. 이 복음을 묵상할 때 마다 늘 한눈에 와닿는 대목은 마지막 절, ‘그들은 예수님께서 미쳤다고 생각하였던 것이다.’입니다. 


‘미쳐야 미친다.’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합니다. ‘제대로 미치면 성인, 잘못 미치면 폐인’, 아주 예전에 인용했던 구절도 생각이 납니다. 옛 초등학교 교사 시절 선배 교사들의 충고와 답변도 생각납니다.


“이 선생, 쉽게 살아. 왜 그렇게 힘들게 사나?”

“저에겐 이렇게 사는 것이 쉽습니다.”


철저히 원칙대로 살려는 열정을 빗댄 충고에 솔직한 제 답변입니다. 미쳐야 미칩니다. 바로 성인들이나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분들이 이를 입증합니다. 이의 가장 좋은 본보기가 오늘 복음의 예수님입니다. 


바로 이에 대한 반응이 예수님의 친척들은 물론이고 예루살렘에서 내려온 율법학자들입니다.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이 베엘제불에게 사로잡혔다느니 또는 마귀 두목의 힘을 빌어 마귀를 쫓아낸다느니 하고 떠들어 댑니다(마르3,22). 정상인들의 시각에는 정말 예수님의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어찌 예수님뿐이겠습니까? 보통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예수님을 따른 제자들과 그 후예들인 수도자들 역시 정상인들의 시각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친 행위처럼 보일 것입니다. 


제대로 미치면 성인이고 잘못 미치면 폐인입니다. 하여 세상에는 성인들도 많고 폐인들도 많습니다. 끊임없는 열정과 회개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제대로 미친 거룩한 사람들입니다. 제대로 미친 사람들에게 발견되는 순수와 열정이요 이들을 통해 우리는 신선한 자극을 받습니다. 


하여 제대로 미친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끊임없이 조금씩 진보한다 믿습니다. 하느님께 희망과 기쁨을 둔 제대로 미친 사람들, 이들의 고독과 외로움, 내외적 고통과 시련은 얼마나 크겠는지요? 하느님만이 아실 것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의 은총이 우리를 제대로 미친 거룩한 사람으로 변모시켜 줍니다. 나태와 타성에서 벗어나 초발심의 자세로 끊임없이 하느님을 찾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 히브리서의 고백이 참 고맙습니다.


“하물며 영원한 영을 통하여 흠없는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신 그리스도의 피는 우리의 양심을 죽음의 행실에서 얼마나 더 깨끗하게 하여 살아 계신 하느님을 섬기게 할 수 있겠습니까?”(히브9,14).


바로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을 상징합니다. 우리의 영원한 새계약의 중개자이시며 대사제이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깨끗한 양심으로 살아 계신 하느님을 섬기며 제대도 미친 성인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오늘 성녀 아녜스 기념일의 아침성무일도 즈카르야 노래 후렴과 저녁성무일도 마리아의 노래 후렴이 참 아름답습니다. 주님께 제대로 미친 성녀 아녜스의 두가지 고백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보라, 나는 내가 갈망하는 것을 보았고, 희망하는 것을 얻었으며, 지상에서 온 마음으로 사랑한 분을 만났도다.”

“성녀 아녜스는 둘 팔을 벌리고 기도하였도다. 내가 사랑하고 찾으며 갈망하던 아버지 당신께 가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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