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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17. 연중 제16주일(농민주일) 

                                                                                              창세18,1-10ㄴ 콜로1,24-28 루카10,38-42


                                                                            환대의 영성

                                                                   -환대의 집, 환대의 사람-


환대란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습니다. 환대받은 감미로운 추억은 내내 잊지 못할 것이며 반대로 냉대받은 아픈 추억 역시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입니다. 참 매력적인 환대의 사람, 환대의 집입니다. 우리 분도 수도원은 전통적으로 하느님의 집이자 환대의 집이라 불리며 여기 사는 수도자들도 환대의 사람이라 불립니다. 환대의 영성은 분도회의 특징적 영성입니다.


올해 1월말 대구분도수녀원에 피정지도차 방문했을 때 부원장 수녀님의 수도명이 참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새롭니다. 바로 예수님이 자주 찾았던 삼남매의 집이 있던 마을 이름인 베타니아를 따서 ‘베타니아’ 라 작명한 수도명이었습니다. 


라자로, 마르타, 마리아 삼남매는 환대의 사람이었고, 이들이 살던 집은 환대의 집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얼마나 편안하면 내집처럼 자주 찾으셨겠는지요. 그러니 이들이 살던 마을 이름인 베타니아를 수도명으로 정하였다면 그 수녀님의 환대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환대의 사랑, 환대의 기쁨입니다. 환대로 표현되는 사랑이요, 환대의 기쁨을 능가할 기쁨도 드물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을 맞이하는 마리아와 마르타의 환대가 인상적입니다. 한 때는 오늘 복음을 관상과 활동으로 나눠 관상의 우월성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지만 완전히 핵심에서 벗어난 해석입니다. 관상과 활동간의 우열(優劣)이 아닌 환대에서의 우선(優先)순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주님을 환대함에 있어 말씀 경청이 음식 접대에 우선한다는 것입니다. 둘 다 예수님에 대한 극진한 사랑의 표현인 환대였지만 마리아의 환대가 참으로 적절했다는 것입니다. 내 뜻대로의 환대가 아니라 상대방 뜻대로의 환대인데, 마리아는 당신의 말씀을 우선 귀기울여 듣기를 원하셨던 주님의 심중을 꿰뚫어 보았음이 분명합니다.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지요. 바로 주님이 원하시는 환대는 우선 이런 당신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분도 규칙의 첫 말도 ‘들어라!’로 시작되며 구약 예언자들 역시 한결같이 ‘들어라!’로 시작하지 않습니까? 주님은 마르타의 불평에 환대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시며 그의 무지를 깨우쳐 주십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하며 염려하고 걱정하는 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마르타의 음식접대의 환대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환대의 우선순위를 일깨우는 것입니다. 사랑의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바로 오늘 복음에 앞선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마르타의 음식접대로 표현된 사랑의 환대를 넉넉히 이해하지만 우선 주님이 원하시는 것은 당신 말씀 경청의 환대라는 것입니다. 


하여 주님을 환대하는 미사전례 역시 먼저 말씀 경청의 ‘말씀전례’에 이은 주님의 성체성혈을 나누는 ‘성찬전례’가 자리하고 있음을 봅니다. 주님은 환대의 원천입니다. 주님은 가슴 활짝 열고 모두를 환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주님의 환대에 대한 우리의 환대의 응답입니다. 이런 주님의 환대를 체험한 사람들이 환대의 사람들이 됩니다. 마르타와 마리아 남매는 주님을 환대하기 이전에 이미 주님의 따뜻한 환대를 체험했음이 분명합니다. 이런 주님의 환대를 배우고 닮아 환대를 실천하는 ‘환대의 사람들’이 바로 수도자들이며 이들이 살고 있는 ‘환대의 집’이 바로 수도원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리아는 물론 1독서의 아브라함과 2독서의 바오로 사도 역시 전형적인 환대의 사람들입니다. 아니 성서의 인물들이 모두 주님을 닮아 환대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영성의 진위를 판가름하는 잣대가 환대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정주(定住)의 분도수도자들은 환대를 통한 선교도 큰 몫을 차지합니다.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함으로 환대하시는 사랑의 주님을 체험할 때 이보다 더 효과적인 선교도 없을 것입니다. 1독서의 아브라함의 지극정성의 나그네를 환대하는 모습을 보십시오. 바로 나그네 환대가 주님 환대가 되었고, 마침내 주님의 축복의 약속도 듣습니다.


“내년 이때에 내가 반드시 너에게 돌아올 터인데, 그때에는 너의 아내 사라에게 아들이 있을 것이다.”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할 때의 유형무형의 축복의 선물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정말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주님의 환대를 체험한 이들은 환대의 사람이 될 수뿐이 없습니다. 바로 바오로가 그 좋은 모범입니다. 모든 이들을 그리스도의 환대에 초대하는 주님 환대의 일꾼이 된 바오로 사도입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위하여 당신 말씀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하라고 나에게 주신 직무에 따라 나는 교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사람으로 굳건히 서 있게 하려고, 우리는 지혜를 다하여 모든 사람을 타이르고 가르칩니다.”


그리스도의 환대에 참여할 때 놀라운 축복의 선물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의 은총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환대하시고 우리 또한 마음을 활짝 열고 마리아처럼 주님의 말씀을 경청하며 주님을 환대합니다. 환대와 환대가 만나는 놀라운 축복의 미사시간입니다. 끝으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제 자작시 한 연을 나눔으로 강론을 마치겠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활짝 열린 앞문, 뒷문이 되어 살았습니다. 

앞문은 세상에 활짝 열려 있어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歡待)하여 영혼의 쉼터가 되었고

뒷문은 사막의 고요에 활짝 열려 있어 

하느님과 깊은 친교(親交)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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