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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6.연중 제31주간 화요일                                                                                  필리2,5-11 루카14,15-24

 

 

시詩같이 아름답고 기품있는 인생

-묘비명 시詩-

 

 

오늘 제1독서 필리비서 말씀은 그 유명한 ‘그리스도 찬가’입니다. 흔히 그리스도의 비움 찬가로도 불려지는 참 깊고 아름다운 찬가입니다. 그리스도의 본성과 업적을 간결하게 요약한 이 찬가는 놀랄만큼 발전한 초기의 그리스도론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매주 토요일 저녁성무일도때마다 두 시편에 이어 세 번째로 이 찬가를 노래합니다. 

 

이 찬가는 그리스도께서 스스로 자신을 낮추시는 하강과정(6-8절)과 하느님에 의하여 주님으로 승격되는 상승과정(9-11절)으로 양분됩니다. 특히 이 찬가중 8-11절까지는 성주간 전례 성무일도에서 주도곡 역할을 합니다.

 

예수님 삶의 요약과도 같은 참 깊고 아름다운 찬가입니다. 깊고 아름다운 ‘비움의 여정’에 항구하도록 해주는 찬가입니다. 그리스도께 대한 우리의 신앙고백이되고 삶의 좌표가 되는 찬가입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예수님이시기에 묘지가 없지만, 만약 묘지가 있다면 예수님의 묘비명 시로써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하여 어제는 묘비명 시에 대해 많이 묵상했습니다. 많은 유명인사들 특히 시인들의 경우는 묘비명 시가 많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대표작 귀천은 그의 묘비명 시로 해도 참 적절할 것입니다. 묘비명 시가 아니라도 유명 시인을 기리는 곳곳에서 시비詩碑도 목격하게 되고 전철 역마다 창문에서 무수한 시를 접할 수 있습니다. 참 시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 같습니다. 

 

예수님의 묘비명 시와 도 같은 그리스도의 비움 찬가는 후대의 신도들이 주님 삶과 죽음, 파스카 신비의 삶을 묵상하며 쓴 시이지만, 우리의 경우 한 번 묘비명 시를 써놓고 좌우명으로 삼는다면 우리 삶도 훨씬 풍요로울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예전에 써놓았던 두 편의 시가 생각납니다. 20년전 1998년 1월에 눈 가득 쌓인 날 쓴 시입니다.

 

-시처럼 살고 싶다/하얀 여백의 종이 위에/시처럼

 침묵의 여백/시공時空안에/시처럼/살고 싶다

 여백을 가득 채운/수필이나/소설이 아닌/시처럼/살고 싶다-

 

이어 2005년도 3월쯤 써놨던 ‘내 묘비명은’이란 시도 생각납니다.

 

-장차 내 묘비명이 있다면/다음과 같았으면 좋겠다

 그는 욕심이 없었고/평생/하느님만을 그리워했으며

 그 무엇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오로지/하늘의 깊이와 넓이/맑음만을

 어둔 밤/빛나는 별/깨어있음만을

 하늘 떠도는/흰구름 자유만을

 산의 한결같은/인내와 침묵만을/부러워했다

 그는/정말/다른 무엇도 부러워하지 않았다

 자연은/또 하나 그의 종교였다-

 

13년후 이런 시를 오늘 강론에 인용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시같이 깊고 아름다운 인생이라면 좋겠습니다. 참 고맙게도 우리 수도자들은 평생 아름다운 성서의 시편들을 기도로 바치니 저절로 시와 같이 깊고 아름다운 인생이 될 것입니다. 늘 평생 찬미와 감사 시편들을 노래하며 기도로 바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지요. 

 

저절로 우리를 사랑의 시인이자 신비가로 만들어 주는 시편노래기도입니다. 어제는 도반 수사님 모친의 영안실에 가서 함께 연도를 바치며 새삼 시같은 인생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시편 연도를 통해 마지막으로 시같이 아름다운 인생으로 장식해 주는 가톨릭 연도가 참 고마웠습니다.

 

주님은 아름다운 시편기도를 통해 우리 인생을 시같이 아름답고 기품있는 인생으로 변모시켜 주시니 굳이 묘비명 시가 없어도 충분합니다. 매일 아침 저녁 성무일도 때 마다 바치는 시편과 더불어 아름다운 찬미가가 주님을 닮은 시같이 아름답고 기품있는 인생을 만들어 줍니다. 그래도 한 번 각자 묘비명시를 써보기를 권합니다.

 

어떻게 하면 '하느님의 살아있는 아름다운 시' 예수님처럼 시같이 아름답고 기품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까요? 주님의 초대에 늘 성실히 응답할 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초대를 거부한 사람들은 참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 바로 유대 지도자들을 가리키지만 오늘날 역시 많은 이들이 주님의 초대에 응하지 않습니다. 탐욕에 눈이 가려 삶에 무엇이 본질적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초대 받은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양해를 구하고 초대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하여 주님을 목말라 찾던 가난한 이들, 장애인들, 눈먼 이들, 다리저는 이들만이 초대됩니다. 역시 주님의 교회는 이런 주님을 목말라 찾는 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어야 함을 배웁니다. 많은 이들이 초대에 응하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주님의 마음이 다음 구절에서 잘 드러납니다.

 

“큰 길과 울타리 쪽으로 나가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내 집이 가득차게 하여라.”

 

주님의 초대는 계속됩니다. 평생 과정입니다. 주님은 날마다 우리를 미사잔치에 초대해 주십니다. 미사야말로 '하느님의 참 아름다운 최고의 사'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님의 미사 잔치 초대에 응답하여 늘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의 삶을 살아갈 때 비로소 시같이 아름답고 기품있는 인생이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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