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4. 수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1538-1584) 기념일

                                                                                                                     로마13,8-10 루카14,25-33


                                                                  주님의 제자가 되려면

                                                                                                  -구원의 길-


사랑과 자유는 함께 갑니다. 사랑할 때 자유롭고 자유로울 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하는 사랑이 참 사랑입니다. 사랑과 자유의 원천은 하느님입니다. 사랑하여 자유로울수록 하느님을 닮아갑니다.


제자직의 우선적 출발점은 주님께 대한 사랑입니다. 사랑할 때 저절로 버리고 비우는 삶이 뒤따릅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직에 대한 요구가 철저하고 비타협적이라 충격입니다. 


첫째, 주님의 제자는 모두에 앞서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주님께 대한 열렬하고도 항구한 우선적 사랑이 성소의 잣대입니다. 그래야 모든 사람에 대한, 심지어는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버릴수 있습니다. 주님도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해야 당신의 제자가 될 수 있다고 하십니다. 


실제 그대로 미워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님보다 누구도 더 사랑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주님을 참으로 사랑할 때 저절로 모든 사람에 대한 무집착의 사랑입니다. 역설적으로 주님을 사랑할 때 이웃에 대한 순수한 사랑, 아가페의 사랑도 가능합니다. 바로 1독서 로마서가 말하는 이웃 사랑도 이런 주님 사랑의 열매입니다. 주님 사랑의 진정성은 이웃 사랑을 통해 검증됩니다.


“아무에게도 빚을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것은 예외입니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이런 이웃에 대한 순수한 아가페의 사랑은 순전히 주님 사랑의 열매입니다. 저절로 간음, 살인, 도둑질, 탐욕은 근절되기 마련입니다. 사랑은 절대 이웃에게 악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이런 사랑을 실천하는 이가 주님의 제자이며, 그 무엇도 주님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않을 때 이런 순수한 이웃 사랑도 가능합니다.


분도 성인의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라는 말씀과 일맥상통합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할 때 사람은 물론 자기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갈림없는 마음으로 주님을 사랑하여 따를 수 있습니다. 


둘째, 주님의 제자는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의 뒤를 따르는 사람입니다.

누구의 십자가도 아닌 제 십자가입니다. 운명의 십자가, 제 책임의 십자가입니다. 누구와 비교할 수도 없는 제 고유의 십자가를 자발적 기쁨으로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 '십자가의 길' 말고는 참 사람의 내가 되는 구원의 길은 없습니다. 주님을 사랑하여 끊임없이 자기를 버리고 비워갈수록 주님은 제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를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저는 산티야고 2000리길 배낭을 메고 순례하면서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을 따른다는 것이 무엇인지 실감나게 깨닫기도 했습니다. 최소한의 필수품과 매일미사를 위한 미사도구를 배낭에 넣어 등에 지고 걸을 때는 흡사 십자가의 주님을 등에 업고 걷는 듯 샘솟는 힘도 느꼈습니다. 


셋째, 주님의 제자는 자기 소유를 다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철저히 무소유와 무집착의 정신으로 살라는 말씀입니다. 사람의 포기에 이은 물질의 포기입니다. 사람에 대한 집착에서, 물질의 소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자유로운 사랑의 투신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에 대한 집착, 물질에 대한 집착은 모두가 본능적 근원적 욕구들이기에 주님의 제자가 되는 길은 결코 값싼 낭만이 아니라, 끊임없는 도전이요 희생과 아픔이 따르는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누구든지’라는 말마디에서 보다시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자유로운 제자직으로, 주님의 제자가 되려는 이는 누구든지 실행해야 할 조건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제자로서 자주 우리의 삶을 점검해 봐야 할 세가지 필수 사항입니다.


1.모두에 앞서 주님을 사랑하십니까?

2.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릅니까?

3.안팎으로 부단히 비우고 버리면서 무소유의 정신으로 살고 있습니까?


이 모든 해결의 지름길은 주님께 대한 항구하고도 열렬한 사랑에 있습니다. 좋으신 주님은 매일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께 대한 샘솟는 사랑의 힘으로 제 십자가를 잘 지고 당신을 따르게 해 주시며 날로 당신과의 우정을 깊게 해주십니다. 


“올곧은 이들에게는 어둠 속에서 빛이 솟으리라. 그 빛은 너그럽고 자비로우며 의롭다네. 잘 되리라, 후하게 꾸어 주고, 자기 일을 바르게 처리하는 이!”(시편112,4-5).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72 믿음의 여정 -전례와 믿음; 믿음의 은총, 믿음의 공부와 훈련-2023.8.4.금요일 성 요한 마리 비안네 사제(1786-1859)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8.04 342
3171 “어떻게 살 것인가?” -좌우명座右銘, 묘비명墓碑銘-2022.8.29.월요일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08.29 342
3170 믿음의 여정 -“믿음이 답이다!”-2023.7.6.연중 제13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3.07.06 341
3169 “어떻게 예수님을 따라야 합니까?”-2017.1.15.(일) 주일 왜관수도원의 수도원의 사부 성베네딕도의 제자들 성마오로와 성 쁠라치도 대축 프란치스코 2017.01.15 341
3168 우리는 '주님의 종'입니다 -우연偶然이 아니라 섭리攝理입니다-2016.6.24. 금요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6.06.24 341
3167 미쳐야(狂) 미친다(及) -제대로 미치야 성인(聖人)-2015.1.24. 토요일(뉴튼수도원 75일째) 프란치스코 2015.01.24 341
3166 행복한 삶-영원한 생명-2015.5.2. 토요일 성 아타나시오 주교학자(295-373)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05.02 340
3165 집과 무덤-2015.7.1.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07.01 340
3164 회개의 표징 -부자와 라자로의 비유-2018.3.1. 사순 제2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3.01 338
3163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세가지 깨달음-2015.10.5. 연중 제27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5.10.05 338
3162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은총의 삶, 찬미의 삶, 순종의 삶-2022.12.8.목요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2.12.08 337
3161 아름다운 영혼 -끊임없는 회개와 용서-2016.3.1. 사순 제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3.01 337
» 주님의 제자가 되려면 -구원의 길--2015.11.4. 수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1538-1584)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11.04 337
3159 내 삶의 성경의 렉시오 디비나 -버림, 떠남, 따름-2023.7.7.연중 제13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3.07.07 337
3158 분별력의 지혜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2023.7.8.연중 제13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3.07.08 336
3157 사람을 찾아오시는 하느님 -생명, 일치, 찬양-2022.9.13.화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344/349-40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09.13 336
3156 하느님 중심의 삶 -기도와 회개, 믿음과 겸손, 자비와 지혜- “선택, 훈련, 습관”2023.8.8.화요일 성 도미니코 사제(1170-122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8.08 335
3155 섬김과 나눔의 위대한 지도자들을 본받읍시다 -모세, 예수, 프란치스코 교황- 2023.8.7.연중 제18주간 월요일 ​​​​​​​ 프란치스코 2023.08.07 335
3154 변모의 여정 -갈망, 만남, 이탈, 경청, 추종-2023.8.6.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프란치스코 2023.08.06 335
3153 한결같은 배경의 의인 -성요셉 예찬-2023.3.20.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3.03.20 335
Board Pagination Prev 1 ... 8 9 10 11 12 13 14 15 16 17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