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24.부활 제7주간 수요일                                                             사도20,28-38 요한17,11ㄷ-19

 

 

 

성화(聖化)의 여정

-“주님,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얼마전 구입한 세권의 한국 위인 평전을 틈틈이 소중히 읽고 있습니다. 시기별로 평전 이름에 붙은 명칭이 마음에 듭니다. 이황 “퇴계평전-인간의 길을 밝혀준 스승”, 이이 “율곡평전-나라를 걱정한 철인-”, 정약용 “다산평전-백성을 사랑한 지성-”, 이중 한국 5천년사 최고의 학자를 꼽기로 하면 당연히 다산 정약용일 것입니다. 

 

세분들 모두가 예수님의 제자로 해도 손색이 없는 참으로 진리를 사랑했고 백성을 사랑했던 분들입니다. 후손의 저희에게 안타까운 점은 한자로 된 이분들의 깊고 아름다운 글들을 직접 읽으며 배울수 없다는 점이겠습니다. 어제 가톨릭 다이제스트 6월호 안표지의 잠언성 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유명한 독일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입니다.

 

“질문을 잊지 않으면, 언젠가 그 답안에 살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대로 사랑이신 하느님만을 찾는 우리 수도자들에게 딱 드러맞는 진리입니다. 참으로 늘 하느님을 끊임없이 물으며 살 때 언젠가 하느님 사랑 안에 살고 있는 자신을 만난다는 것이며 사실 우리 삶이 이미 그러할 것입니다. 이미 하느님 사랑 안에 살고 있는 우리 자신을 만나고 있으며, 이런 ‘만남의 기쁨’이 살게 하는 힘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말씀도 어제에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복음은 예수님의 계속되는 고별기도로 당대의 당신 제자들은 물론 오늘 우리를 향한 ‘제자들을 위한 기도’로 심금을 울리는 아름답고 진정성 가득한 기도입니다. 얼마나 하느님 아버지를 신뢰하고 사랑했으며 동시에 제자들을 끔찍이 사랑했는지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대로 경천애인(敬天愛人)의 모범이었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어제처럼 “이제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에 이어지는 예수님의 고별기도중 감동적인 일부 대목을 나눕니다. 흡사 주님의 기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대로 오늘의 우리를 향한 기도입니다.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이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세상에 속화(俗化)되지 말고 세상을 성화(聖化)해야 할 세상의 소금, 세상의 누룩, 세상의 빛같은 수도원이자 우리 존재들임을 깨닫습니다. 우리 모두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사 비는 주님이십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뿐 아니라 우리를 거룩하게 합니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그러니 진리이신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진리의 말씀들을 사랑하고 공부하고 실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리이신 말씀과 하나됨으로 날로 성화되어 거룩해질 때 악에 대한 최고의 처방일 것입니다. 악(惡) 대한 최적의 처방은 착할 선(善)이 아니라 거룩할 성(聖)이라는 말씀도 생각납니다. 거룩함의 불길속에서 불태워지는 악이라는 것입니다. 이래서 성화의 여정에 필수적 수행이 사랑, 기도, 말씀 공부와 실천임을 예수님으로부터 배웁니다. 

 

새삼 사랑과 기도를 곁들인 렉시오 디비나 성독의 수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말그대로 성독의 선택, 성독의 훈련, 성독의 습관화입니다. 비단 신구약 성서뿐 아니라 성서의 성독의 수행은 시편성무일도와 미사공동전례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관상의 삶도 실천되는 것입니다. 

 

예수님과 바오로는 둘이자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 그리스도없는 바오로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어제에 계속이어지는 바오로의 에페소 교회 원로들에 대한 작별인사는 구구절절 감동이요 살아 있는 교훈들로 가득합니다. 흡사 주님의 기도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얼마나 주님을 사랑하고 신자들을 사랑했는지 역시 경천애인의 모범인 바오로입니다. 바오로의 감동적인 고별인사 일부를 인용합니다.

 

“여러분 자신과 모든 양떼를 잘 보살피십시오...내가 삼년동안 밤낮 쉬지 않고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며 늘 깨어 있으십시오. 이제 나는 하느님과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 그 말씀은 여러분을 굳건히 세울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구의 은이나 금이나 옷을 탐낸 일이 없습니다. 나와 내 일행에게 필요한 것을 이 두 손으로 장만하였다는 사실을 여러분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모든 면에서 여러분에게 본을 보였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처럼, 완전히 진리의 말씀과 하나된, 즉 예수님과 하나된 바오로 사도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자신을 완전히 비워 주님으로 가득 채운 무욕의 사람, 그리스도의 사람 바오로입니다. 복음 말씀대로 진리로 거룩해진 바오로요 ‘성화의 여정’의 모범적인 분입니다. 마지막 대목이 감동적입니다. 기도와 사랑으로 이들 원로들과 혼연일체(渾然一體)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오로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무릎을 꿇고 그들과 함께 기도하였다. 그들은 모두 흐느껴 울면서 바오로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말그대로 사랑의 눈물, 기도의 눈물, 감사의 눈물, 남자의 눈물입니다. 저도 며칠전 울컥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 행사때 마다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그 전문을 나눕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광주의 비극을 주님 안에 어떻게 승화(昇華)하여 체화(體化)할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과제이겠습니다. 오늘 주님의 고별기도와 바오로의 고별인사가 참 감동적이요 깊은 깨우침을 줍니다. 바로 진리로 거룩해진 삶, 성화의 여정에 충실하고 항구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주님 친히 말씀하십니다.

 

“나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레위19,2)

 

날로 주님을 닮아 거룩해지는 성화의 여정, 그대로 하느님을 닮아가는 하닮의 여정,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과 통합니다. 바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날로 거룩해지는 ‘성화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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