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24.수요일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피정3일차)

요한묵21,9ㄴ-14 요한1,45-51

 

 

참사람(眞人)의 모범

-나타나엘-

 

 

“주님은 가시는 길마다 의로우시고, 

 하시는 일마다 진실하시네.”(시편145,17)

 

얼마전의 두 체험은 새삼스런 깨달음이었고 내심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또 새롭게 배운 느낌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수도형제가 반갑고 고마워 수중에 있던 약간의 금전을 꼭 필요한 곳에 쓰라 드렸지만 완강히, 끝까지 고사했습니다. 비슷한 체험을 며칠전에 또 했습니다. 

 

운전 봉사로 수고해준 수도형제가 고마워 모처럼, 처음으로, 성의誠意를 표현했지만 역시 완강히 사양했습니다. 역시 마음이 깨끗한 수도형제였습니다. 내심 부끄러웠고 배웠습니다. 정신이, 영혼이, 마음이 살아있었습니다. 이래서 수도자입니다. 수도자에게 마음의 순수는 생명과 같은 것입니다. 제가 바로 우리 수도형제들을 믿고 사랑하는 점은 바로 이런 마음의 순수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산상설교중 참행복 선언에 나오는 성구입니다. 어제까지 양일간 계속됐던 “불행하여라”는 일곱가지 불행선언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마음이 가난한 겸손한 사람이, 마음이 깨끗한 순수한 사람이 바로 참사람입니다. 참된 구도자가, 수행자가, 수도자가 궁극으로 목표하는 삶이기도 합니다.

 

인간 누구나의 마음 깊이에는 이런 참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살고 싶은 근원적 갈망이 있습니다. 하느님을 닮고 싶은 갈망입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의 복된 운명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갈망, 배움에 대한 사랑은 수도자뿐 아니라 누구나 안에 잠재해 있는 근원적 자질입니다. 더불어 열정과 순수 역시 수도자뿐 아니라 참사람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본질적 자질입니다.

 

우리는 바로 이런 참된 구도자의 모범을 오늘 복음에서 만납니다. 바로 나타나엘입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바로톨로메오 사도와 동일한 인물로 추정되는 나타나엘입니다. 바로톨로메오를 비롯한 예수님께 발탁된, 누구보다 열렬히 항구히 주님을 사랑했던 12사도들이 바로 참사람, 참된 구도자의 모범입니다. 전승에 의하면 바로톨로메오 사도는 예수님께서 승천하신후 인도와 터키로 가서 복음을 전하다가 아르메니아에서 순교하였다 합니다. 

 

만남중의 만남이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말그대로 만남의 은총, 만남의 축복, 만남의 기쁨입니다. 바로 살아 계신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혼자서는 못 삽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에게 우연한 만남이란 없습니다. 참 좋은 영적 도반 필립보 덕분에 주님을 만난 나타나엘, 이 또한 은총입니다. 그러나 그 만남의 과정은 간단치 않습니다.

 

“우리는 모세가 율법에서 기록하고 예언자들도 기록한 분을 만났소. 나자렛 출신으로 요셉의 아들 예수라는 분이시오.”

 

참 좋은 분을 만나면 이웃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필립보의 언급에도 나타나엘은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편견에서 못 벗어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입니다만, 필립보는 즉시 “와서 보시오.”하고 강력히 권고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한눈에 보고 배우는 것이, 깨닫는 것이 결정적이 경우가 많습니다. 

 

나타나엘과 주님의 만남이 가히 운명적입니다. 첫눈에 반한겁니다. 말그대로 구원의 만남이요 만남의 구원입니다. 나타나엘의 진면목을 한눈에 알아채신 주님의 고백입니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참으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입니다. 참사람이 되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근원적 갈망입니다. 이어지는 문답도 마치 불교 선사들의 선문답같기도 하고, 옛 사막의 스승을 찾았던 구도자들의 문답을 연상케 합니다. 삶이 간절하고 절실하면 말도 군더더기가 없고 단순명쾌합니다.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필립보가 너늘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

 

역시 우연한 만남은 없습니다. 평상시 하느님을 찾는 열정에 무화과나무아래에서 영적독서와 관상에 전념했던 나타나엘을 마음에 담아 두셨던 주님이심이 분명합니다. 누구보다 우리의 전부를 잘 아시는 주님이십니다. 감격에 벅찬 나타나엘의 고백은 분명 성령의 은총입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참사람 예수님과 참사람 나타나엘의 참만남입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참자기를 발견한 나타나엘이요 즉시 주님의 진면목을 깨달아 고백하는 나타나엘입니다. 주님과의 운명적 만남으로 결정적 전환점이 된 나타나엘입니다. 만남중의 만남이 이런 주님과의 만남이요 날로 깊어질 주님과의 관계가 예고됩니다. 나타나엘뿐 아니라 주님을 찾는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약속 말씀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제단 위에서 오르내리는 은총의 미사 시간임을 깨닫습니다. 나타나엘에 버금가는 순수의 사도가 바로 오늘 제1독서 요한 사도입니다. 주님의 천사는 마음 깨끗한 요한에게 천상신비를 체험케 합니다. 어린양의 신부가 될 천상교회 예루살렘을 보여줍니다. 요한의 고백입니다.

 

‘그 천사는 성령께 사로잡힌 나에게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도성은 하느님의 영광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광채는 매우 값진 보석 같았고 수정처럼 맑은 벽옥 같았습니다.’

 

이어지는 천상 예루살렘 교회의 아름다움이 환상적입니다. 절정의 표현은 마지막 대목입니다. ‘그 도성의 성벽에는 열두 초석이 있는데, 그 위에는 어린양의 열두 사도 이름이 하나씩 적혀 있었습니다.’ 아마 지금은 열두 사도뿐 아니라 무수한 성인성녀들의 이름도 새겨져 있을 것이고 언젠가 우리들의 이름도 새겨질 것입니다. 바로 우리 교회의 원형을 보여주는 천상 예루살렘 교회로 순례 여정중의 우리 지상교회임을 깨닫습니다. 영성체후 기도도 고무적입니다. 

 

“주님, 저희가 복된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을 지내며, 성체를 모시고 영원한 구원의 보증을 받았으니, 현세에서 올바로 살아 미래의 영광에 이르게 하소서.”

 

주님과 만남의 일치를 이루는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날로 주님을 닮아 순수와 열정, 섬김과 겸손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은 당신을 부르는 모든 이에게, 

진실하게 부르는 모든이에게 가까지 계시네.”(시편145,1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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