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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30. 연중 제3주간 토요일                                                                사무하12,1-7ㄷ.10-17 마르4,35-41


                                                                        믿음의 여정

                                                                        -믿음 예찬-


뿌리없이는 나뭇잎도 꽃도 열매도 없습니다. 뿌리가 믿음이라면 나뭇잎은 희망이요 열매는 사랑입니다. 믿음으로부터 시작되는 영성생활입니다. 지난 금요일 아침성무일도 찬미가 중 다섯 째 연도 이를 입증합니다.


-신앙이 무엇 보다 앞서 가면서/마음 속 깊은 곳에 뿌리 내리면

 뒤이어 굳센 희망 기쁨을 주고/우리의 사랑 또한 불타오르리-


우리 삶은 ‘믿음의 여정’입니다. 평탄대로 ‘직선’의 믿음의 여정이 아니라 굽이굽이 은총과 죄로 굴곡진 ‘곡선’의 믿음의 여정입니다. 넓이가 아닌 깊이의 믿음의 여정입니다. 하느님 보시는 것도 이런 곡선과 깊이의 믿음의 삶입니다. 하여 절집의 큰 두 자산은 노승老僧이요 노목老木이란 말도 나오는 것입니다. 그대로 굽이굽이 믿음의 여정을 상징하는 노승이요 노목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다윗을 보십시오. 긴 믿음의 여정 중 통과해가야 하는 참 혹독한 믿음의 시련입니다. 성서의 위인들은 한결같이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오늘 독서의 사무엘과 다윗이 역시 그 좋은 모범입니다. 사무엘이 다윗의 죄를 추궁하기에 앞서 다윗을 빗댄 한 성읍의 어느 인색하고 무자비한 부자의 가난한 자에 대한 처신을 설명합니다. 그러자 즉각 분노하는 다윗에 대한 사무엘의 단도직입적 말이 참 통쾌하며 충격입니다.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누구나 이런 직언 못합니다. 말그대로 목숨을 내놓은 믿음의 용기입니다. 그대로 하느님의 사람으로서의 믿음을 반영합니다. 사무엘이 얼마나 믿음의 고수高手인지 이 한 말로 입증됩니다. 다음 다윗의 짧은 답변 역시 그 믿음의 깊이를 반영합니다.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


구구한 변명이자 핑계없이 그대로 자기의 죄를 고백하는 다윗입니다.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다 해방되니 얼마나 자유로움을 느꼈을까요. 어찌보면 사무엘의 추궁이 구원의 출구가 된 셈입니다. 회개를 통해 주님과 끊어졌던 관계의 회복이요 소통의 재개입니다.


이런 죄의 고백은 믿음의 표현입니다. 다윗은 대죄로 인해 하느님과의 관계는 불통의 단절이었는데 죄의 고백을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는 회복되고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새삼 믿음은 개방이자 소통임을 깨닫게 됩니다. 사람은 오직 믿음을 통해서만이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에 놓이게 됩니다.


“내가 주님께 죄를 지었소!”


바로 이 죄의 고백이 다윗의 위대한 점이요, 믿음의 고수임을 보여줍니다. 믿음의 회복에 이런 회개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하느님이 질책하시는 것도 죄보다는 회개하지 않는 완고한 마음입니다. 웬만한 믿음의 용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죄의 고백입니다. 


어디선가 읽은 인도의 성자 간디에 대한 짤막한 말마디도 생각납니다. ‘간디는 I was wrong!(내가 잘못했다!)의 명수였다’라는 말마디입니다. 사실 수도공동생활에서 형제들의 관계를 일거에 깨끗이 정리해주는 것은, 구구한 변명이나 또는 ‘감사합니다.’라는 말마디 대신, ‘내 잘못입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진정성 담신 사과의 말마디임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입니다. 


애당초 타고난 믿음도 겸손도 없습니다. 진정한 회개를 통해 하느님과의 관계와 소통은 회복되고 믿음의 성장과 성숙도 뒤따르게 됩니다. 다윗은 이런 대죄를 통해 자신의 가난과 한계를 철저히 깨닫아 실로 겸손해 졌을 것이니 말그대로 전화위복입니다. 이런 다윗의 심정은 어제에 이어 오늘 화답송 시편 51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니 죄를 지을 때 마다 낙심할 것이 아니라 즉시 회개함으로 겸손의 계기로 삼는 것이 진정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회개를 통해 죄의 상처는 치유됨으로 죄는 은총으로 변하고, 겸손과 믿음도 깊어져 더욱 주님께 가까이 이르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로 회개한 영혼의 고백은 단 하나, ‘모든 것이 은총이다.’라함이 맞습니다. 


다윗이 죄는 용서받았지만 이어 겪게 되는 혹독한 시련과 고난의 보속을 통해 그는 주님을 닮아 한없이 겸손해 졌을 것이고, 그의 믿음 역시 깊고 넓은 바다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믿음의 여정은 겸손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독서의 다윗의 믿음과 좋은 대조를 이루는 것은 복음의 예수님의 믿음입니다. 제가 볼 때 두분은 다 믿음의 대가입니다. 다윗의 부정적인 면을 통해 부각된 믿음이라면 예수님의 긍정적인 면을 통해 부각된 믿음입니다. 


거센 돌풍이 휘몰아치는 호수 한 복판, 일엽편주一葉片舟 같은 배안의 제자들은 혼비백산魂飛魄散했지만 예수님은 태연자약泰然自若 주무시고 계십니다. 그대로 요지부동搖之不動의 믿음, 경거망동輕擧妄動하지 않는 믿음의 반영입니다. 제자들이 진정 예수님께 대한 믿음이 있었다면 이렇게 당황하여 혼란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제자들은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믿음이 없어 두려움과 불안입니다.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명령의 말씀에 바람이 멎고 조용해 졌다니 바로 예수님의 얼마나 큰 믿음의 힘인지 깨닫습니다. 하여 히브리서 저자는 우리 모두에게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라.’고 권고합니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바로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이십니다.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시키신 똑같은 주님께서는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믿음과 평화를 선사하시고, 우리 마음속 두려움과 불안을 말끔히 몰아내주십니다.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소서.”(시편51,12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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