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6.27.연중 제12주간 목요일                                                               창세16,1-12.15-16 마태7,21-29

 

 

 

주님 반석 위의 인생 집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슬기로운 사람들-

 

 

 

마태복음 산상설교는 언제 읽어도 늘 새롭습니다. 영원한 삶의 지침입니다. 마태복음 5장1절로부터 시작했던 산상설교는 오늘 7장 마지막으로 끝납니다. 어제 ‘나무를 보면 열매를 안다’에서 거짓 삶이 아닌 참 삶을 살 것을 강조하셨던 주님은 오늘 구체적으로 참 삶의 지침을 결론으로 주십니다. 

 

오늘 복음의 결론 부분은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라’에 이어 집짓는 사람들의 비유, 그리고 청중의 반응으로 산상설교 대단원은 막을 내립니다. 결론하여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라는 것입니다. 언행일치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진리 말씀은 보고 관상하라 주어진 것이 아니라 몸으로 살라 주어진 것입니다. 정말 내 몸으로 살아야 하는 산상설교의 진리입니다.

 

하여 렉시오 디비나 성독입니다. 성독은 ‘들음-묵상-기도-관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상에 이어 실행이 뒤따를 때 비로소 성독의 완성입니다. 분도 규칙에서 누누이 강조되는 것이 행하라는 것입니다. 진리의 말씀을 실제로 행하는 자가 참 수행자라 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말씀을 온맘과 온맘으로 살 때 삶은 힘이 있고 권위가 있습니다. 생명의 빛을 발산합니다.

 

그레고리오 대 교황의 베네딕도 전기 ‘제36장 수도규칙을 저술하시다’의 마지막 구절이 베네딕도 성인의 삶을 잘 요약합니다. ‘실상 성인께서는 당신이 사신 것과는 다른 어떤 것도 도무지 가르칠 수 없는 분이셨다.’ 시종일관 참 삶을 사셨던 삶의 스승 진인(眞人) 베네딕도 성인이셨습니다.

 

문체는 사람입니다. 문체를 보면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수도승들을 위한 탁월한 분별력과 명쾌한 문체로 저술한 수도규칙을 통해 오로지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며 사셨던 베네딕도 성인의 풍모가 잘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죽비같은 단호한 말씀입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주님, 주님!’ 고백도 좋고 필요하지만, 고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고백에 이어 반드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머리의 귀로 들은 것은 마음에 새겨져야 하고 마음에 새겨진 말씀은 몸의 손과 발로 실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할 때 비로소 주님과 일치된 삶이요 내적일치의 참 삶입니다. 말씀 따로 삶 따로 이기에 내적분열의 삶이요 평화와 안정도 없는 것입니다.

 

아, 기껏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최종적으로, 주님으로부터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내게서 물러들 가라, 불법을 일삼는 자들아!” 듣는 다면 얼마나 허망할까요. 제 좋을 대로 제뜻대로 일방적으로 살았던 자업자득의 결과입니다. 주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마귀를 쫓아내고, 기적을 일으켰지만 결국은 하느님의 뜻이 아닌 자기 만족의 제 뜻대로의 삶이었던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어렵지 않습니다. 비상하거나 비범하지도 않습니다. 산상설교 5장에서 7장까지 안에 다 들어있습니다. 이 말씀 안에 예수님의 마음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말씀을 깊이 맛들이고 실행할수록 저절로 우리는 주님을 알게 되고 주님도 우리를 알게 됩니다. 

 

참으로 아는 것은 머리로가 아닌 실행을 통한 깨달음을 통해 아는 것입니다. 이런 실행을 통한 깨달음의 앎이 우리를 순수하게 하고 자유롭게 합니다. 이어지는 집짓는 사람들의 비유가 참 적절합니다. 과연 우리 인생 집은 어느쪽에 해당되는지 묻게 됩니다.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집에 들이쳐도 무너지지 않은 반석 위의 인생집 얼마나 통쾌한지요! 과연 이런 인생 집을 짓고 있습니까? 하루하루 평생 지어가야할 주님 반석 위의 인생 집입니다. 이런 이들이 어리석은 듯 하나 슬기로운 사람입니다. 해월 최시형 선생의 강론 중 삼덕이 생각납니다.

 

“무슨 일을 처리할 때는 우직愚直(고지식하게), 묵직黙直(말없이 신중하게), 눌직訥直(어눌하나 정직하게)하게 행하라.” 저는 여기에 충직忠直(충성스럽고 정직함)을 더하고 싶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자들의 모습입니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모래 위의 인생 집을 짓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사상누각이란 말이 있는 것을 보면 동서고금이 일치되는 진리같습니다.

 

“그러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 오고 바람이 불어 휘몰아치자 무너져 버린, 완전히 무너지고 만 모래위의 인생 집이라면 얼마나 허망하고 비참하겠는지요! 슬기로운 자 같으나 실상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반석 위에 지은 집, 모래 위에 지은 집, 정말 인생 집들에 대한 실감나는 비유에 설명입니다. 

 

과연 어느 쪽의 인생 집을 지어가고 있는지 묻습니다. 답은 하나 우직하게 묵직하게 눌직하게 충직하게 하느님의 뜻을, 산상설교의 말씀을 실행하는데 있습니다. 평생 이런 수행자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하는 데 있습니다. 끝으로 청중들은 예수님의 가르침에 몹시 놀라니 주님께서 큰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가르침대로 실행하며 사셨기에 그 참 삶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주님의 권위입니다. 

 

완벽한 삶은 있을 수 없습니다. 오늘 참 삶의 모범인 아브람이 큰 실수를 합니다. 유혹에 빠져 잠시 하느님의 약속을 잊고 사라이 아내가 알선해 준 몸종 하가르와 관계 함으로 이스마엘 아들을 갖게 됩니다. 하여 집안의 분쟁과 갈등이 시작됩니다만 이 또한 삶의 과정입니다. 신속히 수습에 나서는 하느님의 자비와 지혜가 인상적입니다. 이런 큰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삼으면서 하느님의 뜻에 대한 아브람의 믿음 공부도 한층 깊어졌을 것입니다. 

 

삶은 평생 배움의 여정입니다. 부단히 귀기울여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배우고 깨달아 알고 실행하면서 반석 위의 인생 집을 지어가는 배움의 여정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슬기로운 사람이 되어 주님의 뜻을 잘 실행함으로 주님 반석 위에 튼튼한 인생 집을 짓도록 도와 주십니다.

 

“행복하여라, 공정하게 사는 이들, 언제나 정의를 실천하는 이들!”(시편106.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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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9.06.27 09:37
    이 말씀 안에 예수님의 마음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말씀을 깊이 맛들이고 실행할수록 저절로 우리는 주님을 알게 되고 주님도 우리를 알게 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영원무궁토록 사랑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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