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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25.사순 제2주일                                 창세22,1-2.9ㄱ.10-13.15-18 로마8,31ㄴ-34 마르9,2-10

 

 

변모의 여정

-날마다 거룩한 주님을 닮아가는-

 

 

가톨릭교회의 아름다움은 전례의 아름다움이며 전례의 아름다움은 성무일도와 미사의 아름다움입니다. 아침 성무일도 찬미가도 참 아름다웠습니다. 1절만 소개합니다.

 

“어느덧 세월흘러 봄이돌아와 사십일 재계시기 다가왔으니,

 교회의 신비로운 전통에따라, 마음을 가다듬어 재계지키세”

 

2005년 봄, 그러니까 19년전 써놨던 시 두 편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19년 동안 어머니를 비롯해 3분의 형님이 돌아갔고 많은 사랑하는 분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월 흘러도 오랜만에 읽어보니 새롭습니다. 하나는 ‘한강을 건널 때 마다’입니다. 이 때는 수도원 매각 문제로 참 어지러웠던 때이고, 힘들 때 좋은 시들은 구원의 빛처럼 저를 밝혔고 위로했고 자유롭게 했습니다.

 

“물 흐르듯 살 수는 없나?

 한강을 건널 때 마다 생각한다

 ‘가슴에 강(江) 하나 지녔으면 좋겠다.’

 시작도 끝도 없이

 하나로 흐르는 세월의 강(江)인데

 부질없이 나눈 

 세월의 방(房)안에서

 나는 참 많이도 삭막하게, 썰렁하게 살았다

 아!

 서두르지 않고

 유유히

 흐르는 강처럼 살 수는 없나?

 한강을 건널 때 마다

 가슴 안에 흐르는 영원의 강(江)을

 강같은 당신을 

 생각한다.”-2005.3

 

밖으로는 임 기다리는 산처럼, 안으로는 임향해 흐르는 강처럼, “산처럼, 강처럼”, 그대로 산같은 정주의 삶을 살아가는 베네딕도 수도자들의 꿈이기도 합니다. 어제는 꼬박 일년 기다렸다 찾아온, 맨 먼저 피어난 영춘화(迎春化), 파스카의 봄꽃이 너무 반갑고 고마워 여러 지인들에게 전송했습니다. 또 하나는 “봄이 되었다”라는 시입니다.

 

“마음 설레게 하는, 들뜨게 하는 봄꽃들이라

 막 꽃피기 전 햇빛 부드러운 초봄이 제일 좋다

 어느 새 찾아 온 이름 모를 새들

 맑은 소리로 봄소식을 알린다

 부드러운 봄비

 따사로운 봄빛

 맑은 봄소리

 향기로운 봄공기, 봄거름, 봄흙

 봄에는 향기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

 봄의 맑음과 부드러움, 향기에 빠지다보니

 나는 사라져 봄이 되었다”-2005.3.

 

사순시기 전례시기와 너무 잘 들어맞는 요즘의 계절, 봄입니다. 강같은, 봄같은 파스카의 주님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사순 제2주일입니다. 전번 사순 제1주일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을 이겨내신 주님에 이어, 오늘 사순 제2주일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입니다. 그래서 강론 제목은 “변모의 여정-날마다 거룩한 주님을 닮아가는-”이라 정했습니다. 그대로 주님을 닮아가는 거룩한 성화의 여정과도 통합니다. 저는 여기서 잠시 다산과 맹자의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삶의 여정에 귀한 깨우침을 줍니다.

 

“살아온 세월을 맹신하면 축적한 내공이 편견이 된다. 일가견을 이룬 사람은 아이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다산

“어른이란 아이의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맹자

 

아이가 상징하는 바, ‘겸손하고 지혜로운, 그리고 순수한 열린 마음’입니다. 오늘 주님의 거룩한 변모 사건에 앞선 복음 내용이 중요합니다. 바로 주님의 수난과 부활 예고로, 예수님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가? 라는 내용으로 제자들은 크게 충격을 받았을 것이고 많이 위축되었을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아이같은 마음으로 스승이자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주님의 수난과 부활 예고시 반발하던 베드로가 주님께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호된 질책을 받았던 사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제자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선물이 주님의 변모사건이요 제자들의 주님의 변모 체험입니다. 

 

저는 어제 성가연습을 하면서도 흡사 오늘이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처럼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주님을 믿는 우리들에게는 날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축일이요, 날마다 주님을 닮아 거룩히 변모되어 가는 우리들입니다. 저는 오늘 복음에서 세가지 주님의 가르침을 배웁니다. 

 

첫째, “사랑하라!”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했던 제자들이 결정적 순간, 때가 되었을 때 주님을 만나는 신비체험을 합니다. 오늘 제1독서의 아브라함이 그렇고,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가 그렇습니다. 주님과 아브라함의 관계를 보면 두분간의 신뢰와 사랑이 얼마나 깊은 지 감동합니다.

