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4.28. 부활 제2주간 금요일                                                                              사도5,34-42 요한6,1-15



참 좋은 하느님의 선물

-분별分別의 지혜, 무욕無慾의 지혜-



분별의 지혜는 모든 덕의 어머니입니다. 부모를 위시하여 크고 작은 공동체에서 지도자 역할을 맡고 있는 이들의 우선적 덕목이 분별의 지혜입니다. 속된 말로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는 이야기도 분별의 지혜를 지칭합니다. 인디언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는데 이 또한 분별의 지혜를 가리킵니다.


지식과 지혜는 함께 가지 않습니다. 지식이 많아도 어리석은 이들이 있고 지식이 부족해도 지혜로운 이들이 있습니다. 부단한 깨달음을 통해 통찰력을 지닐 때의 삶의 지혜, 분별의 지혜입니다. 어제 소개한 제 옆집 어렸을 때의 친구 부부 역시 탁월한 삶의 지혜, 분별의 지혜를 지닌 이들입니다. 잠시 친구 부부의 삶의 역사를 나누고 싶습니다.


친구의 어머니가 자궁암으로 돌아갔을 때 제 친구는 저와 같은 16세의 중3 학생이었습니다.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던 날 새벽에 제 집 대문을 두드리며 ‘우리 어머니 죽었다.’ 울부짓던 친구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16세 나이의 친구에게는 5명의 어린 동생들이 올망졸망했습니다. 


친구는 가정형편상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곧장 상경하여 친척의 커텐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집안을 도왔습니다. 아버지는 재혼하여 새 어머니에 딸린 동생은 3명이 되었고, 무려 7명의 동생을 거느린 장남이 된 셈입니다. 친구는 적극적이고 낙관적인 성격에 사업가적 마인드와 입지전적 자수성가형 인물입니다. 


수년동안 열심히 성실히 일하면서 친척 주인의 인정을 받았고 시골의 동생들도 서울로 끌어 올려 공부도 시키고 취업도 알선하며 모두 자립의 터전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일하다가 만난 착실한 분과 가정을 이루었고 이어 평택에서, 수원에서 함께 평생 커텐가게를 하며 집안은 물론 가난한 처갓집 7남매도 힘껏 도우며 최선을 다해 살아온 친구부부입니다. 


물론 감리교회에 다니면서 중요한 봉사의 직책도 우선적으로 충실히 수행했던 신앙인이기도 했습니다. 친구와의 이야기중 두가지 경우가 기억에 생생합니다. 하나는 부인에 관한 것이고, 하나는 자신에 관한 것입니다.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부의금이 4천여만원이 들어왔다 합니다. 이 때 부인은 지체없이 부의금을 7명의 시동생들에게 공평히 분배하고 큰 아들인 남편과 자기는 하나도 갖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분별의 지혜는 바로 무욕의 지혜와 직결됨을 봅니다.


친구는 자기도 전혀 생각지 못한 아내의 지혜로운 결단에 감탄했다 합니다. 동생들은 큰 형수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목걸이를 해주었고 큰 형수를 어머니처럼 한마음으로 따랐으니 큰형의 장남으로서 리더십은 저절로 형성되었고 지금도 8남매 형제자매들의 우애는 계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업에도 성공을 거두면서 집안을 일으킨 친구는 아내의 나이 60세가 되던해 단호히 사업을 정리했다 합니다. 


45년동안 재단하는 일을 하다보니 아내의 손마디마다 관절에 이상이 생겨 이대로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즉시 사업을 접었고 그동안 못한 여행도 하였으며 수년뒤에는 이미 마련해 놨던 서산땅에 내려와 과수나무를 심고 조촐한 농사를 짓고 자리를 잡았다 합니다. 부모는 자녀의 결혼에도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결혼하지 않겠다는 외아들의 혼인담도 이야기해줬습니다. 


중국의 청화대에서 유학시켜 공부시킨후 대기업에 근무하게 된 수재아들에 대한 일화입니다. 아들의 결혼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던중 인근 교회의 목사님이 떠올랐고 즉시 찾아가 아들의 중매를 부탁하여 성사된 아들의 혼인이었고 아들 부부 역시 잘 산다는 일화였습니다. 삶의 지혜, 분별의 지혜로 가득했던 친구의 성공적 인생여정을 들으며 참으로 감동했고 기분도 좋았습니다.


오늘 말씀의 주제 역시 분별의 지혜입니다. 복음의 예수님과 제1독서의 온 백성에게 존경을 받는 율법교사 가말리엘, 참으로 분별의 지혜를 지닌 큰 어른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오병이적의 기적을 베푸신 후 예수님의 처신입니다. 당신이 일으키신 표징을 오해한 사람들의 집요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단호히 떠나는 예수님의 다음 모습은 과연 분별의 지혜의 압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와서 당신을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산으로 물러가셨다.’


‘공성이불거功成以不居’, 공을 이루었으면 거기 머물지 않고 떠난다는 노자 말씀이 연상되는 장면입니다. 떠날 때 잘 떠나는 것보다 중요하고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집착없이, 미련없이 훌훌히 떠나는 예수님의 뒷모습은 얼마나 멋있고 아름다운지요. 혼자서 산으로 물러가셨다 하니 하늘 아버지와의 친교가 예수님께는 우선이었고, 이런 아버지와의 친교의 기도가 예수님께는 분별의 지혜의 원천이었음을 봅니다. 


제1독서 사도행전의 율법교사 가말리엘은 학식과 지혜를 겸비한 참 큰 어른임을 깨닫게 됩니다. 아마도 끊임없는 말씀공부와 기도가 가말리엘의 깨달음의 지혜에 결정적 바탕이 되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분별의 지혜 역시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가말리엘의 분별의 지혜가 빛나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내가 이제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저 사람들 일에 관여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 저들의 그 계획이나 활동이 사람에게서 나왔으면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에게서 나왔으면 여러분이 저들을 없애지 못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여러분이 하느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사도5,38-39).


참으로 지혜로운 처방입니다. 바둑에서 뾰족한 수가 없을 때, ‘손을 뺀다.’는 표현이 있듯이, 당장 판단이 서지 않을 때 하느님께 맡기고 건들이지 말고 기다리며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 지혜로운 처방일 수 있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지 않고 참지 못해 건들여 일을 그르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요. 이것은 무관심의 방치가 아니라 깊은 신앙에 바탕한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지혜입니다.


정말 필요한 것이 분별의 지혜, 삶의 지혜입니다. 모두 무욕의 지혜와 직결되는, 말씀공부와 기도에 항구할 때 하사되는 하느님의 선물인 지혜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참 좋은 당신의 지혜를 선물하십니다. 다음 시편이 지혜로운 삶, 행복한 삶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 바라보고, 그분의 성전 우러러 보는 것이라네.”(시편27,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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