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5.29. 주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청소년 주일)

                                                                                             창세14,18-20 1코린11,23-26 루카9,11ㄴ-17


                                                                             주님을 찬미하라

                                                                       -생명의 빵이신 그리스도-


오늘 낮기도 시 독서와 계응송이 아름다워 갑작스러이 인용합니다. 


"주여, 당신은 백성들을 천사들의 양식으로 먹여 살리셨습니다. 그 빵은 누구에게나 맛이 있고, 기쁨을 주는 빵이었습니다."(지혜16,20). 

(계)하느님의 제단으로 나아가리이다. 알렐루야. 

(응)나의 젊음을 새롭게 해 주시는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리이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의 이름은 자비입니다. 성령강림 대축일, 삼위일체 대축일, 오늘의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등 요즘 계속되는 대축일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이 결정적으로 환히 계시되고 있습니다. 


마침내 당신의 성체와 성혈을 우리의 영적양식으로 제공함으로 우리를 살게 하신 주님의 사랑이 눈물겹도록 고맙습니다. 아침성무일도 시 흥겹게 노래한 시편 후렴과 즈가리야 후렴이 생각납니다.


“당신 백성을 천사들의 음식으로 배불리셨고, 하늘의 빵을 그들에게 주셨도다. 알렐루야.”


“나는 하늘로부터 내려 온 살아있는 빵이로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리라.”


후렴 가사대로 하늘로부터 내려온 하늘의 빵인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모시고 살고자 이 거룩한 미사잔치에 참여한 우리들입니다. 참 좋으신 하느님이십니다. 온통 하느님의 선물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하느님을 자랑하려 하면 끝이없습니다. 저절로 샘솟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입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은 지체없이 ‘주님을 찬미하라’로 정했고, 부제는 ‘생명의 빵이신 그리스도' 라 정했습니다. 어제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제가 가끔 자작시를 쓰면 원장수사와 나눕니다. 어제 역시 아침 미사전 ‘당신 옆에 있으면’이란 제목의 시를 나눴습니다. 


“당신이 저를 뜻하는 것입니까?”


‘당신 옆에 있으면’ 제목을 보자 반색하며 원장이 물었습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한 번 읽어 보세요.”


즉시 읽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여기서 당신은 요셉수도원 정문에서 주차장까지 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을 지칭하는 동시에 주님을 상징합니다. 한 번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수도원 하늘 길/하늘 기운 

 가득한/메타세콰이어 가로수 


 당신 옆에 있으면/당신 옆을 걸으면

 언제나/설렌다/새롭다/좋다


 높아진다/곧아진다/푸르러 진다

 당신 옆에 있으면/당신 옆을 걸으면-


정말 하늘 향해 쭉쭉뻗은 푸르른 가로수들 옆에 있으면, 옆을 걸으면 덩달아 높아지고 푸르러 지고 곧아지는 느낌입니다. 늘 새롭고 좋은 설레는 마음입니다. 바로 당신이 상징하는 바, 지칭하는 바 주님이십니다. 


그대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주님 옆에서 주님과 함께 하느님께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주님은 당신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이하여 세가지 가르침을 주십니다.


첫째, 하느님의 선물에 감사하십시오.

하느님의 기쁨은 우리에게 축복을 주시는 일, 선물을 주시는 일입니다. 도대체 하느님 축복의 선물이 아닌 것이 어디 있습니까? 눈만 열리면 하느님 축복의 선물 가득한 세상입니다. 공동체도 선물이요, 형제들도 선물이요, 나 자신도 선물입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선물이란 깨달음에서 샘솟는 찬미와 감사, 기쁨과 행복입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선물로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이 미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지요. 살 줄 몰라 불행이지 살 줄 알면 행복입니다. 오늘 제1독서 창세기에서 하느님은 지극히 높으신 당신의 사제 멜키체덱은 아브람을 축복합니다.


-그 무렵 살렘 임금 멜키체덱이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왔다. 그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의 사제였다. 그는 아브람을 축복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하늘과 만물을 지으신 분,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께 복을 받으리라.”-


얼마나 아름답고 복된 장면인지요. 멜키체덱은 그대로 우리의 위대한 대사제 예수 그리스도님의 예표입니다. 


하느님의 대사제 예수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 성체와 성혈로 우리를 살리시고 축복하십니다. 아브람은 그 모든 것의 십분의 일을 바칩니다만, 우리는 우리 마음을 다해 하느님께 사랑의 찬미와 감사를 바칩니다.


둘째,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사십시오.