-“아브라함아!” 하고 부르시자, 그가 “예, 여기 있습니다.”하고 대답합니다.-

두 번째, 아브라함이 칼을 들어 이사악을 죽이려 했을 때 주님은 다급한 마음에 아브라함을 두 번씩이나 부르시고 그를 만류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변모를 체험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의 세제자들 역시 참으로 주님께 온전히 신뢰와 사랑을 바쳤던 분들임이 분명합니다. 복음 서두의 묘사가 이를 입증합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이건 차별이나 편애가 아니라 자연스런 것으로 다른 제자들도 받아들였을 것이니, 세 제자들의 주님 사랑이 참으로 진실하고 탁월했기 때문입니다. 제2독서 로마서에서 바오로 사도의 확신에 넘친 고백도 그의 주님 사랑을 입증합니다.

 

둘째, “체험하라!”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선사되는 주님의 체험, 신비체험입니다. 이런 체험은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은총의 선물입니다. 이런 면에서 주님을 만났던, 체험했던 복음의 세 제자는 물론이고 창세기의 아브라함, 로마서의 사도 바오로 진짜 신비가입니다. 진정 내적 힘도 이런 주님과의 만남을 통한 체험에서 나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새하얗게 빛나는 옷에, 엘리야와 모세와 이야기를 나누는 신비로운 장면을 목격한 제자들의 충격은 너무나 컸을 것입니다. 주님 부활의 영광을 앞당겨 체험한 것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예수님은 두 승천한 인물과 영적 교류가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이런 신비체험에 대한 베드로의 반응입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베드로의 순수한 마음은 이해가 되나 큰 착각입니다. 결코 독점하거나 집착할 수 없는 선물같은 신비체험임을 몰랐던 것입니다. 어쨌든 주님 부활의 영광을 앞당겨 체험한 이런 내적신비체험은 세 제자들의 십자가의 여정에 샘솟는 힘의 원천이 됐을 것입니다. 바로 오늘 감사송이 제자들의 주님 변모 신비 체험의 진실을 환히 밝혀 줍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죽음을 제자들에게 미리 알려 주시고, 그 거룩한 산에서 당신의 영광을 보여 주시어, 구약의 율법과 예언서에 기록된 대로, 수난을 통해서만 영광스럽게 부활한다는 것을 밝혀 주셨나이다.”

 

제1독서 창세기 후반부에서 보다시피 아브라함의 주님과의 은밀한 내적체험은, 그의 평생 여정에 큰 힘이 됐을 것입니다.

 

“나는 나 자신을 걸고 맹세한다. 주님의 말씀이다. 네가 이 일을 하였으니, 곧 너의 아들, 너의 외아들까지 아끼지 않았으니, 나는 너에게 한껏 복을 내리고, 네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한껏 번성하게 해 주겠다.”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들으니 출산율 저하로 장차 나라의 명운까지 위협받는 우리의 박복(薄福)한 현실이 안타깝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바오로의 주님과 만남의 절정을 보여주는 사도의 확신에 넘치는 살아 있는 고백은, 그대로 우리의 고백으로 삼아도 너무 좋겠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백절불굴의 파스카의 믿음의 비밀이 환히 드러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 당신의 친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 주신 분께서, 어찌 그 아드님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누가 우리를 단죄할 수 있겠습니까? 돌아가셨다가 참으로 되살아나신 분, 또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신 분, 그리고 우리를 위하여 간구해 주시는 분이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셋째, “들어라!”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들음의 경청입니다. 경청하는 이가 겸손한 이요 경청하는 이가 순종하는 이요, 경청하는 이가 추종하는 이입니다. 제자직의 필수 조건이 경청입니다. “아브라함아!” 부르심에 즉시 “예 여기 있습니다.” 대답하는 아브라함은 깨어 있는 사람이자 잘 듣는 경청의 사람임이 분명합니다. 

 

아브라함의 경청은 그대로 순종에 직결됨을 봅니다. “네가 나에게 순종하였으니,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너의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 우리의 순종은 우리 당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도, 후손에도 축복의 통로가 됨을 봅니다. 신비체험에 집착하는 제자들은 물론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 대한 주님의 당부 말씀도 들어라, 경청입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이제 산상에서 주님의 거룩한 변모체험은 끝났지만 제자들은 물론 주님을 따르는 우리의 십자가의 여정은, 주님을 닮아가는 변모의 여정은 살아있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날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한 주님의 거룩한 변모체험 은총은 주님을 닮아가는 우리의 변모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아침 성무일도 찬미가 둘째 연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마시고 흥청대던 경망한행동 늦은잠 육신쾌락 절제하면서,

 흩어진 우리마음 바로잡으며 엄격히 우리자신 다스려보세.”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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