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6. 금요일 성녀 제르투르다 동정(1261-1302) 기념일                                 2요한4-9 루카17,26-37

 

 

“깨어 사십시오!”

-회개와 사랑-

 

 

깨어 살아야 합니다. 깨어 오늘 지금 여기에 살아야 합니다. 고운 잎들 다 떠난 보낸 만추의 나무들이 흡사 깨어 기도하는 듯 합니다. 얼마전 써놓은 겨울나무란 글이 생각납니다.

 

-고운 잎들/다 떠나 보내고

  겨울/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가

  본질本質로/서있는

  고독孤獨과/침묵沈默

  무아無我/무념無念/무심無心/무욕無慾의

  텅빈 충만充滿의/겨울나무가 좋다-

 

계속되는 기도의 계절 11월 위령성월입니다. 참으로 회개하여 늘 깨어 지내야 할 계절입니다. 기도-회개-깨어 있음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봅니다. 바로 수확이 다 끝난 후 하늘 향해 본질로 서 있는 만추의 나무들이 주는 깨달음이기도 합니다. 오늘 분도회에서는 13세기 독일 교회의 가장 위대한 신비가였던 성녀 제르투르다 기념 미사를 봉헌합니다. 헬프타 수녀원에서 중병을 앓다 세상을 떠날 때의 마지막 성녀의 임종어가 감동적입니다. 

 

“아! 신랑이 오신다.” 

 

늘 일편단심 주님을 그리워하며 깨어 사셨던 성녀임이 분명합니다. 요즘 뉴스 보기가 두렵습니다. 갑작스러운 비참한 죽음이 너무 많습니다. 참으로 살아보지도 못하고 어처구니 없이 당하는 죽음도 참 많을 것입니다. 너무 사람들이 거칠어지고 흉포해졌습니다. 인격적 응답應答은 없고 조건반사적 감정적 반응反應만 있습니다. 사람들이 천박하고 황폐해져 담아 둘 깊이와 넓이도 없어 보입니다. 자기를 잃고, 잊고 지내는 사람도 참 많습니다. 무엇보다 희망이, 비전이, 꿈이 없습니다.

 

희망이, 꿈이, 비전이 있을 때, 기다림의 대상이, 그리움의 대상이 있을 때 저절로 회개와 깨어 있음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희망이자 꿈, 비전은 주님이십니다. 우리의 영원한 기다림의 대상, 그리움의 대상 역시 주님이십니다. 바로 오늘 노아 때의 사람들, 롯 때의 사람들이 상징하는 바 희망이신 주님을, 자기를 잃고 육적 욕망따라 살다가 불행을 당한 사람들입니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가고 시집가고 하였는데, 홍수가 닥쳐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사고 팔고 심고 짓고 하였는데, 롯이 떠난 그날에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제대로 살아보지 못하고 이처럼 불의의 사고로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당한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한스럽겠는 지요. 가슴이 먹먹한 느낌입니다. 눈들어 하늘 보고 깨어 기도하라고, 하여 회개의 삶을 살라고 직립인간에 눈들면 어디나 하늘입니다. 욕망따라 살지 말고 깨어 회개하여 주님의 뜻 따라 살아야 합니다. 

 

똑같은 환경 중에도 내면은 전혀 반대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한 침상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입니다. 깨어 준비하고 있던 이는 구원받고 자기를 잊고 욕망대로 살았던 이는 버림을 받았습니다. 맷돌질을 하던 깨어 있던 하나는 구원받았고 자기를 잊고 욕망따라 살던 이는 버림을 받았습니다.

 

살아있으나 실상 자기를 잊고 사는 죽어있는 삶은 얼마나 많겠는 지요. 시체가 있는 곳에 독수리가 모여 드는 법입니다. 자기를 잊고 죽어 있는 삶을 살 때 어김없이 다가서는 온갖 어둠의 유혹이요 공격입니다.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심판이 아니라 스스로 자초하는 심판입니다. 바로 오늘 화답송 시편과 제1독서가 복음에 대한 답을 줍니다. 

 

“행복하여라, 온전한 길을 걷는 이들,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이들!”

