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4.토요일 성 안드레아 등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1839) 기념일

묵시11,4-12 루카20,27-40

 

 

영원한 삶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살아야 하는 하늘 나라-

 

 

어제 읽은 어느 자매의 글 마지막 부문입니다.

 

‘식당에 불이 켜져 있어 우리를 맞아주는데 다음 주부터 기말고사여서 밤 늦게 공부하는 수사님들이 컵라면으로 밤참을 하고 있었다. 젊어서들 참 좋겠다.’

 

‘젊어서들 참 좋겠다.’ 공감이 가는 마지막 말 마디가 긴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나이들어가면서 불편한 점이 점차 늘어나는 노년에 접어든 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마디입니다. 그러나 삶은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끝은 시작입니다. 늘 새로운 시작입니다. 몸은 노쇠해가도 마음은 늘 새로워야 합니다. 만 20년전 1998년 11월에 써놓은 세 편의 시를 나누고 싶습니다.

 

-살수록 힘들구나/하루하루산다

 다시 시작된 배농사/가지런히 파진 흙구덩이

 든든하다/끝은 시작이다/삶은 엄숙하다

 생명의 품되어/흙으로 산다/마지막이 고와야 한다

 소나무를 줄기차게 타고 오르던/하늘 향한 담쟁이

 장엄한 단풍 사랑으로/소나무를 장식하며/은혜 갚고 있다

 이래야 끝은 시작일 수 있다-1998.11.1.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는 거룩하고 엄중한 현실입니다. 새삼 하루하루 늘 새롭게 살아야 겠다는 자각이 듭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 시작되는 영원한 삶, 하늘 나라의 삶이기 때문입니다. 또 한편의 시입니다.

 

-깊어가는 가을/낙엽쓰는 노수사님

 묵묵히/삶의 뒤안 길에서

 낙엽과 함께/집착의 쓰레기들

 말끔히 쓸어내는/노수사님

 그대로/무념/무욕/무심의/가을이었다/자연이었다-1998.11.9.

 

벌써 오래 전에 세상을 떠나 하늘 나라에 살고 계신, 초창기 수도원 초석을 놓은 고 김마인라도 수사님입니다. 당시 79세였고 6년후 2004년 6월29일 85세에 선종하신 수사님입니다. 또 하나 죽음에 관한 시입니다.

 

-땅위를 덮고 있는/고운 단풍잎들/두려워하지 마라

 죽음은/귀환이다/해후다/화해다/구원이다

 “수고하였다/내 안에서 편히 쉬어라.”

 들려오는/자비로운 아버지의 음성-1998.11.10.

 

20년전이나 오늘이나 여전히 반복되는 현실에서 ‘영원한 현재’의 하느님을 체험합니다. 정주생활의 은총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 살아야 하는 영원한 생명의 하늘 나라임을 깨닫습니다.

 

오늘은 베트남의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모두 117명의 순교성인들입니다. 베트남 역시 18-19세기에 걸쳐 1만여명 신자들이 온갖 잔인하고 처참한 방법으로 순교당하였으니 그 처지가 당시 우리의 처지와 흡사합니다. 당시 베트남이나 한국이나 절망적 상황이였습니다.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입니다. 하여 베트남이나 한국이나 지금은 교회는 물론 나라도 어려운 중에도 희망차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순교성인들을 통한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하여 국제 수도승 생활을 다룬 2018년 잡지도 베트남 수도승생활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현재 6백만의 가톨릭 신도에 참 무수한 베네딕도회, 시토회, 트라피스트회 수도원들이었습니다.

 

끝은 시작입니다.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라 영원한 삶의 시작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미 생사를 넘어 오늘 지금 여기서 영원한 삶을 삽니다. 주님을 닮아 아름답고 기쁘게 살아갑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분명히 죽음이 마지막이 아님을 밝히십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장가도 들고 시집도 간다. 그러나 저세상에 참여하고 또 죽은 이들의 부활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판단받은 이들은 더 이상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천사들과 같아져서 더 이상 죽는 일도 없다. 그들은 또한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

 

이미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된 하늘 나라입니다. 수도자들은 물론 믿는 이들은 이미 주님의 부활에 동참하여 하느님의 자녀로서 천사들처럼 천상 생활을 앞당겨 살아갑니다. 

 

삶이나 자연을 통해 이런저런 아름다움을 체험할 때 천국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도 어렴풋이 듭니다. 사실 세상의 아름다움은 천상 아름다움의 희미한 그림자에 불과할 것입니다. 

 

오늘 묵시록은 두 증인의 부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두 증인이 상징하는 바 순교성인들 모두입니다. 두 증인 예언자는 하늘에서부터 “이리 올라오너라.” 외치는 목소리를 듣자 원수들이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합니다. 죽음이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부활임을 알려 줍니다. 

 

그러니 지상에서 이미 하늘 나라 천국을 살아야 합니다. 바로 파스카의 삶입니다.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십니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습니다. 사람 눈에 죽음이지 하느님 눈에는 모두가 당신 안에 살아 있는 사람들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당신 안에서 하늘 나라의 영원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10). 아멘.

 

  • ?
    고안젤로 2018.11.24 07:25
    하느님께서는 지금 살아있는 우리들의 하느님 입니다. 그러기에 주님을 믿는 이들에게는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 천국 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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