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7.3.4.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이사58,9ㄷ-14 루카5,27ㄴ-32



성소의 축복

-“나를 따라라.”-



강론에 앞서 세가지 예화를 나눕니다. 


1.얼마전 읽은 책의 마지막 글 에필로그의 끝부분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망각과 무관심의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증오의 함성이 더 반가울지도 모른다. 나는 욕먹을까봐 두렵고 비난받을까봐 두렵다. 그러나 실은 아무도 이 책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을까봐 가장 두렵다.”


사랑은 관심입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 무반응입니다. 무관심, 무반응으로 잊혀져 고립단절되는 것보다 더 두려운 일은 없습니다. 


2.또 하나의 예화입니다.


‘다윗왕이 어느 날 궁중의 세공장을 불러 아름다운 반지를 하나 만들라고 지시하고 말했습니다.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스스로 자제할 수 있고, 반대로 큰 절망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글귀를 반지에 새겨 넣도록 해라.”라고 명령했습니다. 세공장은 고민 끝에 지혜롭기로 소문난 솔로몬 왕자를 찾았고 솔로몬은 잠시 생각하다 글귀를 하나 써 주었습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3.어제 수녀원에서 2시간 30분 가량 고해성사를 주면서 새삼 깨달은 진리도 생각납니다. 고백성사시 죄의 고백 내용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대부분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과 온갖 부정적 생각과 언행의 고백들이었습니다. ‘공동생활에서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무수한 죄들의 고백이지만 이런 공동체내에서의 끊임없는 도전이 없는 혼자만의 무사안일無事安逸한 삶뿐이라면 삶의 동력도 잃겠구나, 역설적으로 이런 죄를 고백할 수 있음이 공동생활의 축복이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의 세리 레위의 성소과정이 인상적입니다. 세관에 앉아 있는 모습이 참 외롭고 고독해 보입니다. 사람들로부터 잊혀진 외로운 존재 같습니다. 그러나 그는 구원의 갈망을 지니고,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스스로 위로하며 누군가를 기다렸을 것입니다.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음이 분명합니다. 레위는 바로 고독한 인간 실존의 상징입니다.


“나를 따라라.”


갈망할 때 주님을 만납니다. 주님과의 만남이 그를 구원했습니다. 레위는 모든 것을 버려둔 채 일어나 그분을 따랐습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마침내 삶의 방향이, 삶의 의미가 주어졌고 주님의 제자공동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역시 또 하나의 레위입니다. 우리가 잘 나서 부름받은 것이 아니라 주님의 은총으로 부름을 받아 주님의 교회공동체에 합류한 것입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루카5,31-32).


여기에 해당되지 않을 자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 또한 레위처럼 병자요 죄인이기에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한 번의 부르심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평생 매일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는 그분을 따라 나섭니다. 따름의 여정은 바로 회개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회개한 죄인’은 바로 우리의 신원입니다. 하여 제1독서 이사야서 말씀처럼, 우리는 주님 안에서 기쁨을 얻고, 세상 높은 곳 위를 달리게 되었습니다(이사58,14). 말그대로 회개와 겸손을 통한 영적고공비행靈的高空飛行의 초연과 이탈의 삶입니다.


그렇다면 주님의 부르심에 우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요? 

예수님처럼 측은지심의 사랑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이사야서의 말씀이 그대로 예수님을 통해 실현되듯이, 오늘의 우리를 통해서도 실현되어야 합니다. 곤궁중에 있는 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은 그대로 축복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주님은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네 가운데에서 멍에와 삿대질과 나쁜 말을 치워버린다면, 굶주린 이에게 네 양식을 내어 주고, 고생하는 이의 넋을 흡족하게 해 준다면, 네 빛이 어둠 속에서 솟아오르고, 암흑이 너에게는 대낮처럼 되리라. 주님께서 너를 이끌어 주시고, 메마른 곳에서도 네 넋을 흡족하게 하시며, 네 뼈마디를 튼튼하게 하시리라. 그러면 너는 물이 풍부한 정원처럼, 물이 끊이지 않는 샘터처럼 되리라.”(이사58,9-11).


어제의 ‘참된 단식’의 주제에 계속 이어지는 이사야서의 영감넘치는 아름다운 대목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주님을 따라 선행의 삶을 살 때 따라오는 성소의 축복입니다. 그대로 사순시기의 이상적 삶과 축복을 요약합니다. 새삼 사순시기는 부르심에 충실한 회개의 시기이자 사랑의 실천 시기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하여 당신을 새롭게 따라나선 우리 모두에게 한량없는 축복을 내려 주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31 하느님의 꽃, 꽃같은 인생, 시(詩)같은 인생 -사람이 꽃이다-2021.4.22.부활 제3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22 133
830 회개의 표징 -깨어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기-2020.7.20.연중 제16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7.20 133
829 하느님의 자녀다운 행복한 삶 -사랑, 회개, 선포-2020.7.9.연중 제14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7.09 133
828 하느님의 참 소중한 선물 -말씀, 기도와 삶- 2020.3.3. 사순 제1주간 화요일 ​​​​​​​ 1 프란치스코 2020.03.03 133
827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믿음이 답이다-2019.7.15.월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1217-1274)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7.15 133
826 사랑-예수님 -율법의 완성이자 분별의 잣대-2019.6.12.연중 제10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12 133
825 참 좋은 도반이자 반려자 -주님과의 우정-2019.2.14.목요일 성 치릴로 수도자(827-869)와 성 메토디오 주교(815-885)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2.14 133
824 관계의 깊이 -주님과의 관계가 답이다-2018.3.22. 사순 제5주간 목요일 2 프란치스코 2018.03.22 133
823 무지無知의 병 -회개와 겸손이 약藥이다-2018.8.3. 연중 제17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8.03 133
822 주님과의 만남 -"와서 보시오."2017.8.24. 목요일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2 프란치스코 2017.08.24 133
821 누가 정말 좋은 사람인가? -토빗보다 예수님-2017.6.6.연중 제9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7.06.06 133
820 환대의 영성 -환대의 집, 환대의 사람-2016.7.17. 연중 제16주일(농민주일) 프란치스코 2016.07.17 133
819 내 삶의 고별사告別辭는?-2016.5.10. 부활 제7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5.10 133
818 평생 공부工夫, 평생 학인學人-2016.4.2. 부활 팔일 축제 내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6.04.02 133
817 회개의 여정 -무지에 대한 답은 회개 은총 뿐이다-2024.4.19.부활 제3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4.04.19 132
816 파스카의 기쁨 -부활하신 주님과 늘 함께 하는 삶-2024.4.17.부활 제3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4.04.17 132
815 “하느님은 어디에서 사시는가?” -존엄한 품위의 우리 안에, 우리와 더불어- “우리가 바로 성전입니다”2024.2.6.성 바오로 미키(1564-1597)와 25위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2.06 132
814 하느님 중심의 한가정, 참가족, 참사람 -“하느님의 뜻을 실행합시다”-2024.1.23.연중 제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4.01.23 132
813 역사는 반복되는가 -날마다 주님 ‘파스카의 꽃’으로 삽시다-2023.12.28.목요일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프란치스코 2023.12.28 132
812 믿는 이들은 ‘주님의 전사’다 -믿음, 희망, 사랑-2022.1.30.연중 제4주일(해외원조주일) 1 프란치스코 2022.01.30 132
Board Pagination Prev 1 ... 126 127 128 129 130 131 132 133 134 135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