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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22. 부활 제7주간 금요일                                                                                                            사도25,13ㄴ-21 요한21,15-19


                                                                                              영광스러운 죽음


오늘 독서에서는 바오로 사도의 죽음이, 복음에서는 베드로 사도의 죽음이 암시되고 있습니다. 오늘 말씀 묵상 중, 복음 말미의 다음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어, 베드로가 어떠한 죽음으로 하느님을 영광스럽게 할 것인지 가리키신 것이다.' 하여 강론 제목은 '영광스러운 죽음'으로 택했습니다.


노령화 시대와 더불어 온갖 생활고와 질병으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듣게 되는 자살 소식이요 불쌍하게 목숨을 끊은 이들을 위해 미사도 자주 드리게 되는 오늘의 불행한 현실입니다. 세월 흘러 나이들어 갈수록 힘든 삶이요, 품위있는 노년을 기대하기도 참 어려운 시대입니다. 아니 나이에 관계 없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오늘날의 자살현상입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도사로 나선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의 인터뷰 기사입니다.


"평균 기대 수명이 82세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노인들은 생활고를 겪으며 오랫동안 질환에 시달리면서 살다가 임종을 맞곤 한다. 중환자실에서 홀로 세상을 떠나는 것만큼 외롭고 공포스러운 일은 없다. 가족의 품에서 편하게 눈을 감는 고귀한 죽음이 필요하다. 웰빙은 웰다잉으로 마무리 돼야 한다.“


요즘 노인의 자살은 실버타운에서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합니다. 어느 자매의 고백입니다.


"제 명을 다하고 간 사람은 벽 하나를 두고 옆에서 죽어도 하나도 안 무서운데 투신이든 목을 매든 자살을 한 사람의 방은 그 앞을 지나가기가 무섭다. 삶과 죽음을 하느님 손에 맡기고 마지막까지 자기 운명을 살아간 사람들이야 노래하며 춤추며 저승길을 걸어가겠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은 그 길이 얼마나 힘겹고 괴로울까. 하느님은 그를 오죽이나 측은히 맞으실까. 사람이 자신을 결코 용서하지 못하는 후회가 곧 지옥이라 한다.“


'사람이 자신을 결코 용서하지 못하는 후회가 곧 지옥'이란 말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하여 자살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심정은 얼마나 착잡하겠는지요. 삶의 질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죽음의 질입니다. 품위있는 죽음, 존엄한 죽음, 아름다운 죽음, 영광스러운 죽음보다 더 중요하고 이웃에 줄 수 있는 좋은 선물도 없습니다. 하여 요즘 피정자들에게 자주 삶과 죽음을 환기시키는 예가 있습니다.


"내 삶을 하루로 압축할 때 오전입니까 혹은 오후입니까? 오후 몇 시 지점에 와 있습니까? 내 삶을 일년사계로 압축할 때 봄, 여름, 가을, 겨울 중 어느 계절에 와 있습니까?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입니다. 기대수명이 82세라 하는데 기대수명에서 내 나이를 뺀다면 남은 햇수는 얼마나 됩니까?“


하며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게 합니다. 언젠가 갑자기 품위있는 죽음은 없습니다. 삶의 질과 직결된 죽음의 질이요, 죽음을 준비하는 품위있는 삶일 때 품위있는 죽음입니다. 하여 사부 성 베네딕도도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베드로의 품위있는 죽음을 준비시키는 주님의 교육과정이 참으로 절묘합니다. 주님은 세 번이나 베드로의 사랑 고백을 받아 냄으로 삶의 목표를 분명히 잡아 주십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물음입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아, 이 물음에 대한 "예,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라는 답이 삶의 질을, 죽음의 질을 결정합니다. 주님 사랑의 목표가 분명할 때 방황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주님은 우리 삶의 중심이자 의미입니다. 주님을 사랑할 때 속히 삶을 재정비합니다. 죽음 있어 삶이 주님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시간과 정력낭비를 최소화합니다. 주님은 세 번 베드로가 사랑을 고백할 때마다 못을 박듯이 당부하십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사랑의 끈이, 희망의 끈이, 믿음의 끈이 끊어져 고립단절될 때 자살입니다. 혼자서는 고립단절의 절망의 수렁에서 나오지 못합니다. 끊어지면 죽습니다. 연대(連帶)가, 연결(連結)이 살 길입니다. 구체적으로 손을 내밀어 곤경중에 있는 이들의 손을 잡아 끌어 내주는 사랑이 바로 주님의 양들을 돌보는 일입니다. 이 말씀과 더불어 연상되는 요한복음의 다음 주님 말씀입니다.


"나는 착한 목자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다.“(요한10,11).


주님을 닮아 착한목자의 순교적 영성을 살 때 저절로 높아지는 삶의 질이요 죽음의 질입니다. 날마다 주님을 위해 이웃을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 순교적 삶보다 더 좋은 죽음 준비도 없습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바오로는 분명 죽음을 예견하면서도 주님 향한 한결같은 사랑있어 전혀 흔들림이 없어 보입니다. 제대로 된 재판과정을 밟으려고 침착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이를 입증합니다. 주님은 베드로는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라라.“


진정 주님을 사랑한다면 주님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늘 주님을 따라 순교적 사랑의 삶에 항구할 때 주님은 우리에게 품위있는 죽음, 존엄한 죽음, 아름다운 죽음, 영광스러운 죽음을 선물하실 것입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제 자작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의 마지막 연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영광스러운 삶, 영광스러운 죽음을 맞게 하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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