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4.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사회 교리 주간)

 이사11,1-10 로마15,4-9 마태3,1-12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회개, 겸손, 정의, 평화-


오늘은 대림 제2주일, 두 개의 영롱히 빛나는 대림초가 주님께서 가까이 오셨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시는 주님을 기쁨으로 기다리는 대림시기입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세례자 요한도 우리 모두 깨어 주님의 길을 닦을 것을 촉구합니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주님의 길을 마련하는 대림 제2주일입니다. 하여 교회도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정했고 한 주간을 사회교리 주간으로 정하여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며 살 것을 간곡히 권유하고 있습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은 얼마나 아름답고 흥겨웠는지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바로 이런 세상입니다.


“정의가 꽃피는 그의 성대에 영원히 평화 넘치리이다.”


정의가 평화가 한 셋트입니다. 정의없는 평화는 공허하고, 평화없는 정의는 맹목입니다. 정의가 실현될 때 비로소 평화로운 세상입니다. 바로 우리가 마련해야 할 주님의 길은 정의와 평화의 길임을 깨닫습니다. 


어떻게 주님의 길을 마련합니까? 막연히 주님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길을 닦으며 그분을 마중나가는 것입니다.


첫째, 깨어 있으십시오.

깨어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의 광야시기입니다. 요즘 초겨울의 ‘텅 빈 충만’의 배밭이 광야의 은총을 상징합니다. 대림의 기쁨은 기다림의 기쁨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누구를, 무엇을 기다립니까?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이 우리를 깨어 살게 합니다. 


늘 설레는 기쁨으로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평생이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시기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써놓은 ‘산과 강’이라는 깨어 있는 수행자修行者를 상징한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밖으로는 산山, 천년만년 임 기다리는 산

 안으로는 강江, 천년만년 임향해 흐르는 강”


바로 정주서원의 삶을 사는 분도수도자들의 기쁨이 어디 있는지 밝히는 시입니다. 깨어 주님을 기다릴 때, 깨어 주님을 향해 흐를 때 참 기쁨이 있습니다. 주님이야 말로 기쁨과 희망의 원천입니다.


진정 행복한 사람들, 주님을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주님을 기다리는 기쁨과 희망으로 주님의 길을 닦는 사람들입니다. 광야의 세례자 요한은 깨어있는 이의 모범입니다. 


‘요한은 낙타 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다. 그의 음식은 메뚜기와 들꿀이었다.’


요한의 외양을 그대로 모방하라는 것이 아니라 좀더 단순한 삶을 추구하라는 것입니다. 가죽 띠 대신 이사야 예언자의 권고대로 정의正義가 우리의 허리를 두르는 띠가 되고 신의信義가 우리의 몸을 두르는 띠가 되게 하는 것입니다.


깨어 주님을 기다릴 때 비로소 물신주의, 세속주의, 이기주의로부터의 해방입니다. 부, 명예, 지위등 물질에, 세속에 노예가 되어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너나 할 것 없이 쉽고, 편하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 세상입니다. 


사실 내적 삶에는 좀 힘들고 불편하고 느린 것이 좋은 법입니다. 하여 날로 황폐혜 가는 영혼이요 날로 천박해 지는, 얕고 가벼워지는 영적 삶입니다. 삶의 깊이가 없습니다. 


광야의 고독과 침묵의 깊이에서 만나는 하느님입니다. 옛 수도자들은 하느님을 찾아 광야의 고독과 침묵을 찾았고, 바로 거기 광야에서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생래적生來的으로 광야의 고독과 침묵을 사랑합니다. 광야의 대림시기 깨어 주님을 기다리는, 만나는 시기입니다. 참 나를 찾는 시기입니다.


둘째, 회개하십시오.

주님의 길을 마련하는 두 번째 과제입니다. 광야의 외치는 소리, 세례자 요한의 일성一聲입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요한은 물론 예수님의 복음 선포의 핵심입니다. 영원한 현재성을 띠는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하느님 본연의 제자리로 돌아오는 게 회개입니다. 하느님께로의 방향전환이 회개입니다. 하느님께로 돌아올 때 참 나를 발견합니다. 회개의 그 자리가 하늘 나라요 꽃자리입니다. 한 두 번의 회개가 아니라 평생 회개의 여정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입니다. 


정말 심각한 병이 ‘무지無知의 병’입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자기를 모르는 무지의 병입니다. 무지의 병에서 탐욕과 교만입니다. 무지의 일란성 쌍둥이가 바로 탐욕과 교만입니다. 이들이 우리를 눈멀어 어리석게 합니다. 회개가 무지의 유일한 치료제입니다.