하느님 중심의 삶입니다. 공동체 중심, 사람 중심, 일 중심, 돈 중심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입니다. 우리 삶의 궁극의 중심이자 희망은 하느님이십니다. 이래야 매사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둘 때 내외적 일치입니다. 서로 좋아서 마음이 맞아서 사는 공동체 삶이 아니라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기에 살 수 있는 공동체 삶입니다. 오늘 1독서 창세기를 보십시오. 멜키체덱의 축복을 받는 아브람의 모습을 통해 하느님이 아브람 삶의 중심임을 단박 알아 채릴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 역시 하느님이 삶의 확고한 중심이었기에 이런 황야에서 오병이어의 기적입니다. 그대로 인생광야의 오아시스와 같은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은 군중에게 하느님 나라에 관하여 말씀하시고, 이어 정성을 다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시고 축복하십니다. 


새삼 ‘말씀’과 ‘기도’의 충실한 수행이 하느님 중심의 일치의 공동체 삶에 얼마나 절대적인 요소인지 깨닫게 됩니다. 군중 속의 예수님 역시 공동체의 중심이심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이 예수님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그것들을 축복하신 다음 제자들에게, 군중들에게 나눠주니 모두 배불리 먹었다 합니다. 철저히 하느님 중심의 삶일 때 이런 예수님과 같은 믿음이요 희망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느님은 당신 중심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기적의 선물을 주십니다. 오늘 복음이 주는 교훈은 '절망은 없다.'는 것입니다. 끝까지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최선을 다할 때 하느님 기적의 선물입니다.


셋째, 성체성사의 미사에 힘껏, 정성껏 참여하십시오.

모두가 하느님의 선물이지만 선물 중의 선물이 이 거룩한 미사입니다. 하느님의 아름다움은 미사의 아름다움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미사를 통해 고스란히 표현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광야인생에 오아시스와 같은 미사의 중심이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런지요. 제 자작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의 마지막 연이 생각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살 수 있음이 매일 바치는 미사의 은총입니다.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드리는 간절한 미사의 은총이 매일 새 하늘 새 땅을 살게 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도 당신이 오실 때 까지 우리 모두 항구히 미사를 봉헌할 것을 명하십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너희는 이 잔을 마실 때 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주님의 간절한 소망이 이 말마디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주님을 기억하며 주님의 성체와 성혈을 모실 때 비로소 살아나는 우리 영혼과 육신입니다. 제 마지막 소원은 둘입니다. 하나는 세상 떠나는 날 까지, 강론을 쓰고 미사를 드리는 것, 하나는 수도원 하늘 길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길을 걷는 것입니다. 


진정 우리 모두 살아있음을 은혜로이 확인하는 복된 미사시간, 주님은 친히 영원한 생명의 빵, 하늘의 빵이신 당신의 성체 성혈로 우리 모두를 축복하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99 하느님이 미래요 희망이다-2015.11.24.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1785-1839)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11.24 293
3098 하느님 섭리와 믿음 -내 삶의 성경의 Lectio Divina-2015.11.25.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11.25 258
3097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평범한 일상에의 충실-2015.11.26.연중 제34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11.26 257
3096 희망의 선물-하느님의 나라-2015.11.27.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5.11.27 358
3095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 -하루하루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평생처럼-2015.11.28. 연중 제34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5.11.28 399
3094 임맞을 준비는 끝났다-대림의 기쁨-2015.11.29. 대림 제1주일 프란치스코 2015.11.29 255
3093 주님과의 우정友情-성소聖召의 선물-2015.11.30. 월요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프란치스코 2015.11.30 243
3092 성령의 사람 -영적인 삶-2015.12.1. 대림 제1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12.01 303
3091 하느님 꿈의 실현 -삶은 고해苦海가 아니라 축제祝祭다-2015.12.2. 대림 제1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12.02 353
3090 오래된 미래 -‘희망의 표징’인 성인들-2015.12.3.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12.03 207
3089 개안開眼의 구원, 개안의 기쁨-. 대림 제1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5.12.04 189
3088 하느님의 연민(compassion)이 답이다-2015.12.5. 대림 제1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5.12.05 204
3087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2015.12.6. 대림 제2주일(인권주일,사회교리 주간) 프란치스코 2015.12.06 473
3086 하느님 꿈의 실현 -하느님의 감동-2015.12.7. 월요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340-39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12.07 283
3085 평생 꼭 기억해야 할 세 말마디-2015.12.8. 화요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5.12.08 357
3084 삶은 선물인가 짐인가 -온유와 겸손-2015.12.9. 대림 제2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12.09 260
3083 하늘 나라-오늘 지금 여기-2015.12.10. 대림 제2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12.10 242
3082 들음(listening)에 대한 묵상-2015.12.11. 대림 제2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5.12.11 245
3081 인식認識은 비교다-2015.12.12. 대림 제2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5.12.12 123
3080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회개, 기쁨, 겸손, 감사-2015.12.13. 대림 제3주일 프란치스코 2015.12.13 311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