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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8.연중 제33주간 수요일                                                   요한묵4,1-11 루카19,11ㄴ-28

 

 

 

주님의 착하고 성실한 종의 삶

-전례와 삶-

 

 

 

오늘 루카복음의 ‘미나의 비유’는 지난 주일 마태복음의 ‘탈렌트 비유’와 흡사합니다. 그러나 루카는 이 비유를 크게 손질합니다. 우선 이 비유를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메시아 임금으로 입성하시는 이야기 직전에 배치합니다. 또 비유를 우의적으로 다뤄 예수님께서 재림하실 때, 즉 하느님 나라가 최종적으로 도래할 때, 예수님께서 행사하실 ‘심판’을 예고합니다. 미나의 비유를 마친 후 복음의 마지막 장엄한 묘사가 이를 입증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앞장서서 예루살렘으로 오르는 길을 걸으셨다.’

 

예루살렘은 어떤 곳입니까? 바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파스카 신비가 이뤄지는 곳입니다. 그러니 오늘 미나의 비유는 연중 마지막 시기,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는 유언적 성격을 지닙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답을 줍니다. 열 사람의 종이 모두 한 미나씩 받았고, 세 종의 경우만 열거되고 있습니다. 

 

-1.“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었습니다.”

“잘 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열 고을을 다스리는 권한을 가져라.”

2.“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로 다섯 미나를 만들었습니다.”

“너도 다섯 고을을 다스려라.”

3.“주인님, 주인님의 한 미나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싸서 보관해 두었습니다. 주인님께서 냉혹하신 분이어서 가져다 놓지 않은 것을 가져가시고 뿌리지 않은 것을 거두어 가시기에, 저는 주인님이 두려웠습니다.”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아주 실감나는 세 종에 관한 묘사입니다. 과연 나는 어디에 속합니까? 이 비유에서 주인은 주님을 가리킵니다. 첫째 종과 둘째 종은 주님을 사랑했고 신뢰했으며 성실히 섬김의 삶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주님과 이웃을 섬기는 삶에 참으로 삼실三實했음이, 즉 진실하고 성실하고 절실했음이 분명합니다. 

 

새삼 우리 삶은 선물이요 숙제임을 깨닫습니다. 매일 숙제하는 마음으로 쓰는 강론입니다. 도대체 모두가 주님께 받은 선물이니 자랑할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받은 능력은 주님의 것으로 주님께 선물 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첫째 종과 둘째 종은 선물의 미나를 최선을 다해 선용함으로 풍부한 결실을 냄으로 숙제에 성공했습니다. 우리 모두 인생 마지막 주님 앞에 오늘 복음의 종처럼 헴바치게 될텐데 과연 받은 선물의 숙제는 잘 수행하고 있는지요?

 

우리는 고맙게도 최후심판의 헴바침에 앞서 매일 미사때 마다 하루하루 헴바치는 셈이니 마지막 헴바침의 최후 심판정에서 당황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세 번째 종에 대한 주님의 반응을 통해 주님의 실망이 얼마나 컸겠는지 짐작이 갑니다. 셋째 종은 주님을 사랑하지도, 신뢰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무서워했습니다. 참으로 잘못 왜곡된 주님 상을 지닌 종이었습니다. 하여 그는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고 아까운 인생 탕진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주님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는 것입니다. 선물을 전혀 활용하지 않았으니 인생 숙제를 전혀 안한 것입니다. 

 

하느님께는 벼락 공부가 통하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미루지 않고 성실히 숙제를 이행하는 것입니다. 첩첩산중, 하루하루 넘어야 할 산을 넘어야 하는 숙제와도 같습니다. 이 숙제를 포기하거나 미뤄 버리고 주저 앉으면 아무도 내 숙제 대신 해 줄 사람도 없습니다. 

