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15.월요일 성 파코미오 아빠스(290-346/347) 기념일 

사도16,11-15 요한15,26-16,4ㄱ

 

 

 

선교의 본질적 두 요소

-환대와 보호자 진리의 영-

 

 

 

일기쓰듯 자유롭게 쓰는 강론입니다. 이미 예전에 모범적인 주옥같은 강론들은 너무 많이 써서 나눴기에 이젠 좀 자유롭고 싶습니다. 참 오랜만에 1박2일의 외출이었습니다. 왜관수도원에 5.14일 일찍 출발하여 왜관 수도원 피정집에 도착하여 종신허원 봉헌자 피정 강의하고 5.15일 늦게 귀원하여, 그러나 간발의 차이로 저녁식사는 못했지만 내일 영명축일을 맞이하는 원장수사에겐 축하인사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아예 저녁은 생략했고 잠시후 끝기도에 참석했습니다.

 

왜관은 교통이 불편한 곳입니다. 하행시 ktx로 동대구역에 갔다가 무궁화호로 바꿔타 역방향으로 왜관역에서 내렸고 상행시 무궁화호로 동대구역에 갔다가 ktx로 바꿔타 상경했습니다. 착오로 인해 고생도 했습니다. 사정이 여의치 않고 어리석음을 자초하여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왜관 피정집에서 왜관역까지 걸어갔고, 또 착오로 ‘불암동’전 정류장 45번 종점에서 내려 그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수도원 집무실까지 오니 ‘참 서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난생 무거운 캐리어를 가장 많이 끌었던 결코 잊지 못할 날이었습니다. 소득은 안셀모 신부의 두 권의 책을 구입했다는 것과 그리고 ‘그리스도의 사랑이 되어라’ 책의 후기는 정말 감동 깊게 읽었다는 것입니다. 토마스 머튼은 이미 제가 35년전 1988년 대학원 석사 논문(Thomas Merton에게 있어서의 그리스도교의 관상觀想-관상觀想에 대한 통전적統全的 이해-)에서 다루기도 했던 분으로 참 심취心醉했던 분이기도 합니다.

 

오늘 5월15일은 참 각별한 날입니다. 스승의 날이자 세종대왕의 탄생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전주 이씨 영해군 자손인데 영해군은 세종대왕의 17남으로 화목한 것을 좋아하여 다투는 일이 없었다 하니 제가 영해군을 닮았나 봅니다. 참으로 위대한 세종대왕이요 그 평전을 보면 감동 자체입니다. 

 

또 오늘은 우리 수도원의 원장인 파코미오 신부의 영명축일이기도 합니다. 어제 참 기막힌 일화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영명축일 축하에 늦어질 것 같아 왜관피정집 아름다운 장미꽃들 배경한 성모님 사진과 더불어 보낸 것이 오타로 ‘성모님’을 ‘장모님’으로 보낸 것입니다. 

 

“왜관 피정집 장모님께서도 기뻐 축하드립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 난감했습니다. “성모님이 장모님으로 오타가 기막힙니다.” 메시지를 보냈고, “오늘의 화두입니다.” 재차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성모님의 사위’라면 이보다 더 큰 성모님의 사랑은 없을 것이라 속으로 생각하며 웃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본의 아니게 최고의 축일 선물을 보낸 것이니 이 또한 성령님의 은총입니다.

 

코이노니아(Koinonia)! 참 좋은 말마디입니다. 바로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은 오늘 이집트의 공주수도승의 아버지라 칭하는 성 파코미오 아빠스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바로 파코미오 수도 공동체의 뿌리가 되는 코이노니아, 형제들과의 일치를 뜻하는 말마디입니다. 바로 성 파코미오 아빠스의 수도공동체가 코이노니아 공동체였던 것입니다. 

 

성 파코미오 아빠스가 임종할 즈음에는 그의 수하에 약3000명의 수도자들이 있었고, 2개의 수녀원도 있었지만 사제로 서품되지는 않았습니다. 성인은 전염병이 창궐하던 지역에서 환자들을 돌보다가 전염되어 346년 또는 347년 9월5일에 세상을 떠나니 말그대로 사랑의 리더십을 지녔던 코이노니아의 사람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일년 단위로 나오는 왜관수도원 잡지 이름도 코이노니아이고 요셉수도원을 사랑하여 모인 자매들의 모임 명칭도 코이노니아 자매회입니다. 세종대왕의 17남인 영해군도 코이노니아의 왕자였음을 봅니다.

 

요셉 수도원 역시 형제애가 넘치는 코이노니아 수도공동체입니다. 어제 귀원해 보니 휴가를 떠났던 세 수도형제가 원장 축일에 앞서 모두 귀원하여 축하해주는 것을 보고 새삼 깨달은 코이노니아 친교의 형제애였습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공동체의 특징이 코이노니아입니다. 메타노이아(회개)-코이노니아(친교)-디아코니아(봉사)에서 보다시피 신자생활의 핵심 요소가 되는 코이노니아입니다.

