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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8.7. 연중 제19주일                                                            지혜18,6-9 히브11,1-2.8-19 루카12,32-49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은 오늘 강론 주제입니다. 방금 흥겹게 노래한 ‘복되다, 주께서 당신 기업으로 뽑으신 백성이여!’ 화답송 후렴이 바로 주님 뜻에 따라 충실하고 슬기롭게 산 이들을 지칭합니다. 어제 오전 잠시 침을 맞으러 춘천에 갔다가 뜻밖에 한 가족을 만났습니다. 거의 25년 동안 알고 지내는 가족인데 거의 만나지 못했다가 어제 모처럼 만났습니다. 


서울 생활을 잡고 부부와 큰 딸, 그리고 장애 아이 작은 딸의 4식구가 시골 산골에 묻혀 13년째 생활하고 있는 가족입니다. 놀라운 것은 가족의 분위기입니다. 전혀 어둡고 무겁고 우울한 침체된 분위기가 아녔습니다. 25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밝고 명랑하고 활기있어 보이는 모습이 정말 좋았습니다. 


“아, 은총으로 살아가는 가족이구나!”


찬탄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저희 수도원 역시 수도자들이 잘나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 순전히 은총으로 살아갑니다. 제 주변에도 은총으로, 믿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참 많습니다. 바로 이 은총으로 살아가는 강원도 산골의 4식구의 삶의 비결을 발견했습니다. 장애아에 기울인 가족의 전폭적인 사랑이었습니다. 


장애 딸 아이의 이름은 은혜恩惠 마르셀리나입니다. 나이 30이 거의 가까워지기 까지 가족이 쏟은 사랑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대로 은혜는 가족 일치의 중심이었고 은혜 이름 그대로 하느님의 은혜를 입은 가족임을 그 밝고 선善한 분위기에 즉시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은혜의 빛’입니다.


말 그대로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 칭찬받은 충실하고 슬기롭게 살아가는 종들같은 가족입니다. 과연 이 어둡고 혼란한 세상에서 어떻게 하늘의 별처럼 은혜의 빛을 발하며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그 방법을 나눕니다.


첫째, 믿음으로써 살아가십시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 사실 옛 사람들은 믿음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아니 어찌 옛 사람들뿐이겠습니까? 오늘날 사람들 역시 믿음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자산중의 자산이 믿음이요 신뢰입니다. 불신불립이라 믿음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요 설 수도 없습니다. 이 회색 빛 절망의 시대에 믿음의 빛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힘중의 힘이 믿음의 힘입니다. 믿음의 힘은 그대로 하느님의 힘입니다. 끊임없는 간절한 기도를 통해 끊임없이 공급되는 믿음의 힘입니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결국 하루하루 은총으로, 믿음으로 살아간다는 겸손의 자세를 의미합니다. 믿음은 홀로가 아닙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희망하기에 항구한 믿음입니다. 사랑과 희망이 하나로 녹아있는 믿음입니다.


오늘 1독서 지혜서의 저자는 이집트 탈출의 하느님 위업을 상기시키며 믿음을 자극합니다. 그대로 믿음의 고백입니다. ‘과연 당신께서는 저희의 적들을 처벌하신 그 방법으로, 저희를 당신께 부르시고 영광스럽게 해 주셨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고백입니까? 믿음의 고백을 통해서 하느님의 은혜를 깊이 깨닫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히브리서 저자의 믿음의 고백은 얼마나 웅장한지요. 장강의 흐름같은 믿음의 고백입니다. 오늘 제2독서 히브리서는 원래 11장 40개 구절들의 일부입니다. 믿음으로써, 우리는 세상이 하느님의 말씀으로 마련되었음을, 따라서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 것에서 나왔음을 깨닫습니다. 사실 믿음 없이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습니다.


믿음으로써, 아벨은 카인보다 나은 제물을 하느님께 바쳤습니다. 그는 죽었지만 믿음 덕분에 여전히 말을 하고 있습니다. 믿음으로써 에녹은 하늘로 들어 올려져 죽음을 겪지 않았습니다. 믿음으로써 아브라함은 장차 상속 재산으로 받을 곳을 향하여 떠나라는 가르침을 받고 그대로 순종하였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믿음으로써 살아갔던 이들이 면면입니다. 성서의 인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믿음의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모두 믿음으로 살다가 믿음 속에 죽어 갔습니다. 약속된 것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멀리서 그것을 보고 반겼습니다. 그리고 자기들은 이 세상에서 이방인이며 나그네일 따름이라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니 실상 그들은 더 나은 곳, 바로 하늘 본향을 갈망하고 있었고 우리 또한 똑같습니다. 믿음도 보고 배웁니다. 이렇게 믿음의 선배들을 보고 배우는 우리들이요,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믿음을 튼튼히 하는 우리들입니다.