바로 대림시기는 회개의 시기입니다. 깨어 있을 때 회개요 회개로 마음 순수해 질 때 하느님을 만나 하늘나라를 삽니다. 순수와 열정은 함께 갑니다. 순수에서 샘솟는 사랑의 열정입니다. 


셋째,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십시오.

하느님께는 일체의 기득권이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녀들을 만드실 수 있습니다.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찍혀서 불에 던져질 것입니다. 


모두가 회개의 긴박성을 알리는 말씀입니다. 회개의 열매는 무엇입니까? 겸손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누구보다 겸손한 사람이었습니다. 진정 영성의 대가는 겸손한 사람이요 겸손할 때 하느님을 만납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을 들고 다닐 자격초차 없다. 그분께서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또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하시어, 알곡은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버릴 것이다.”


알곡의 삶입니까? 쭉정이의 삶입니까? 알맹이의 삶입니까? 껍데기의 삶입니까? 이래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는 것입니다. 이미 성령과 불로 세례를 받은 우리들이요,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성령의 선물을 받고 사랑의 불로 정화되는 우리들입니다.


“그 위에 주님의 영이 머무르리니, 지혜와 슬기의 영, 경륜과 용맹의 영, 지식의 영과 주님을 경외함이다.”


주님의 영으로 충만할 때 정의와 평화의 실현입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의 주제는 정의와 평화입니다. 대림시기 오시는 예수님은 물론 우리를 통해 실현되어야 할 회개에 합당한 열매가 바로 정의와 평화입니다. 


“그는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판결하지 않고, 자기 귀에 들리는 대로 심판하지 않으리라. 힘없는 이들을 정의로 재판하고, 이 땅의 가련한 이들을 정당하게 심판하리라. 그는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막대로 무뢰배를 내리치고, 자기 입술에서 나오는 바람으로 악인을 죽이리라.”


이런 정의의 실천은 그대로 회개의 열매이자 성령의 은총입니다. 이런 정의의 실현에 이어 유토피아 평화의 실현입니다. 다음 평화의 비전은 얼마나 아름답고 환상적인지요. 온갖 피조물의 평화로운 공존입니다. 


“늑대가 새끼 양과 함께 살고,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지내리라. 송아지가 새끼 사자와 더불어 살쪄가고,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로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나란히 풀을 뜯고, 그 새끼들이 함께 지내리라.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 젖먹이가 독사 굴 위에서 장난하며, 젖 떨어진 아이가 살무사 굴에 손을 디밀리라.”


언제 읽고 들어도 신바람 나는 예언자들이 꿈꾼 영원한 평화의 왕국입니다. 바로 우리가 꿈꾸는 하늘 나라의 비전입니다. 사람들은 악하게도 패덕하게도 행동하지 않고, 바다를 덮는 물처럼 땅이 주님을 앎으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바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가 겸손에 이어 정의와 평화의 실현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제2독서에서 평화로운 공존의 비결을 알려줍니다. 우리는 모두 성경에서 인내를 배우고 위로를 받아 희망을 간직하게 됩니다. 인내와 위로, 희망의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뜻에 따라 서로 뜻을 같이 하게 하시어, 한마음, 한목소리로 하느님을 찬양하게 함으로 비로소 평화로운 일치의 공존이라는 것입니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간곡한 당부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께서 여러분을 기꺼이 받아들이신 것처럼, 여러분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서로 기꺼이 받아들이십시오.”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서로 받아들일 때 평화로운 공존의 일치요, 환하게  드러나는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참 좋은 회개의 열매가 이런 평화입니다.


주님은 대림 제2주일, 우리에게 오시는 당신의 길을 잘 마련할 수 있는 처방을 알려주셨습니다.


1,깨어 있으십시오. 

대림시기는 고독과 침묵의 광야에서 오시는 주님을 깨어 기쁨으로 기다리는 은총의 시기입니다.


2.회개하십시오.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습니다. 끊임없는 회개로 깨끗해진 마음 자리, 바로 거기서 실현되는 하늘 나라입니다.


3.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십시오. 

겸손과 정의, 평화의 열매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한 성령의 은총이 이를 가능하게 해 줍니다. 


“예루살렘아. 일어나 높은 곳에 서서, 하느님에게서 너에게 오는 기쁨을 바라보아라.”(바룩5,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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