 

이렇듯 화답송 시편대로 사는 주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이들이 진정 회개하여 깨어 사는 이들입니다. 주님의 가르침은 무엇입니까? 사랑입니다. 바로 제1독서 요한 2서가 주는 가르침입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 진리 안에서, 가르침 안에서 살아가라 하십니다. 주님의 충만한 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을 살피라 하십니다. 선택받은 부인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이제 내가 그대에게 당부합니다. 그러나 내가 그대에게 써 보내는 것은 무슨 새 계명이 아니라 우리가 처음부터 지녀 온 계명입니다. 곧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우리가 그분의 계명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고, 그 계명은 그대들이 처음부터 들은 대로 그 사랑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2요한5-6).

 

사랑이 답입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사랑한 것처럼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깨어 있음은 사랑입니다. 회개하여 깨어있을 때 바로 이런 사랑의 열매입니다. 깨어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때 바로 거기서 실현되는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하느님은 그를 모든 재앙으로부터 구해 주실 것입니다. 다음 끝기도때 시편 말씀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너에게는 불행이 닥치지 않고 재앙도 네 막사에 다가오지 않으리라. 그분께서 당신 천사들에게 명령하시어 네 모든 길에서 너를 지키게 하시리라.”(시편91,10-11).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늘 깨어 사랑의 삶을 살게 하십시다. 다음 고백 기도대로 아름다운 하루 사시기 바랍니다.

 

“주님/당신은 저의 전부이옵니다

 저의 생명/저의 기쁨/저의 사랑/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요/감동이요/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8.11.16 06:59
    주님, 주님 주신 오늘 말씀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면서 저희가 자기를 잊고 죽어 있는 삶을 살기보다
    항상 깨어 있어 사랑의 삶을 살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14 고백이 답이다 -고백의 축복-2017.2.22. 수요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프란치스코 2017.02.22 166
3113 고전古典같은 삶을 삽시다 -내 삶의 성경聖經-2018.5.30.수요일 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 1 프란치스코 2018.05.30 147
3112 공동생활(共同生活)의 축복과 아름다움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2023.3.26.사순 제5주일 프란치스코 2023.03.26 271
3111 공동생활의 축복祝福 -빛과 어둠이 공존共存하는 공동체-2016.9.6.연중 제2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9.06 161
3110 공동생활이냐 독신생활이냐?- -사람이 되는 일이 인생의 목표이다-2016.8.12.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6.08.12 256
3109 공동체 생활의 은혜 -감사, 회개, 사랑, 찬미-2022.10.22.연중 제29주간 토요일 PACOMIO 2022.10.22 232
3108 공동체 성서聖書의 렉시오 디비나 -우리는 예수님과 하느님을 배경한 형제들이다-2022.5.12.부활 제4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2.05.12 201
3107 공동체에서 만나는 주님---꽃 같은 인생이다-2021.5.1.부활 제4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5.01 122
3106 공동체와 전례 -분열과 일치-2015.3.28. 사순 제5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5.03.28 305
3105 공동체의 성장 -일치의 중심인 그리스도 예수님-2022.10.28.금요일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PACOMIO 2022.10.28 197
3104 공동체의 신비神祕-2016.9.16. 금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258)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09.16 159
3103 공동체의 아름다움 -균형, 조화, 상호보완의 일치-2021.5.21.부활 제7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5.22 146
3102 공동체의 일치 -기도, 중심, 사랑-2019.6.6. 부활 제7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6.06 132
3101 공동체의 일치 -일치의 중심인 파스카의 예수님-2019.4.13. 사순 제5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4.13 169
3100 공동체의 일치 -작아지기 경쟁의 공동체-2017.10.2. 연중 제26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7.10.02 119
3099 공동체의 축복 -위로, 격려, 치유, 구원-2022.8.23.연중 제21주간 화요일(피정 2일차) 프란치스코 2022.08.23 214
3098 공동체의 품격-2015.7.3. 금요일 성 토마스 사도 축일 프란치스코 2015.07.03 318
3097 공동체의 풍요로움 -다 자기 색깔과 향기로 살면 된다-2018.5.19. 부활 제7주간 토요일 2 프란치스코 2018.05.19 106
3096 공정이 물처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참 아름답고 평화로운 삶-2020.7.1.연중 제13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7.01 142
3095 공존의 지혜와 사랑, 평화 -좌파도 우파도 아닌 그리스도파-2022.7.23.연중 제16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2.07.23 253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