둘째, 보물을 하늘에 쌓으십시오.

‘믿음의 삶’이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입니다. ‘희망의 삶’ 또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입니다. ‘사랑의 삶’ 역시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입니다. 위에서 인용한 장애아를 둔 4식구의 가정이 은혜의 빛으로 가득했던 것은 바로 하늘에 보물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헛된 보물을 진짜 보물인 줄 알고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여러분의 보물은 무엇입니까? 보물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습니다. 보물은 바로 그 사람 마음의 수준과 정도를 가리킵니다.


세상의 보물들은 모두가 헛됩니다. 죽어 아버지의 집에 귀가歸家할 때 가지고 갈 보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살아 생전에 하늘에 보물을 쌓아두고 귀가할 때는 맨손으로 홀가분하게 가는 것입니다. 죽음의 귀가 시간에 하늘에 쌓아 놓은 보물이 없으면 얼마나 허전하고 당황스러울까요. 과연 얼마나 하늘에 보물을 쌓아 놨습니까?


그러니 저에게 최고의 보물은 하느님이십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수도자들은 물론 진정 믿는 이들의 보물은 하느님이십니다. 보물인 하느님을 사랑할 때 저절로 우리 마음은 하느님께 향하게 되고 하느님을 닮아갑니다. 하느님의 원하시는 바 신망애信望愛의 삶을, 진선미眞善美의 삶을 살게 되고, 바로 이것이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입니다. 


특히 사랑의 자선도, 모든 이웃에 대한 선행도 하늘에 보물을 쌓는 것입니다. 저에게 무료로 정성껏 침을 놔주는 침술사 형제님도 하늘에 보물을 쌓는 것입니다. 믿음과 사랑으로 정성껏 이렇게 미사를 봉헌함도 하늘에 보물을 쌓는 것입니다. 


지상에 보물을 쌓은 사람들은 부자 같지만 가난뱅이들이며, 하늘에 보물을 쌓은 사람들은 외관상 가난뱅이 같지만 실상 부자들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일에 전념한다면 세상은 참 아름답고 밝아질 것입니다. 죽어 아버지의 집에 귀가할 때 찬미와 감사노래 부르며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날 것입니다. 그러니 매일매일 여러분의 하늘 금고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깨어 사십시오.

종파를 초월하여 영성생활의 공통적 목표가 오늘 지금 여기 깨어 사는 것입니다. 깨어 있을 때 마음의 순수요 나쁜 생각도 들어오지 못합니다. 환히 영혼의 등불을 켜들고 깨어 기도하며 기다리며 준비하며 사는 것입니다. 막연한 침묵은 불가능하고 무가치 하듯이 막연한 깨어있음도 불가능하며 무가치합니다. 활짝 열린, 빛나는 깨어있음입니다. 


주님을 기다릴 때 바로 활짝 열린 빛나는 깨어있음입니다. 기쁨과 설렘의 깨어있음입니다. 누구를, 무엇을 기다립니까? 기다리며 준비함이 없이는 깨어있음도 없습니다. 깨어있음 역시 주님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깨어있을 때 깨달음이요 깨끗한 마음입니다. 모두 ‘깨’자 돌림의 은총입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님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그러니 미사나 성무일도의 공동전례 때에는 반드시 깨어 있어야 합니다. 주님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종들인 우리는 행복합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님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주인을 주님으로 바꾸니 더욱 실감이 납니다. 그러니 준비하고 오늘 지금 여기서 충실하고 슬기롭게 살아야 합니다. 겸손과 온유, 기쁨과 평화, 찬미와 감사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주님은 오실 것입니다. 아니 죽음도 이렇게 오실 것입니다. 요즘 불볕 더위가 한창입니다. 이열치열以熱治熱입니다. ‘불과 열아 주님을 찬미하라. 추위야 더위야 주님을 찬미하라.’ 다니엘 찬가에서처럼 불볕 찬미로 불볕 더위를 통과해 가는 것입니다. 


주님은 연중 제19주일, 우리 모두에게 충실하고 슬기로운 삶의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1.믿음으로써 살아가십시오.

2.보물을 하늘에 쌓으십시오.

3.깨어 사십시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깨어, 믿음으로써, 하늘에 보물을 쌓는 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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