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5.2.20.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이사58,1-9ㄴ 마태9,14-15


                                                                                참된 단식

                                                                     -하느님이 좋아하시는 단식-


참(眞)된 단식은 복(福)된 단식입니다. 참된 영성을, 참된 겸손을 보여줍니다. 삶과 신앙, 영성과 삶의 일치를 보여줍니다. 이런 단식이 감동을 줍니다. 억지로, 의무로, 타인을 의식한 단식이 아니라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자발적 표현이 단식 수행입니다. 어제 미국의 말지나 자매로부터 받은 카톡메시지를 잊지 못합니다.


"미국으로 세월호 유가족 두분이 간담회 초청으로 오신대요. 그런데 그분들이 뉴튼수도원 방문을 요청하셨답니다. 사무엘 원장님과 수사님들께서 흔쾌히 허락하시고 미사도 함께 하시기로 하셨어요. 어제는 수사님들께서 저희들과 함께 희생자 304명의 이름을 적은 노란 리본을 만들어 나무에 달았어요. 그 아이들이 물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지 우린 상상조차 안됩니다. 부디 하늘의 별이 되어 상처받은 가족들을 비춰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성껏 만들었어요. 올해 사순 피정의 첫 걸음이었어요.“


이웃의 아픔에 동참하는 진정성 가득한 말지나 자매의 사랑의 편지였습니다. 바로 이런 잊지 않고 기억하고 기도하는 사랑의 실천이 참된 단식의 정신입니다. 모든 영성의 진정성은 겸손에서 들어납니다.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는 단식이 아니라 감쪽같이 숨겨져 있어 하느님만이 아시는 겸손한 단식입니다.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마태9,14).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이런 '자기(ego)'를 만족시키는, 이웃에 보이는 단식은 주님이 좋아하는 참된 단식이 아닙니다. 단식을 많이한다 하여 거룩해지는 것도, 구원받는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단식의 때가 되면 단식할 것이라고 지혜롭게 답변하십니다. 다음 재의 수요일 복음이 겸손한 단식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너는 단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마태6,18).


바로 이것이 하느님 중심의 순수한 단식, 겸손한 단식, 이웃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단식, 내적으로 자유롭게 하는 단식입니다. 이런 참된 단식과 사랑의 실천이 일치를 이룰 때 비로소 단식의 완성이요 참된 영성의 표지가 됩니다. 하느님은 이사야 예언자를 통해 참된 단식의 속내를 속시원히 털어 놓으십니다.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이사58,6-7).


바로 '가련하게 떠도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해 주고자 '하느님의 집'에 맞아들인 뉴튼수도원의 수도형제들입니다. 이런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는 참된 단식의 사람들에게 하느님은 축복을 약속하십니다.


"그리하면 너의 빛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 너의 의로움이 네 앞에 서서 가고, 주님의 영광이 네 뒤를 지켜 주리라. 그때 네가 부르면 주님께서 대답해 주시고, 네가 부르짖으면 '나 여기 있다.'하고 말씀해 주시리라.“(이사58,8-9ㄴ).


이사야 예언자를 통한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사랑과 정의의 실천이란 참된 영성을, 참된 단식의 정신을 살 때 하느님은 어김없이 함께 해주신다는 확약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겸손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참된 단식의 영성을 살 수 있는 은총을 주십니다.


"주님, 당신의 길을 알려 주시고, 당신의 행로를 가르쳐 주소서."(시편25,4). 아멘.

  • ?
    부자아빠 2015.02.20 05:42
    아멘! 신부님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하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78 늘 하느님을, 하늘 나라를 꿈꾸십시오 -꿈은 이뤄집니다-2023.7.12.연중 제14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3.07.12 321
677 늘 주님과 함께 머무르십시오 -“와서 보시오.”-2018.1.4. 주님 공현 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8.01.04 180
676 늘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 -주님과 우정友情의 여정-2019.8.20.화요일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1090-1153)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8.20 222
675 늘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 -인내와 겸손이 답이다-2023.7.17.연중 제15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07.17 307
674 늘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 -늘 기도하십시오-2019.7.12.연중 제14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7.12 167
673 늘 새롭게 시작하는 삶 -끝은 시작이다-2018.11.18.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1 프란치스코 2018.11.18 131
672 늘 새로운 하루 -참으로 절실한 관상적 삶-2021.7.17.연중 제15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7.17 116
671 늘 새로운 시작-해뜨는 마을-2016.11.22. 화요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11.22 117
670 늘 새로운 시작 -회개의 삶-2016.1.4. 주님 공현 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6.01.04 239
669 늘 새로운 시작 -사랑과 인내, 노력과 훈련의 수행-2021.11.8.연중 제32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11.08 166
668 늘 새로운 시작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2019.4.23.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4.23 145
667 늘 새로운 시작 -부활하신 사랑의 주님과 함께-2020.4.17.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4.17 146
666 늘 새로운 삶의 시작 -끝은 시작이다-2022.2.19.연중 제6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2.02.19 152
665 늘 새로운 만남, 새로운 시작 -주님과 함께-2019.8.24. 토요일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8.24 184
664 눈높이 사랑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2016.3.30.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6.03.30 423
663 누구를 찾느냐? -찾아라, 만나라, 전하라-2023.7.22.토요일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프란치스코 2023.07.22 277
662 누가 하느님의 사람인가?-2017.6.5. 월요일 성 보니파시오 주교(675-754)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7.06.05 104
661 누가 참으로 주님을 따르는 사람인가? -자비로운 사람-2019.3.18. 사순 제2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3.18 144
660 누가 참 행복한 사람인가? -행복하여라, 하느님께 희망을 둔 사람!-2023.9.13.수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349-40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9.13 257
659 누가 참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인가? -성소聖召에 충실한 사람-2018.7.15. 연중 제15주일 2 프란치스코 2018.07.15 96
Board Pagination Prev 1 ... 133 134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