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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5. 대림 제3주간 목요일                                                                                이사54,1-10 루카7,24-30



유배인流配人의 삶

-구원의 출구出口-



어느 문학상 시부분 당선자의 아름다운 소감글 제목이 한 단락이 눈에 와 닿았습니다. 


“소포 김만중 선생의 유배생활, 그 사소하고 내밀한 일상을 상상하며 시를 썼습니다. 유배의 일상에 깃든 외로움과 고독은 시공을 초월한 것이어서 어렴풋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어쩌면 유배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귀양간 자식처럼 글 쓰는 아들 걱정하던 부모님께 꽃다발을 바칩니다. 남해 푸른 물빛처럼 서늘하고 깊은 시를 쓰겠습니다. 오늘이 아닌 내일의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이 되겠습니다.”


유배인의 심중에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그래도’ 미래의 구원의 출구를 향한 희망을 노래한 시같은 소감글입니다. 마침 새벽 인터넷 뉴스를 일람하던중 한 내용 역시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예감은 했지만 충격이었습니다.


-“국조서 드러난 ‘은둔 대통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가 거듭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베일에 싸인’ 집무 방식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주로 관저에 머물며 밥도 혼자 먹을 정도로 폐쇄적이었던 박 대통령의 ‘은둔형’ 업무 스타일이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움과 연민의 마음이 가득합니다. 진짜 영성의 특징은 개방성, 유연성, 신축성, 단순성 등인데 폐쇠적 은둔적 삶은 말 그대로 스스로 자초한 유배인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개방과 관계 맺기 없는 삶은 참으로 위험천만입니다. 존재는 관계입니다. 이어지면 살고 끊어지면 죽습니다. 고립단절의 유배인의 삶 자체가 지옥입니다.


아무리 세상살이가 험하고 힘들다 해도 세상을 향해 활짝 열어야 합니다. 앞문은 세상의 사람들에게, 뒷문은 사막의 하느님께 활짝 열려 있어야 성공적 유배인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유배인의 삶을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구원의 출구’가 있습니다. 활짝 열린 하늘로 향한 뒷문이, 미래의 문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자 구원입니다. 새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은 ‘그래도’임을 깨닫습니다. 하여 대림시기, 시간이 좀 걸려도 가장 많이 써드리는 고백성사시 처방전은 바오로 사도의 다음 말씀입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이 뜻입니다.”(1테살5,16-18).


‘여러분’ 대신 형제자매들의 이름을 써넣은 다음 말씀의 처방전을 드리며 ‘그래도’ 기뻐하며, 기도하며, 감사하며 살라고, 또 이것이 ‘구원의 출구’라고 간곡히 권합니다. 그래야 ‘무너지지 않고’ ‘가라않지 않고’ 하느님을 향해 비상飛翔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늘 말씀도 당대 희망없이 살아가는 유배인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 선포의 대상은 바빌론 유배중인 이스라엘 백성이었고, 당대 예수님의 말씀 선포 대상은 로마 식민지로 전락한 유배인의 삶과 다를바 없는 이스라엘 민중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양상과 정도의 차이일뿐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는 유배인 삶의 현실입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사자후獅子吼를 터뜨리며 희망과 기쁨의 메시지를 선포합니다. 활짝 열린 구원의 출구를 제시합니다.


“환성을 올려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아! 기뻐 소리쳐라, 즐거워하여라, 산고를 겪어 보지 못한 여인아!”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나 산고를 겪어보지는 못한 여인이 상징하는 바 절망상태에 있는 유배인들인 우리 모두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으리라. 수치스러워하지 마라.네가 창피를 당하지 않으리라. 너를 만드신 분이 너의 남편, 그 이름 만군의 주님이시다.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이 너의 구원자, 그분께서는 온땅의 하느님이라 불리신다. 내가 잠시 너를 버렸지만 크나큰 자비로 너를 다시 거두어 들인다. 분노가 북받쳐 내 얼굴을 잠시 너에게서 감추었지만, 영원한 자애로 너를 가엾이 여긴다. 내가 맹세한다. 산들이 밀려나고 언덕들이 흔들린다 하여도, 나의 자애는 너에게서 밀려나지 않고, 내 평화의 계약은 흔들리지 아니하리라.”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한 현재로 오늘 지금 여기 함께 계신 우리의 구원자이신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니 무슨 말을 더 붙이겠습니까! 하느님은 결코 군더더기 미사여구를 쓰지 않으시고 구원의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달하십니다. 구원의 출구를 활짝 열어 주시어 ‘그래도’ 섬에 살게 하십니다. 예수님 역시 구원의 출구를 찾는 절망중의 민초民草들에게 그 문을 활짝 열어주십니다.


“너희는 무엇을 구경하러 광야에 나갔더냐? 무엇을 보러 나갔더냐? 예언자냐? 그렇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예언자보다 더 중요한 인물이다.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없다. 그러나 하느님의 나라에서는 가장 작은 이라도 그보다 더 크다.”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이미 하느님의 나라를 살고 있는 가장 작은 우리일지언정 요한보다 더 크다는 폭탄선언같은 말씀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되어 살 때 우리 하나하나가 유배인의 삶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구원의 출구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은 모두가 우리 구원의 출구이신 하느님께 드리는 찬미와 감사로 가득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유배인의 삶에서 벗어나 구원의 기쁨으로 충만한 찬미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께 충실한 이들아. 주님께 찬미 노래 불러라. 거룩하신 그 이름을 찬송하여라. 그분의 진노는 잠시뿐이나, 그분의 호의는 한평생이니, 울음으로 한밤을 지새워도, 기쁨으로 아침을 맞이하리라.”(시편30,5-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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