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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8.26.연중 제21주간 목요일                                                           1테살3,7-13 마태24,42-51

 

 

 

깨어 있어라

-오늘 지금 여기서, 주님과 함께 하는 삶-

 

 

 

오늘 복음의 서두에서 예수님의 “깨어 있어라.”는 말씀이 강렬히 마음에 와 닿습니다. 이 말씀은 바로 요셉 수도원 설립이후 최초로 여기 성전에서 2016년 3월 19일 종신서원을 한 문 도미니코 수사 상본의 성구이기도 합니다. 이어 상본 뒷면은 성전 뒷면 벽의 늘 깨어 있는 수도자를 상징하는 사진 올빼미 눈입니다. 

 

제 집무실 책상위에도, 또 제의방에도 깨어 있음을 상징하는 영롱한 눈을 지닌 흰 올빼미 도자기 작품이 있습니다. 지난 7월11일에 종신서원을 한 정 아브라함 수사의 상본 성구 “아브라함아!” 역시 강렬한 느낌에 깨어 있게 합니다. 이 말씀을 상기할 때 마다, 깨어 있다가 즉시 “예, 여기 있습니다.” 응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 주님의 복음 말씀은 그대로 오늘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밤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깨어 있으면서 도둑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믿는 모든 이들에게 그대로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주인 대신 ‘주님’을, 또 ‘죽음’을 넣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언제 주님이, 죽음이 올지 아무도 모르기에 늘 깨어 준비할 수 뿐이 없을 것입니다. “깨어 있어라.”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영성생활의 궁극 목표가 바로 늘 오늘 지금 여기서 깨어 있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늘 강조하는 끊임없는 기도 역시 늘 깨어 있는 삶을 목표로 합니다.

 

참으로 깨어 있을 때 깨끗한 마음에 이어지는 깨달음의 은총입니다. 깨어 있음은 빛입니다. 깨어있음은 생명입니다. 깨어 있음은 침묵입니다. 깨어 있음은 기쁨입니다. 깨어 있음은 평화입니다. 깨어 있음은 주님의 현존입니다. 깨어 있음은 위로와 치유의 구원입니다. 깨어 있음은 순수와 진실입니다. 빛으로 깨어 있을 때 죄도 유혹도 들어오지 못합니다. 깨어 있음의 은혜가 참으로 끝이 없습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이 늘 깨어 살 수 있었음은 임박한 주님의 재림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주님이 언제 재림할지 모르기에 늘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종말론적 분위기에서 살았습니다. 테살로니카 교우들의 이런 종말론적 열심한 믿음에 감격한 바오로 사도요, 바오로 사도 또한 이런 하루하루 간절한 종말론적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는 이 모든 재난과 환난 속에서도 여러분의 일로 격려를 받았습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믿음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다고 하니 우리는 이제 살았습니다. 우리가 여러분 덕분에 하느님 앞에서 누리는 이 기쁨을 두고, 하느님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까? 우리는 여러분의 얼굴을 보고 또 여러분의 믿음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게 되기를 아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종말론적 분위기가 물씬 배어있는 기쁨과 감사로 충만한 간절한 기도입니다. 진짜 살아있는 분위기입니다. 임박한 주님 재림에 대한 믿음 때문에 형제애의 실천에 최선을 다할 것을 간곡히 당부하며 기도하는 바오로입니다. 오로지 오늘 삶의 초점은 주님 재림에 두고 있음을 봅니다.

 

“여러분이 서로 지니고 있는 사랑과 다른 모든 사람을 향한 사랑도, 여러분에 대한 우리의 사랑처럼 주님께서 더욱 자라게 하시고 충만하게 하시며, 여러분의 마음에 힘을 북돋아 주시어, 우리 주 예수님께서 당신의 모든 성도들과 함께 재림하실 때, 여러분이 우리 아버지 앞에서 흠없이 거룩한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깨어 있는 삶입니다. 특히 전체를 살피는, 디테일에 강한 공동체의 지도자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오늘 복음 후반부는 공동체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주인이 종에게 자기 집안 식솔들을 맡겨 그들에게 제때에 양식을 내주게 하였으면, 어떻게 하는 종이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비단 책임자들뿐아니라 누구나 늘 깨어 기도하고 준비하며 제 삶의 자리에서 소임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구원이요 생명임을 깨닫습니다. 33년 수도원에 정주하다 보니 세월이 흐르는 것이 형제들의 변하는 외관에서 한 눈에 보입니다. 어제 수도원에 자주 와서 일하는 분들을 보면서도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습니다. 기력이 예전만 못해 땀을 뻘뻘흘리며 일하는 형제에게 강복을 주며 드린 격려 말씀이 생각납니다.

 

“형제님의 삶자체가 구원입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주님 재림에 대한 확고한 믿음 때문에 종말론적 깨어 있는 삶이 가능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늘 깨어 있는 삶이 가능하겠습니까? 우리 하느님 아버지 앞에 흠 없이 거룩한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겠습니까? 유비무환有備無患입니다. ‘메멘토 모리!’ 늘 죽음을 기억하며 하루하루의 일과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베네딕도 성인도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 말씀하셨습니다. 쏜살같이, 강물처럼 흐르는 세월입니다. 주변에서 세상을 떠나는 이들을 보면 죽음도 머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삶의 여정을 일일일생一日一生, 일년사계一年四季로 압축해 보며 과연 나는 어느 시점에 와 있는가 확인할 때 저절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지 않고 절박한 심정에 깨어 살게 될 것입니다. 거품이나 환상은 사라지고 하루하루의 선물에 겸손과 감사의 마음으로 책임을 다하며 본질적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제 경우 현재의 시점을 살펴보니 오후 4시, 계절로 하면 초겨울쯤 되는 듯합니다. 

 

죽음 묵상에 이어 깨어 있는 집중적 영적 훈련을 권합니다. 치매 예방에 최고의 처방입니다. 비움기도, 향심기도, 명상기도 등 어느 기도의 수련도 좋습니다. 기도의 원리는 똑같습니다. 날마다 일정시간, 일정장소에서 호흡에 맞춰 성구聖句를 반복하며 주님 사랑의 현존 안에 머물며 깨어 드리는 기도입니다. 시종여일始終如一 한결같이 기도 수행에 정진할 때 늘 깨어 있는 삶도 가능합니다. 

 

참으로 깨어 있음의 집중적 영적 훈련이 절실한 코로나 시대입니다. 마스크는 침묵을, 거리두기는 고독을, 손씻기는 회개를 상징한다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침묵과 고독, 회개의 삶중에 날로 내적 깊이를 더해 주는 명상기도 훈련이 참으로 긴요하다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깨어 있는 삶에 항구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끝으로 종말론적 깨어 있는 삶을 위한 좌우명 시(座右銘 詩) 한 연을 다시 나눕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게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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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8.26 07:57
    "사랑하는 주님, 매일 아침 주시는 생명의 말씀으로
    시작하는 하루가 누군가는
    애타게 그리는 하루임을
    생각하며 주님 주신 소중한
    선물 최선을 다해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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