 

어제 왜관 수도원 수도형제들을 보니 세월의 흐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많이들 늙었고 흰머리들이 못알아 볼 정도였습니다. 순간 ‘괴물(?)’처럼 보이기도 했는데 믿음의 눈으로 보니 ‘믿음 덩어리’로 보였습니다. 정말 믿음으로 코이노니아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주님 믿음의 전사에 손색이 없는 장한 분들입니다. 그래도 많이 웃으며 기쁘게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웃으면 꽃같은 사람의 얼굴인데 웃지 않으면 괴물같이 보이는 노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는 순수로 빛났던 젊은이들이었습니다. 노욕老慾이 노추老醜가 되기 쉬운 이치를 깨닫습니다. 그래서 빛나는 젊은이들이 꼰대라 하여 노인들에게 거리를 두는지 모릅니다. 입을 닫고 지갑은 여는 노인이 되라는 말도 생각이 납니다.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합니다. 

 

나중에 남는 얼굴은 둘중 하나일 것입니다. 기도와 사랑으로 코이노니아의 삶을 통해 주님을 닮은 얼굴인가 그렇지 않은 얼굴인가, 참 한결같은 얼굴관리가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지 깨닫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닮기 위해, 예닮의 여정을 위해 주님의 '영원한 현역'이 되어 분투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형제애의 친교인 코이노니아가 선교에도 결정적 영향을 줍니다. 코이노니아의 사람이 바로 환대의 사람이요, 이런 환대의 사랑을 가능하게 해주는 보호자 진리의 영, 성령입니다. 선교활동에 있어 두 결정적 본질적 중요한 두 요소가 환대와 보호자 성령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바오로에게 세례를 받고 바오로 일행을 환대하는 티아티라시 출신의 자색 옷감 장수인 리디아가 환대의 인물이자 코이노니아의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리디아는 온 집안과 함께 세례를 받고 나서, “저를 주님의 신자로 여기시면 저의 집에 오셔서 지내십시오.”하고 청했을 때 분명 바오로 일행은 이에 응답했을 것입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겸손한 보호자 성령이 결정적 역할을 했음을 또 깨닫게 됩니다.

 

이런 환대의 사랑과 영성은 교회 자매님들을 통해 오늘날도 면면히 계승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환대의 사랑을, 정신을 실천하는 자매들이 있기에 유지되는 교회요 수도원같습니다. 봉헌금이나 미사예물을 내는 분들은 거의가 자매들이요, 자발적 사랑으로 수도원 봉사하는 분들도 거의가 자매들입니다. 

 

수도원을 방문할 때도 형제들은 거의 빈손이지만 자매들은 무엇인가 들고 옵니다. 부성애와 모성애의 차이가 천지차이입니다. 코이노니아 자매들의 한가지 공통점은 나이에 상관없이 마음과 얼굴이 꽃같이 예쁘다는 것이니 환대의 영성 덕분일 것입니다. 사실 세상 곳곳에 이런 환대의 사람들이 있었기에 무소유의 선교사들의 선교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환대에 이어 보호자 성령입니다. 이 두 요소의 특징은 “겸손하여 표면에 나서지 않는다(self-effacement)”는 것입니다. 얼마나 멋진 환대의 영성이요 보호자 성령인지요! 환대의 영성과 보호자 성령이 교회와 선교에 얼마나 고마운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요! 겸손하여 표면에 나서지 않은 성령의 사람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오늘 복음의 중심 말마디는 보호자 성령, 진리의 영입니다.

 

“내가 아버지에게서 너희에게로 보낼 보호자, 곧 아버지에게서 나오시는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살 것이다...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너희를 죽이는 자마다 하느님께 봉사한다고 생각할 때가 온다. 그들은 아버지도 나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러한 짓을 할 것이다.”

 

진리의 영, 성령의 선물이 있어 비로소 참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도 예수님도 모르는 무지의 사람들! 바로 무지에 대한 결정적 답도 보호자 진리의 영, 성령뿐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진리의 영, 성령의 인도따라 살아갈 때 겸손한 사랑의 환대에 주님을 증언하는, 지칠줄 모르는 선교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환대의 사람, 성령의 사람으로 변화시켜 주십니다. 끝으로 “오소서 성령이여”(성가142,494)로 강론을 마칩니다. 성가494장을 수시로 불러보시기 바랍니다.

 

“오소서 성령이여, 믿는자의 위로여, 

 우리 마음 깊숙이 사랑의 불을 놓으소서.

 

 오소서 성령이여 세상을 비추사

 어두운 이 세계를 진리의 불로 밝히소서.

 

 영혼의 위로자여 괴로움없이하고

 병든자의 실의에 희망의 길을 비추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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