 

만추의 배밭이 우리들에겐 좋은 가르침을, 깨우침을 줍니다. 2개월 동안의 장마에도 배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숙제를 잘 하여 맛좋은 풍성한 배들을 산출하여 우리에게 기쁨을 줬습니다. 하여 수확이 끝난 만추의 배밭은 ‘텅빈 충만’의 배밭이 되어 참 넉넉하고 편안한 느낌입니다. 열매없는 흉작의 쓸쓸한 배밭이라면 말 그대로 ‘텅빈 허무’의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배농사는 일년 단위지만 인생 농사는 평생입니다. 하루하루 평생 최선을 다해 숙제해야 주님께 성공적인 헴바침에 텅빈 충만의 행복한 가을 인생을 맞이할 것입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습니다. 최후심판정에서, 또는 죽음에 앞서 후회는 너무 늦습니다. 세 번째 종에 대한 ‘텅빈 허무’의 충격적 장면은 우리에게 인생 숙제 끝까지 잘하라는 회개의 깨우침을 줍니다. 스스로 자초한 심판이기에 결코 주님을 탓할 수도 없습니다. 주님의 마지막 말씀이 우리가 받은 미나 선물을 끝까지 잘 활용하도록 분발심을 줍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 마저 뻬앗길 것이다.”

 

그대로 영적생활에도 적용되는 부익부 빈익빈의 진리입니다. 이 또한 주님 탓이 아니라 스스로 자초한 일입니다. 하루하루 인생 선물에 최선을 다해 공부하며 숙제해왔다면 더 받으면 받았지 뻬앗길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받은 선물의 활용은 아주 평범하며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주님의 종으로서 주님과 이웃을 섬기는 삶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종servant’과 ‘섬김service’의 어원도 같습니다.

 

섬김의 삶에 부단한 자극과 힘을 주는 전례입니다. 전례의 샘에서 샘솟는 섬김의 삶입니다. 전례와 삶은 함께 갑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의 자랑은 전례입니다. 우리의 영성은 전례 영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스도 중심의 공동체를 이뤄주는 참 고마운 전례 은총입니다.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깊이를 그대로 반영하는 전례의 아름다움, 전례의 깊이입니다. 참으로 전례 은총이 우리를 정화하고 성화하여 주님을 닮게 합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요한묵시록에서 사도요한이 신비체험중에 계시된 천상전례는 얼마나 황홀하고 아름다운지요! 바로 우리 믿는 이들의 희망이자 미래요, 우리 교회의 전례를 통해 미리 맛보는 천상전례의 신비체험입니다. 사실 우리는 미사전례중 다음 감사송 후반부 고백처럼 천상전례중인 천사와 성인들과 함께 동시에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그러므로 저희도 모든 천사와 성인과 함께 한목소리로 주님의 영광을 찬양하나이다.”

 

주님 영광을 찬양하는 기쁨으로 사는 우리 수도자들이요, 전례중의 전례가 미사전례입니다. 바로 이런 천상전례를 반영하는 교회의 미사전례가 섬김의 삶에 마르지 않는 샘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전례 은총없이는 섬김의 삶도 불가능합니다. 오늘 천상전례중 두 찬가는 얼마나 아름답고 깊은지요!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며 또 앞으로 오실분!”

바로 미사전례중 그대로 고백하는 찬가요, 체험하는 주님입니다.

 

“주님이신 우리 하느님, 당신은 영광과 영예와 권능을 누릴 만한 분이시나이다. 당신은 모든 것은 창조하셨고. 만물은 당신 뜻에 의해 생겨났고 또 존재하나이다.”(묵시4,11).

바로 이 찬가는 매주 화요일 저녁성무일도때 마다 바칩니다. 우리의 영성생활을 참으로 풍요롭게 하는 교회 전례의 은총입니다.

 

만추의 아름다운 세상을 통해 천상 아름다움에 참여하듯, 이 아름다운 미사전례를 통해 아름다운 천상전례에 참여하는 복된 우리들입니다. 주님의 착하고 성실한 종으로서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삶에 마르지 않는 샘이 바로 천상전례를 그대로 반영하는 이 거룩한 미사전례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의 착하고 성실한 종으로서 섬김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하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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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11.18 11:23
    "하느님께는 벼락 공부가 통하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미루지 않고 성실히 숙제를 이행하는 것입니다. 첩첩산중, 하루하루 넘어야 할 산을 넘어야 하는 숙제와도 같습니다. 이 숙제를 포기하거나 미뤄 버리고 주저 앉으면 아무도 내 숙제 대신 해 줄 사람도 없습니다.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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