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28.사순 제5주간 화요일                                                                민수21,4-9 요한8,21-30

 

 

 

믿음의 여정(旅程), 믿음의 전사(戰士), 믿음의 훈련(訓鍊)

-무지에 대한 답은 믿음뿐이다-

 

 

 

"주는 온유한 자 의를 따라 걷게 하시고,

 겸손한 자 당신 도를 배우게 하시나이다."

 

온유한 믿음, 겸손한 믿음입니다. 오늘 새벽 독서기도후 계응송은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오늘 미사시 입당송도 믿음에 큰 격려가 됩니다.

 

"주님께 바라라. 힘내어 마음을 굳게 가져라.

 주님께 바라라."(시편27,14)

 

어제 저녁 식사후 세기중 제가 한말에 제가 공감했습니다. “정말 믿음이 좋은 분들은 똑똑하고 지혜로운 것 같습니다.” 형제에게 말하고 제 주변을 보니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의 본질은 전쟁이죠”, 얼마전 모 유명정치인의 짧은 언급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우리 믿는 방식으로 말하면 "믿음의 전쟁"입니다. “믿음의 여정, 믿음의 전사, 믿음의 훈련-무지에 대한 답은 믿음이다-”바로 오늘 강론의 제목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삶에서 믿음을 빼버리면 허무와 무의미 자체일 것입니다.

 

삶과 믿음입니다. 삶과 함께 가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믿음의 여정인 것입니다. 불신불립(不信不立)입니다.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습니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립니다. 안정과 평화가 없습니다. 불평과 불만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삶이 두렵고 불안합니다. 믿음이 없을 때 원망, 절망, 실망이지만 믿음이 좋으면 감사, 감동, 감탄입니다.

 

인간 품위의 기초가 믿음입니다. 잘 나갈 때는 모릅니다. 역경에 처했을 때 고난이 계속될 때 비로소 믿음은 진가를 발휘합니다. 갑작스런 믿음의 은총, 믿음의 성장은 없습니다.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하느님 은총에 응답하여 영원한 현역의 믿음의 전사로서 믿음의 훈련에 충실할 때 비로소 믿음의 성장에 성숙입니다. 어찌보면 우리 믿음의 수준은 여전히 초보자 수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믿음의 최종 시험이 죽음입니다. 참으로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의연히, 믿음으로, 편안히 선종하는 이들은 몇이나 될까요. 극히 드물 것입니다. 그러니 평생 훈련과 공부가 실천이 믿음의 훈련, 믿음의 공부, 믿음의 실천입니다. 치매에 대한 결정적 처방이기도 합니다. 사실 제가 매일 목숨을 걸고 쓰는 강론은 일종의 믿음의 훈련, 믿음의 공부, 믿음의 실천이기도 합니다.

 

“노년 인생 품위의 우선 순위는 하느님 믿음, 건강, 돈이다. 밥의 욕망만 있고 인간 품위의 기초인 믿음이 없으면 말그대로 노욕, 노추의 삶일 것이다. 날로 성장 성숙해가야할 믿음이다.”

 

“물보다 진한게 피이고 피보다 진한게 돈이고 돈보다 진한게 하느님 믿음이다. 정말 돈 유산 보다 물려 줘야 할 값진 유산이 믿음의 유산이다. 세상에 믿음의 유산을 능가하는 것은 없다. 믿음도 보고 배운다. 부모로부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는 믿음이다. 믿음의 교사로 부모를 능가는 사람은 없다."

 

“영적탄력이 좋아야 영적 부요의 삶이다. 바로 믿음의 탄력과 함께 가는 영적탄력이다.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의 믿음이, 삶이 영적탄력의 요체이다.”

 

피정지도시 자주 강조하는 내용들입니다. 어제 써놓은 믿음의 성장과 성숙을 소망하며 쓴 “내 믿음의 품”이란 자작고백시도 생각납니다.

 

“한없이 넓고 깊은 그윽하고 아늑한 품이 하느님을 닮았다.

 정주 수도원 자연의 품이 바로 그러하다.

 수도공동체의 품이 그러하다.

 모두를 받아들여

 모두를 품에 안은 환대의 품

 한없는 침묵의 품, 인내의 품, 사랑의 품, 생명의 품이구나.

