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7.12.연중 제14주간 수요일 

창세41,55-57;42,5-7ㄴ.17-24ㄱ 마태10,1-7

 

 

 

늘 하느님을, 하늘 나라를 꿈꾸십시오

-꿈은 이뤄집니다-

 

 

 

어제 7월11일 성 베네딕도 아빠스 대축일 미사후 성전 밖에 나오니 줄기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고 이후 계속 내리는 비였습니다. 뜻밖에 사촌 형님 조카 딸 글라라에게 이성철 사도 요한 사촌 형님의 부음을 들었습니다. 바로 어제 대축일에 101세 집안 최고 어른인 형님께서 선종하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어 계속 삶과 죽음에 대해 묵상한 날이었습니다.

 

어제는 제 사제서품 34주년이 되는 날이자 여기 요셉수도원에 부임한지 3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마침 2009년도 시집에서 35년전 1988년 7월11일을 회상하며 써 놓은 글을 발견했습니다.

 

“본원에서 파견 받아 떠나기 전날 밤

본원 성전에서 밤새

주님께 3천배 절하였다

‘불암산이 떠나면 떠났지 난 안 떠난다’

다짐하며 살아왔다

성철 큰 스님의 말씀

‘종신불퇴終身不退’

좌우명으로 배수진을 치고 살아왔다

오늘 지금 여기까지 하루만 살아왔다

나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다”

 

35년전 일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몸은 좀 약해졌어도 영원한 주님의 전사로서 초심의 열정은 여전합니다. 이어 두편의 시詩가 마음에 와닿아 나눕니다. 여기 수도원에 사는 동안 시는 저에겐 호흡과 같았습니다. 숨쉬듯이 참 많이 써온 시들입니다.

 

“삶은 순종이다

때를 아는 것이 지혜다

아무도 

보아주는 이, 알아주는 이 없어도

때되면 

하늘 향해 소리없이 사랑으로 청초하고 아름답게 폈다 지는

온갖 파스카의 꽃들

사람의 삶과 죽음도 저처럼 자연스러울수는 없나.”

 

죽음에 대한 답은 하느님뿐입니다. 늘 하느님을, 하늘 나라를 꿈꾸며 사는 것입니다. 꿈은 이루어집니다. 바로 오늘 강론 제목이기도 합니다. 늘 하느님을 꿈꾸며 살아갈 때 삶과 죽음의 화해요 서로는 다정한 길동무가 됩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하느님 꿈의 실현입니다. 꿈이 없으면 살아 있어도 살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사람들만 꿈꿉니다.

 

“살아있는 것들만 꿈꾼다

죽어있는 것들은 꿈꾸지 않는다

진초록 나뭇잎들로

화사한 꽃들로

피어나는 꿈의 나무들

살아있는 것들만 꿈꾼다”

 

저에겐 아름다운 자연이 하느님 꿈의 실현처럼 보입니다. 오늘 창세기의 주인공 요셉이 누구입니까? 늘 하느님을 꿈꿨던 꿈쟁이였습니다.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에 이어 등장한 오늘 제1독서 창세기의 주인공 요셉입니다. 요셉이야 말로 하느님의 위대한 꿈의 실현자입니다. 이래야 참으로 살아있다 할 수 있습니다. 언젠가가 아닌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서서히 우리를 통해 실현되는 하느님의 꿈입니다. 

 

요셉뿐 아니라 오늘 복음의 예수님도 늘 하느님을, 하늘나라를 꿈꿨던 꿈쟁이였습니다. 아니 성서와 교회의 모든 성인성녀들이 평생 하느님을 꿈꾸며 살았던 하느님 꿈쟁이였습니다. 우리 하나하나를 통해 펼쳐지는 하느님의 꿈입니다. 

 

아, 오늘 7월12일은 2020년 선종하신 우리 이정우 바오로 수사님의 제3주기 기일이 되는 날입니다. 수사님 역시 주님 ‘파스카의 꽃’처럼 하느님을 꿈꾸며, 하느님 꿈의 실현으로 꽃처럼 아름답게 살다가 하느님께 가셨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살아 있는 모든 믿는 이들의 삶은 하느님을 꿈꾸며 살다가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는 ‘귀향歸鄕의 여정’중인 삶입니다. 

 

오늘 요셉의 하느님 꿈의 실현은 얼마나 감동적인지요. 하느님의 꿈이 요셉을 통해 실현되니 하느님의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시야와 사랑이 놀랍습니다. 결국은 요셉의 집안뿐 아니라 세상 굶주린 모든 이들이 요셉을 통해 살게 되었습니다. 요셉이야 말로 예수님의 예표입니다. 죽이는 꿈이 아니라 살리는 꿈, 하느님의 꿈이요, 바로 요셉이 하느님 꿈의 실현자가 됩니다.

 

‘온 세상은 요셉에게 곡식을 사려고 이집트로 몰려들었다. 온 세상이 기근이 심하였기 때문이다...그때 요셉은 그 나라의 통치자였다. 그 나라 모든 백성에게 곡식을 파는 이도 그였다.’

 

마침내 요셉을 통해 하느님의 꿈은 이루어져 요셉은 형제들을 만납니다. 요셉은 자기의 신분을 감춘후 자기 앞에서 형제들이 뉘우치며 주고 받는 대화를 귀기울여 듣다 그들 앞에서 물러나와 웁니다. 하느님의 꿈쟁이 요셉의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장면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역시 요셉을 능가하는 하느님의 꿈쟁이였습니다. 예수님의 유일한 소망은 단 하나! 하늘 나라 꿈의 실현입니다. 정말 진짜로 참으로 살아있는 이들은 늘 하느님을 꿈꾸며, 기도하며 사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의 꿈을 실현하고자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어, 그것들을 쫓아내고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게 하십니다. 아, 바로 이것이 구체적 하느님 꿈의 실현입니다. 예수님처럼 곤궁중에 있는 이들을 보살피고 살리는 일을 하는 이들이 진정 하느님 꿈의 사람들입니다. 

 

제자들을 하늘 나라의 일꾼으로, 하느님 꿈의 사람들로 파견하신 똑같은 주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후 우리 모두 세상에 파견하시며 거두절미(去頭截尾) 말씀하십니다. 

 

“길잃은 양들에게 가라.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하고 선포하여라.”

 

길잃은 양들이 상징하는 바, 바로 꿈을, 하느님 꿈을 잃은 사람들입니다. 재앙중의 재앙이 세상 맛에 중독되어 하느님 맛을, 하느님 꿈을 잃고, 까맣게 잊고 사는 무지의 사람들입니다. 오늘 하루도 하늘 나라의 꿈을 실현하며 참으로 사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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