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8.17.연중 제19주간 목요일                                         여호3,7-10ㄱㄴㄹ.11.13-17 마태18,21-19,1

 

 

탈출(Exodus)의 여정

-날마다 새로운 출발-

"산처럼, 물처럼"

 

 

불암산 기슭에 자리잡은 외관상으로는 고립된 섬처럼 보이는 요셉 수도원이지만 온 세상에 활짝 열려 있는 중심임을 깨닫게 됩니다. 밤에 일어나 게시판을 읽어보면서 새삼 깨달은 진리입니다. 그중에는 잊지말고 기억해야할 사람 이름들이 가득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을 알리는 것은 원장의 소임입니다.

 

1) 2023년 8월13일, 우리 공동체의 선배 안드리아스 헨첼 수사님이 93세 복된 나이에 선종하셨습니다. -독일, 쾨닉스 뮌스터 수도원.

2) 2023년 8월11일, 필립신부가 은단다 선교병원에서 수도자이자 선교사로 길고 풍요로운 삶을 살다가 92세 나이로 선종하셨습니다. -아프리카, 은단다 수도원

3) 2023년 8월15일, 전 수도원장인 안셀름 젤러 퇴임 아빠스께서 향년 85세로 선종하셨습니다.-오스트리아, 피히트 수도원. 

이분은 한국을 각별히 사랑하셨던 분이며 2004년 총회 방문시 참 따뜻한 미소로 친절히 환대해 주셨던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당시 이형우 시몬 아빠스님(2016년 선종)과 함께 머물렀는데 지금은 고인이 되었습니다.

4)쿠바 선교 체험을 마치고 김안토니오 수사가 8월20일 귀국합니다.

 

끊임없이 흐르는 세월중에 그립고 사랑했던 사람들도 하나 둘 사라져 갑니다. 한때 번성했던 절들의 폐사지, 절터를 방문할 때의 슬픔을 사라져가는 수도원들을 볼 때도 느낍니다. 흥망성쇠(興亡盛衰)를 벗어날 수 없는 세상 현실입니다. 메멘토 모리, 결코 한시도 잊지 말아야할 죽음입니다. 이밖에도 수도원을 잠시 방문하여 머물 분들, 그리고 고성 올리베타노 수도원에서 종신서원식에 참여할 수도형제들의 이름들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밖으로는 섬같은 수도원으로 보여도 내적으로는 세상에 활짝 열려 있는 참으로 역동적인 환대의 수도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앞문은 세상의 사람들에, 뒷문은 사막의 하느님께 활짝 열려 있는 더불어(together) 여정중의 수도공동체임을, 또 정주와 환대의 영성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깨닫습니다.

 

어제의 수도원을 방문했던 두분 자매도 잊지 못합니다. 한분은 30년 이상 수도원 대축일시, 머리가 까맣던 젊은 시절부터 수도원 꽃꽂이를 해주신 분으로 지금을 백발의 할머니가 된 분이요, 이분과 40년이상 우정을 지속해온 자매 두분이 함께 면담성사차 방문했습니다. 두분의 한결같은 신앙과 우정에 감동했고 이 자체로 천국입장의 구원이라 격찬했습니다.

 

이 모든 사실들이 우리 모두 더불어 여정임을 깨어 기억하며 살 것을 촉구합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영성생활은 늘 새롭게 기억하며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잊지 않고 늘 기억하며 깨어 살기 위해, 하루하루 날마다 평생 끊임없이 반복하여 바치는 공동전례기도입니다. 

 

삶은 탈출의 여정입니다. 혼자 또는 더불어 탈출의 여정입니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출발이 됩니다. 모세오경은 끝나고 오늘부터는 새로운 인물, 모세의 후계자 여호수아의 등장입니다. “주님께서 구원하신다.”를 뜻하는 이름 여호수아는 그가 일생을 통해서 보여주게 될 일들의 청사진과 같습니다. 

