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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30. 연중 제17주간 토요일                                                                  예레26,11-16.24 마태14,1-12


                                                                      무지無知의 악惡  

                                                                                        -선과 악에 대한 묵상-



문득 밀과 가라지의 선과 악의 비유가 생각납니다. 오늘의 현실을 보면 밀속의 가라지가 아니라 가라지 속의 밀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악의 세력에 선의 세력이 너무 미약해 보입니다. 밭의 현실만 봐도 그대로 입증됩니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선이라 하면 잡풀은 악같습니다. 그대로 내버려 두면 체소는 사라지고 온통 잡풀 무성한 밭이 될 것입니다. 끊임없이 선을 가꾸고 돌보는 수행의 노력이 없으면 악속에서 선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교훈을 줍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의 순교에 대한 복음을 읽을 때면 늘 마음이 불편합니다. 오늘은 ‘무지의 악’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동방영성에서 역시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를 마음의 병중 으뜸으로 치고 있습니다. 무지가 바로 악이라는 것입니다. 몰라서 무지로 인해 악을 저지릅니다. 악을 저지르고도 무엇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안다고 다 아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못된 앎으로 확신하여 저지르는 악도 얼마나 많은지요.


무지가 악인을 만듭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을 제대로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평생공부입니다. 하느님을 알수록 나와 더불어 이웃을 알게 되고 하느님을 닮아 자비롭고 지혜롭고 겸손하고 순수해집니다.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로 인해 자기를 몰라 교만이요 탐욕이요 본의 아니게 악의 도구가 됩니다. 


하느님을 알아가는 수행의 노력이 없이는 인간의 야수성, 잔인성, 공격성을 통제하기는 극히 힘듭니다. 물론 하느님의 은총을 당연히 전제로 합니다. 요즘 국내외적으로 창궐하는 악의 세력은 얼마나 많은지요. 오늘 세례자 요한은 감옥에 갇혀 있다가 헤로디아의 농간에 의해 헤로데에 의해 참수됩니다.


‘헤로데는 사람을 보내어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게 하였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게 하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가져갔다.’


얼마나 잔인한 장면인지요. 그러나 이런 사람을 목베는 일이 옛날에는 일상이었습니다. 하다보면 양심도 무뎌져 일상이 되어 버립니다.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일제 강점기 시대, 6.25전후 참으로 이런 만행이 얼마나 저질러 졌는지요. 얼마전 미사도중 IS대원에 살해된 프랑스의 아멜 신부도 참수되었다 합니다. 그대로 악의 정체를 폭로하는 사건입니다. 


그대로 무지의 소산입니다. 무지가 얼마나 큰 악인지 깨닫습니다. 악마의 도구가 되기 십중팔구의 무지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제대로 알게 하는 교육의 힘이 얼마나 큰 지 깨닫습니다. 도대체 악뿐이 보고 배운 것이 없는 환경의 무지의 사람들이라면 참 대안이나 대책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제가 볼 때 오늘 복음의 헤로데나 헤로디아와 같은 악인들의 삶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혈통으로 보나 환경으로 보나 도무지 선을 보고 배우지도 못했을 것이며 하느님을 알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사실 하느님께 속한 신망애信望愛의 삶도, 진선미眞善美의 삶도 보고 배웁니다. 


요한의 제자들은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장사 지내고, 예수님께 알렸다 합니다. 예수님 역시 세례자 요한의 죽음을 통해 악의 정체를 파악했을 것이며 당신의 죽음도 예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악에 추호도 위축됨이 없이 당신의 사명을 수행하십니다. 이어지는 복음이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입니다. 악에 대한 최고의 처방이자 대안입니다. 예수님은 결코 보복의 악순환의 유혹에 빠지실 분이 아닙니다.


악에 대한 보복은 바른 처방이 아닙니다. 오히려 악의 유혹에 빠지는 길이며 악의 힘만 증대시킬 뿐입니다. 얼마전 독일에서 난민에 의한 총격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메르켈 총리의 지혜로운 처신에 감탄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독일 우파 정치인들이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을 연일 비판하고 있지만 메르켈 총리는 "나에게 이런 점은 분명한데, 우리는 근본적인 원칙을 고수할 것이며 이는 제네바 난민 협약에 따라 전쟁과 국외 추방 등으로 정치적 박해를 받은 난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독일 헌법 조항을 자신의 근본 원칙으로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는 "두려움이 정치활동을 위한 지침이 될 수 없다"며 "아무 목표도 없이 겁만 주면서 우리의 결속력을 깨려는 이들이 우리 삶의 방식을 파괴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이슬람국가지 이슬람이 아니라고 명쾌하게 밝히며, 결코 악의 유혹에 휘말리지 않는 메르켈 총리의 현명한 판단력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헤로데의 무지를 일깨우다 순교한 세례자 요한처럼 예레미야 예언자 역시 백성들의 무지를 일깨우는데 온 힘을 다합니다.


“그러니 이제 여러분의 길과 행실을 고치고, 주 여러분의 하느님 말씀을 들으십시오. 그러면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내리겠다고 말씀하신 재앙을 거두실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사판의 아들 아히캄의 도움으로 구사일생 살아났지만 악의 세력은 호시탐탐 여전히 건재합니다. 얼마전 영화 ‘곡성’을 만든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 중 한 대목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제 영화 세 편이 모두 극악極惡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세 편을 통해 계속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인간이 각성覺醒하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요. 끔찍하고 불행한 일들이 이유없이 벌어지고 행해지지 않도록 인간이 더 인간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결국은 사람이요, 각성覺醒을 통해 무지의 악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무지에서 벗어나 당신을 닮아 신망애의 삶을, 진선미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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