 아무도 오는 이들 막지 않고, 가는 이들 잡지 않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는 초연하고 넉넉한 품,

 언제 이에 도달하려나

 내 믿음의 품은.”

 

어제 점심중 식탁을 보니 3분의 상주 손님에 2분의 새 손님의 방문으로 무려 5명의 손님이 함께 하는 수도공동체 믿음의 품이 참 넓고 깊구나 감동했습니다. 정주 수도원에 빛나는 환대 영성은 베네딕도 수도회의 자랑일 것입니다. 정주와 환대 역시 믿음의 표현입니다.

 

믿음이 답입니다. 믿음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믿음의 빛, 믿음의 힘입니다. 불신의 어둠, 불신의 약함입니다. 믿음의 빛은 하느님의 빛이고 믿음의 힘은 하느님의 힘입니다. 바로 이런 믿음만이 인간무지와 허무에 대한 근본처방입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끊임없는 회개와 더불어 믿음의 성장과 성숙입니다. 바로 이런 믿음의 관점에서 보면 오늘 말씀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오늘 말씀의 대상은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대로 해당됩니다. 매일미사책 시작 말마디가 이를 입증합니다. 제1독서는 “그 무렵”으로, 복음은 “그때에”로 시작됩니다. 언제나 “그 무렵”, “그때에”입니다. 예나 이제나 인간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제1독서 민수기 말씀중,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광야여정중 마음이 조급해져 하느님과 모세에 불평하는 믿음 약한 백성들은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불뱀에 물려 죽자 즉시 중재자 믿음의 모세에게 간청하니 모세는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니 주님의 응답입니다.

 

“너는 불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불뱀에 물렸을 때 구리뱀을 쳐다보면 살아났으니, 바로 구리뱀이 상징하는 바 십자가의 예수님입니다. 하느님과 백성의 중재자 모세가 예수님의 예표라면 구리뱀은 십자가 예수님의 예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우리 믿음의 영도자 예수님의 신원이 은혜롭게 계시됩니다. 두 대목이 우리의 믿음에 결정적 도움을 줍니다.

 

“너희는 아래에서 왔고 나는 위에서 왔다. 너희는 이 세상에 속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라고 내가 말하였다. 정녕 내가 나임을 믿지 않으면, 너희는 자기 죄 속에서 죽을 것이다.”

 

이래서 예닮의 여정을 통해 위에서 오신 예수님을 닮아가면서 빛과 생명 속에 살아가는 믿음의 삶이 그토록 중요한 것입니다. 내가 나임을 믿지 않으면, 바로 “나는 나다”라는 하느님이신 예수님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 우리는 어둠의 죄속에서 결코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참으로 믿음만이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 속하지 않은, 위에서 온 존재인 주님과 함께 생명과 빛으로 살게 합니다. 그래서 믿음의 여정중에 평생 성사인 성체성사와 고백성사를 통한 예수님과의 일치가 중요합니다. 두 번째 예수님 말씀도 은혜롭습니다. 이 말씀에 많은 사람이 예수님을 믿었다 합니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을 들어 올린 뒤에야 내가 나임을 깨달을 뿐만 아니라, 내가 스스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만 말한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나를 보내신 분께서는 나와 함께 계시고 나를 혼자 버려두지 않으신다. 내가 언제나 그분 마음에 드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래서 예수님을 길이자 진리요 생명이라 고백하는 것이며, 이 예수님을 통해서만 아버지께 이를 수 있다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십자가의 예수님이야말로 영원한 회개의 표지이자 믿음의 표지요 희망의 표지이자 구원의 표지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우리가 영원히 바라볼 대상은 십자가의 예수님, 파스카의 예수님뿐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우리 믿음의 영도자이시며 완성자이신 예수님을 바라봅시다(히브12,2ㄱ).

 

이런 예수님과 일치가 깊어지는 예닮의 여정과 더불어 우리의 믿음도 날로 성장 성숙해 가리라 믿습니다. 육신은 날로 노쇠해가도 영혼은 날로 믿음의 성장과 성숙과 더불어 새로워 졌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날마다의 거룩한 미사은총이 믿음의 성장과 성숙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주님, 저희가 언제나 천상 선물을 갈망하며, 끊임없이 하느님께 나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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