 

즉 이 이름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예언입니다. 여호수아의 인도로 약속된 땅을 정복했다는 것은 정치적 사건이기보다는 영적 해방으로서, 그 참 의미가 이름에서 드러납니다. 바로 이 이름은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됩니다. 끊임없이, 지금까지 우리를 위해 구원 활동중인 예수님입니다. 

 

탈출기의 홍해를 건너던 모세를 연상시키듯 여호수아의 인도하에 요르단강을 건너 약속된 땅에 진입하는 이스라엘 백성입니다. 참으로 모세의 이집트 탈출의 역사를 잊지 말고 생생히 기억하라고 주님은 여호수아를 등장시켜 요르단강을 건너게 하십니다. 이처럼 우리의 삶도 끊임없는, 하루하루 탈출의 여정임을, 늘 새로운 출발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도 생생한 9년전 2014년 산티아고 순례 여정중 잊지 못할 추억은 날마다 떠날 때의 기쁨이 제일이었다는 것입니다. 하루를 마치면 다음날 새벽 일어나 떠날 때의 설레는 기쁨, 말그대로 떠남의 기쁨이었습니다. 하루를 넘기면 마냥 지루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영적 삶은 떠남의 여정, 탈출의 여정임을 새롭게 깊이 깨달았고 지금도 언제나 지금 여기서의 정주의 삶이지만 내적으로는 매일 탈출의 여정, 떠남의 여정을 삽니다.

 

이런면에서, 요즘 산책시 자주 만나는 맑게 흐르는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 불암산 계곡물은 저에게 참 좋은 최고의 스승이 됩니다. 이래서 제가 좌우명 삼아 자주 외는 짧은 자작 고백시입니다.

 

-“밖으로는 산, 안으로는 강

  천년만년 임기다리는 정주의 산,

  천년만년 임향해 맑게 흐르는 강

  산속의 강”-

 

이런 면에서 저의 호는 강산江山에 천산天山 둘입니다. 오늘 복음 역시 기억과 관련됩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번 용서하라는 것은 끊임없이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살기위해 매일 밥먹고 매순간 숨쉬듯이 영혼이 살기위해 밥먹듯이, 숨쉬듯이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자비하신 하느님께 무한히 용서받고 있기에 이런 용서의 은총을 기억할 때 가능한 무한한 용서입니다. 용서도 훈련입니다. 정말 잊지 않기 위해 부단한 용서의 선택에 훈련, 습관화입니다.

 

바로 이를 잊었기에 무자비한 종의 비유입니다. 이 또한 하늘 나라의 비유입니다. 참으로 무한한 용서가 자비로운 하느님을 닮아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 나라를 살게 함을 깨닫습니다. 무지와 망각은 형제입니다. 만 탈렌트 사랑의 빚진 사실을 까맣게 망각한 무지한 무자비한 종입니다. 

 

바로 탐욕에 눈멀었을 때 사람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참 좋은 예입니다. 이런 무한한 사랑의 빚을 진 것을 잊어 몰랐기에 백 데나리온 빚진 이에 대해 이처럼 가혹하고 무자비했습니다. 무자비한 종은 물론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이 악한 종아,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 같이 하실 것이다.”

 

영적 삶은 잊지 않고 기억하기위한 끊임없는 노력이요 투쟁입니다. 하느님 용서의 체험에 부단한 용서입니다. 이런 기억과 용서의 사람이 위대한 상식인입니다. 무한한 용서의 사람, 고 김대중 토마스 모어 대통령의 말이 생각납니다. 

 

“결국 위대한 인물은 위대한 상식인이며, 위대한 생각은 완전한 상식 위에서만 형성될 수 있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 모두 당신을 닮은 자비와 용서, 기억의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내 안의 모든 것들아, 그분의 거룩하신 이름을 찬미하여라.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그분께서 해 주신 일 하나도 잊지 마라.”(시편103,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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