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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15. 사순 제1주간                                                                         레위19,1-2.11-18 마태25,31-46


                                                                                최후심판의 잣대


오늘 강론 제목은 ‘최후심판의 잣대'입니다. 참 선명합니다. 오늘 긴 복음의 마태복음 소제목 역시 ‘최후심판’입니다. 장례미사 때 주로 읽도록 배정된 복음이지만 너무 길기 때문에 잘 택하진 않습니다. 오늘 내용 역시 분명합니다. 최후심판의 잣대는 곤궁중에 있는 이들에 대한 사랑의 실천에 있다는 것입니다. 청천벽력같은, 그러나 진짜 복음입니다.


하느님다우신 모습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말 그대로 대자대비하신 하느님입니다. 하느님 사랑 안에서는 모든 벽이, 종교, 인종, 이념, 나라, 지역, 학력, 남녀, 노소, 빈부의 모든 벽이 철폐되고 모든 인류가 하느님 안에서 평등한 한 가족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에 최후심판의 잣대도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문 다음 단락에 약간 의문도 들었습니다만 즉각 해소되었습니다.


“영원한 희망이요 위로의 원천이신 주님,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영혼들을 굽어 보시어,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게 하소서.”


믿는 이들에만 개방된 천국이 아니라, 믿든 안 믿든 불쌍하게 죽은 모두에게 개방된 천국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 또한 대자대비하신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고통에는 중립이 없다.’는, 고통중에 있는 이들은 무조건 함께 도와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도 자비하신 하느님의 마음을 반영합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의 가슴은 이렇듯 넓고 깊습니다.


요즘 사순절 초의 독서와 복음은 주로 이웃 사랑의 구체적 실천에 대한 내용들입니다. 곤궁중에 있는 이들을 차별없이 도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좋아하시는 이사야의 참된 단식도 그렇고 오늘 레위기 말씀도 그러합니다. 진정 하느님 사랑은 이웃사랑으로 표현되어야 함을 봅니다. 


참 재미있는 것이 1독서와 복음의 대조이며, 제1독서는 이웃에게 ‘해서는 안되는’ 항목에 대한 나열입니다. 권고가 아닌 단호한 명령입니다. 서두 말씀도 인상적입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명령입니다. 예외없이 모두가 거룩한 사람이, 성인이 되라는 주님의 명령입니다. 이어 이웃에게 해서는 안되는 명령의 항목들입니다. ‘너희는 도둑질해서는 안된다.’ ‘속여서는 안된다.’ ‘사기해서는 안된다.’ 거짓맹세를 해서는 안된다.‘ 하신 후 이런 소행이 하느님의 이름을 더럽히게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웃에 대한 모든 행위가 하느님과 직결된다는 말씀입니다.


이어 이웃에게 해서는 안되는 항목이 계속 나온후 ‘너희는 하느님을 경외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경외와 이웃사랑이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봅니다. 몇 개의 해서는 안돼는 항목이 나열된후 주님은 못을 박듯이 도장을 찍듯이 ‘나는 주님이다.’란 말씀으로 매듭을 짓는데 무려 5회 나옵니다. 


이웃에게 해서된 안되는 공동체 윤리에 대한 금령의 숫자를 헤아려 무려 16개 항목이었습니다. 이웃에 대한 하느님의 섬세한 사랑의 배려가 놀랍습니다. 오늘날도 그대로 유효한 만고불변의 진리 말씀입니다. 다음 마지막 말씀이 1독서의 결론입니다.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해야 한다. 나는 주님이다.”


‘거룩한 사람이 되라’는 명령으로 시작해서,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명령으로 끝납니다. 새삼 사랑의 사람이 거룩한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거룩하신 하느님, 자비하신 하느님이라 칭하듯 하느님의 거룩함은 자비로써 환히 드러나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반대로 이웃에게 해야만 하는 사항에 대한 항목입니다.최후심판의 잣대가 되는 6개 사랑 실천의 항목은, 가장 작은 이들이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준것,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준 것, 나그네 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 준 것, 헐벗을 때에 입을 것을 준 것,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준 것,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준 것 등 아주 분명합니다. 


기도나 노동, 성독의 개인주의적 수행이 구원의 잣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우리의 삶을 뒤돌아 보며 곤궁중에 있는 이들에 대하여 사랑으로 깨어 대하게 되는, 끊임없는 도전이 되는 말씀입니다. 전례 따로 삶 따로가 아닌, 전례를 통한 하느님 사랑은 곤궁 중에 있는 이들에 대한 구체적 이웃 사랑으로 실천되어야 함을 봅니다. 주님은 곤궁중에 있는 이들과 자신을 일치시킵니다. 이들은 결코 세례받은 신자가 아닙니다. 아, 하느님의 대자대비하신 사랑 안에는 모두가 당신의 자녀들인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주목할 단어가 ‘내 형제들’ ‘한 사람’입니다. 예수님은 모두가 특히 곤궁중에 있는 이들을 ‘내 형제들’이라 지칭합니다. 그리고 이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당신에게 하신 것이라 분명히 못박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사랑 실천의 대상이자 심판의 잣대요, 주님의 현존이자 살아있는 성체聖體임을 깨닫습니다. 


하늘 높은 곳에서 만나는 환상의 주님이 아니라 땅에서의 이웃 가난한 형제들 통해 만나는 현실의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이런 깨달음의 사람들이 진정 건강한 정통적 신비주의자들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만나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주님의 현존을, 살아있는 주님의 성체聖體임을 알아 볼 수 있는 사랑의 눈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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