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8.23. 연중 제20주간 목요일                                                                             에제36,23-28 마태22,1-14



축제祝祭인생이냐 또는 고해苦海인생이냐?

-삶은 축제祝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축제입니다. 고해인생이 아니라 축제인생입니다. 그대로 오늘 강론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자주 택했던 강론 주제입니다. 축제인생이라 말해도 현실적으로는 고해인생처럼 보입니다. 외양으로는 화려하게 발전한 사회처럼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병들고 허약한 모습을 곳곳에서 목격하게 됩니다. 새삼 ‘불편과 느림의 미학美學’이 그리운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해인생같은 현실에서도 축제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흥청망청 살라는 것이 아니라 근면 검소하면서도 건강한 영혼으로 밝고 기쁘게, 부정적이고 비관적이 아닌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여유있게 살라는 것입니다. 


이웃을 배려하며 넉넉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오늘 여기서부터 지상에서 천국을 살아야 합니다. 하여 저는 면담 고백상담시 다음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보속으로 마음에 새기고 살라며 많이 써드립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 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5,16-18).


이런 귀한 말씀을 남긴 바오로 사도는 고해같은 세상에서도 축제인생을 산 모범입니다. 비록 무겁고 어둔 고해세상같은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널리 깊이 균형잡힌 시각으로 현실을 바라 보면서, 한 번뿐이 없는 인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제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란 대표적 시, 마지막 연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20세기 최고의 천재 철학자 비트겐쉬타인의 임종어도 생각납니다.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고해인생중에도 참 치열하게 축제인생을 살았던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임종전 의식을 잃기전 함께 한 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합니다.


“그들에게 전해 주시오. 나는 멋진 삶을 살았다고.”


이웃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고해같은 세상에서도 축제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삶이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가톨릭교회의 모든 성인들이 그랬습니다. 성서에 나오는 옛 예언자들이 그랬고, 오늘 하늘 나라 비유를 말씀하시는 예수님이 그랬습니다. 예수님이야 말로 고해세상에서 하늘 나라 축제 인생을 사셨던 생생한 모범입니다.


오늘 복음은 ‘혼인잔치의 비유’이면서도 하늘나라 비유이기도 합니다. 어제처럼 시작되는 서두 말씀이 기분 좋습니다. ‘하늘 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 바로 삶은 하늘 나라 잔치임을 상징합니다. 바로 우리가 세상에 태어났다는 것은 하늘 나라 잔치에 초대 받았음을 뜻합니다.


그렇습니다. 하늘 나라 축제인생에 초대받은 우리들입니다. 한번의 초대가 아니라 끊임없이 주님께 초대받는 우리들입니다. 과연 초대받은 자에 맞갖은 우리 삶인지 되돌아 보게 됩니다. 과연 초대에 응답해 축제인생 하늘나라 잔치같은 삶을 살고 있는지요. 복음의 초대 받은 자들의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그러나 ‘그들은 초대에 아랑곳 하지 않고, 어떤 자는 밭으로 가고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였다.’합니다. 탐욕의 무지로 인한 대죄입니다. 다시 한번 인간의 무지의 병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 좋은 하늘 나라 잔치에 참석할 기회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도 여전히 반복되는 현실입니다. 축제인생을 놔두고 고해인생을 살아가는 어리석은 무지의 사람들입니다.


‘혼인 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자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그러니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 오너라.’


그대로 초대교회 현실을 상징합니다. 구체적으로 하늘 나라 잔치는 교회를 통해 실현됩니다. 종들은 거리로 나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할 것 없이 만나는 대로 데려왔고 잔칫방은 손님들로 가득 찼다 합니다. 바로 선인과 악인으로 이뤄진 하늘 나라 잔치가 실현되는 교회 모습을 보여줍니다. 


초대 받았다 하여 구원이 아닙니다. 세례 받았음이 구원의 보증 수표가 아닙니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습니다. 오늘 혼인 잔치에서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자는 혼인잔치에서 쫓겨 납니다. 


혼인 잔치 예복이 상징하는 바, 초대받은 자에 맞같는 일상의 삶입니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신망애信望愛의 삶, 참되고 좋고 아름다운 진선미眞善美의 삶입니다. 과연 이런 하늘 나라 잔치에 맞갖는 삶의 예복을 입고 미사잔치에 참여하고 있는지요.


하늘나라 축제 잔치를 상징하는 미사입니다. 매일의 미사은총이 하루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주고 고해인생을 축제인생으로 바꿔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해같은 세상에 무너지거나 오염되어 부패되지 않고 기쁨과 감사의 축제인생을 살게 합니다. 


일상의 단조롭고 따분한 크로노스 시간의 세상을 기쁨과 활력이 넘치는 카이로스 시간을, 하느님의 시간을 살게 합니다. 일상의 무의미한 크로노스 시간의 세상을 끊임없이 성화聖化시켜 카이로스 시간의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미사은총입니다. 제1독서 예언자 에제키엘의 예언이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실현됩니다.


“나는 너희에게 정결한 물을 뿌려, 너희를 정결하게 하겠다. 너희의 모든 부정과 모든 우상에게서 너희를 정결하게 하겠다. 너희에게서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 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 주겠다.”


그대로 이 거룩한 하늘나라 미사잔치의 은총을 상징합니다. 이런 주님의 은총의 선물이 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인생입니다. 고해인생중에도 기쁨과 감사로 활력넘치는 하늘 나라 잔치, 축제인생을 살게 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하늘 나라 잔치의 축제인생을 살기 위한 구체적 좋은 가르침을 지난 주일 제2독서에서 주셨습니다. 이렇게 지혜롭게 살 때 하늘 나라 축제인생의 삶입니다. 그대로 제 생각이 첨가된 전문을 인용합니다.


그러니 미련한 사람이 아니라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십시오. 시간을 잘 쓰십시오. 모든 시간이 하느님의 카이로스 거룩한 시간입니다. 시간낭비가 큰 죄입니다. 지금은 악한 때입니다. 곳곳에 널려 있는 유혹과 시련입니다.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으십시오. 인생을 깨달음의 여정이요, 깨달음의 여정을 통한 무지로 부터의 해방이요 점차 자유로워지는 우리들입니다. 무엇보다 청할 바 깨달음의 은총입니다. 


술에 취하지 마십시오. 거기에서 방탕이 나옵니다. 아니 술뿐 아니라 탐식, 탐애, 탐욕 등 온갖 세상 것들에 취하지 마십시오. 결과는 중독이요 폐인입니다. 술맛, 세상맛이 아닌 하느님 맛으로 살아가십시오. 오히려 성령으로 충만해지십시오.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로 서로 화답하고 마음으로 주님께 노래하며 그분을 찬양하십시오, 끊임없이 바치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기도와 노래가 고해인생을 축제인생으로 바꾸는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세상 맛이 아닌 하느님 찬미의 맛으로 살 때 이탈의 자유요 하늘 나라 축제의 기쁨입니다. 그러면서 모든 일에 언제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감사를 드리십시오.


이렇게 살 때 참 아름답고 매력적인 하늘나라 축제의 삶입니다. 참 자유롭고 지혜로운 삶에 무지로부터 해방입니다. 하늘 나라의 구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에서 나부터 하늘나라 축제인생을 사는 것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그렇게 살게 해 줍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그분께 피신하는 사람! 

 주님을 경외하여라, 주님의 성도들아. 그분을 경외하는 이에게는 아쉬움이 없으리라. 

 부자들도 궁색해져 굶주리게 되지만, 주님을 찾는 이에게는 좋은 것뿐이리라.”(시편34,9-1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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