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1. 연중 제4주간 목요일                                                                              1열왕2,1-4.10-12 마르6,7-13



내 삶의 성경책

-한결같은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의 삶-



오늘 강론 제목은 전혀 뜻밖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다윗의 파란만장했던 삶에 마침표를 찍는 임종장면입니다. 아, 이렇게 한 인생이 끝납니다. 순간 다윗의 삶이 한 권의 성경책처럼 느껴졌고 즉시 택한 “내 삶의 성경책-한결같은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의 삶-”이란 강론 제목입니다.


한 평생 믿음으로 살았던 지인들의 임종장면을 볼 때 마다 와닿는 느낌은 각자 고유의 인생이 그대로 한 권의 성경책 같다는 것입니다. 죄와 은총이 점철된 하느님의 성경책입니다. 사실 무수한 성인전들을 읽으면 그대로 각자 고유의 성경책임을 깨닫게 됩니다.


성경독서, 거룩한 독서로 일컬어지는 라틴어 원어 그대로 사용하는 용어가 바로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입니다. 요즘 많이 소개되고 있는 영성생활의 필수 수행입니다. ‘렉시오 디비나Lectio Divina’ 수행은 세 대상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1차 대상은 신구약성경책, 2차 대상은 자연성경책, 3차 대상은 내 삶의 성경책이라는 것입니다. 원래의 ‘들음-묵상-기도-관상-실천’으로 이뤄지는 신구약성경의 렉시오 디비나가 전 삶으로 확장된 형태요 이런 렉시오 디비나의 생활화로 비로소 관상적 삶의 실현입니다. 


렉시오 디비나의 궁극의 도달 지점은 내 삶의 성경책입니다. 하루하루 하느님과 함께 써내려가야하는 죽어야 끝나는 내 삶의 성경책입니다. 내 산 햇수 곱하기 365일 하면 현재 대략의 쪽수가 나올 것입니다. 과연 내 삶의 성경책 남은 쪽수는 얼마나 될까요?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하면 현재 내 삶은 오전 또는 오후 몇 시지점에 와있겠는지요? 인생사계로 압축하면 현재 내 삶은 어느 계절쯤 위치해 있겠는지요? 자주 피정지도시 던지는 물음입니다. 이런 성찰이 내 삶의 성경책을 살펴보며 렉시오 디비나 하면서 삶을 추스르게 합니다. 우리가 주님 앞에 갔을 때 주님께 드릴 유일한 선물은 내 삶의 성경책입니다.


다윗의 임종장면이 참 장엄합니다. 죽음은 삶의 요약입니다. 죽음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그의 삶입니다. 참으로 치열했던 다윗의 삶처럼 죽음도 참으로 장엄합니다. 사랑하는 아들 솔로몬에게 내리는 유언입니다.


“나는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을 간다. 너는 사나이답게 힘을 내어라.”

에 이어지는 구구절절 애정이 가득 담긴 충고입니다. 과연 여러분이 임종한다면 어떤 사랑하는 이에게 어떤 임종어를 남길 수 있을런지요. 


‘다윗은 자기 조상들과 함께 잠들어 다윗성에 묻혔다. 다윗이 이스라엘을 다스린 기간은 마흔해이다. 헤브론에서 일곱 해, 예루살렘에서 서른세 해를 다스렸다.’


다윗의 평생 치열하고 항구한 삶이 감동적입니다. 과연 우리는 이런 준비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런지요. 두루두루 생각하게 하는 다윗의 임종장면입니다. 가끔 지금까지 살아 온 내 삶을 렉시오 디비나 하면서 또 새롭게 오늘 내 삶의 성경책 한 쪽을 쓰시기 바랍니다. 과연 어떻게 하면 남은 인생, 내 삶의 성경책을 잘 써갈 수 있겠는지요? 바로 오늘 복음이 답을 줍니다. 몇가지 사항을 알려 드립니다.


1.생생한 하느님 나라 비전을 지니고 실현하며 사는 것입니다. 

바로 복음 선포의 삶입니다. 하느님 나라 비전이 우리 삶의 꼴을 잡아주며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게 합니다. 파스카의 예수님을 통해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는 우리의 영원한 꿈이자 희망이자 비전입니다. 이렇게 늘 빛나는 하느님 나라 비전을 지녀야 내 삶의 성경책 잘 써갈 수 있습니다.


2.부르심과 응답의 삶의 리듬에 충실하며 끊임없는 회개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도래와 더불어 우리의 필수적 응답이 회개입니다. 회개를 통해 활짝 마음을 열고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오늘 지금 여기서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입니다. 


구체적으로 회개는 주님의 부르심과 우리의 응답으로 이뤄집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의 부르심에 회개로 응답함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유일무이한 오늘 하루입니다. 평생이 부르심과 응답으로 이뤄지는 회개의 여정에 충실할 때 내 삶의 성경책 잘 써 갈 수 있습니다.


3.소유가 아닌 존재에 삶의 중심을 두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관상적 삶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이어 파견하십니다. 역시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은사를 주시어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예수님의 다음 당부 말씀은 소유가 아닌 존재에, 사명 수행에 충실하라는 말씀입니다.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당시 제자들은 하느님의 섭리와 신도들의 환대에 전적으로 의탁할 수 있어 이런 무소유의 삶이 가능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최소한의 소유에 만족하고 존재의 본질적 삶에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정말 부자는 가진 것이 많은자가 아니라 필요로 하는 것이 적어 존재의 기쁨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이들입니다.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추구했던 옛 선비들의 삶이 좋은 본보기입니다. 이렇게 소유로부터 자유로워야 아름다운 내 삶의 성경책을 잘 쓸 수 있습니다.


4.치유와 자유의 전인적 삶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살아계신 주님을 만날 때 기쁨과 평화의 선물에 치유와 온전한 삶의 구원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 즉 치유에 살아계신 주님과의 만남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온전함wholeness’이 ‘거룩함holiness’입니다. 발음도 같아 더욱 깊이 마음에 각인되는 느낌입니다. 주님께 치유 받아 온전해 질 때 바로 거룩한 삶, 아름다운 삶, 자유로운 삶입니다. 


그러니 수도원의 ‘기도와 일과 성독Lectio Divina’의 세요소가 조화와 균형을 이룬 일과표보다 더 좋은 치유 시스템도 없습니다. 그러니 각자 삶의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치유 시스템과도 같은 나름대로의 일과표를 만들고 실천하기 바랍니다. 이래야 치유와 구원의 자유로운 삶이요, 주님을 중심으로 질서 잡힌 삶에 내 삶의 성경책도 잘 쓸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은 회개하라고 선포하며,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는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고쳐 주었다 합니다. 제자들을 통해 파스카의 주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똑같은 파스카의 주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를 치유해 주시고 당신 능력으로 가득 채워 주시어 당신 평화와 치유의 일꾼으로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아멘.

  • ?
    안젤로 2018.02.01 09:28
    평생이 부르심과 응답으로 이뤄지는 회개의 여정에 충실할때
    비로소 오늘 지금 여기서 실현되는 하느님 나라 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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