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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27. 사순 제1주간 월요일                                                 레위19,1-2.11-18 마태25,31-46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

-최후 심판의 잣대는 사랑- 

 

“저의 반석, 저의 구원자이신 주님,

 제 입으로 드리는 말씀, 제 마음속 생각, 

 당신 마음에 들게 하소서.”(시편19,15)

 

제가 요즘 참 많이 강조하는 것이 훈련입니다.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영적훈련인 수행입니다. 좀더 분명히 도식화 하면 ‘선택-훈련-습관’입니다. 바로 우리 수도자의 수행생활이 평생 이 도식대로 이뤄집니다.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주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선택하여 구체적으로 기도와 노동과 공부가 균형잡히고 조화된 일과표에 따라 평생 훈련병처럼 살아가면서 습관이, 제2천성이 되고 비로소 순수하고 자유로운 참사람이, 수도자가 되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인간의 길, 구원의 길, 성인의 길입니다. 이런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구체적 수행의 훈련이 없이 참사람이 되는 길은 없다고 봅니다. 이런 수행의 훈련에 항구히 충실할 때, 분투의 노력을 다할 때 비로소 성인이요, 그렇지 않고 소홀하여 욕망대로 살 때는 괴물도 되고 급기야 폐인도 됩니다. 참으로 평생 가장 힘든 것이 사람이, 참사람이 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계속되는 교황님의 수요일 일반 알현시 강론은 노인에 관한 내용입니다. 일부내용을 인용합니다.

 

“인류역사상 일찍이 이렇게 노인이 많은 때는 없었다. 버려질 위험이 너무 크다. 지금처럼 버려질 위험이 많은 때는 결코 없었다. 자주 노인들은 짐처럼 보인다. 그들은 이미 가장 약하고 가장 소홀히 취급되는 무리가 되었다. 우리는 그들이 살아 있을 때 너무 많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심지어 죽음까지도 보지 못한다.

 

젊은이는 노인들과, 노인들은 젊은이와 대화해야 한다. 이런 다리가 인류에게는 지혜의 전달이 될 것이다. 우리는 가족이나 사회에서 노인들은 나무의 뿌리들과 같음을 잊지 않도록 하자. 그들은 온역사를 지니고 있고 젊은이들은 꽃과 같고 열매와 같다. 만일 뿌리로부터 공급되는 물이나 영양분이 없다면 그들은 결코 번창할 수 없다. 사회가 지닌 아름다운 모든 것은 노인들의 뿌리와 관련된다. 노인들이 소모품처럼 쓸모없다 버려져선 안된다. 노인들은 사회의 축복이다.” 

 

새삼 잘 늙어 공동체의 튼튼하고 좋은 뿌리가 되는 일이 얼마나 본질적이고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뿌리가 병들고 약하면 꽃도 열매도 부실함은 불문가지입니다. 이래서 불가에서는 사찰의 두 중요한 자산을 노승老僧과 노목老木이라 합니다. 새삼 평생 영원한 현역의 훈련병으로, 좋은 습관의 노인들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어제 저는 조선시대는 물론 한반도 역사를 통털어 최고의 성군이라 일컫는 세종대왕의 평전을 읽으며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세계 인류역사상 아마 이런 노인들을 위한 양로연은 처음일 것입니다. 말그대로 그 옛날 세계 최고의 문명국 조선이었습니다. 그 일부 내용을 나눕니다.

 

“세종은 노인복지 문제에 대하여 비상한 관심을 쏟앋다. 세종 14년부터 가을철에 80세 이상 된 노인들을 궁궐로 초대하여 양로연 잔치를 실시했다. 남자의 경우는 임금이 궁으로 초대하여 잔치를 열어주고, 여자의 경우는 왕비가 궁으로 초대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신분차별은 전혀 없어서 노비라도 나이가 80세 이상이면 모두 초대되었다. 양로연에 노비를 초대한 것과 또 여자 양로연을 따로 베풀어 준 것은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뜰에는 악공들이 참석하여 음악을 연주하고, 노인 앞에는 탁자가 있고 술과 음식이 놓인다. 집사관들이 노인들에게 술을 따른다. 그때마다 음악이 연주된다. 다음에는 식사를 올리고, 그 다음에 또 술을 올린다. 술은 다섯 순배로 그친다. 식사가 끝나면 임금에게 절을 올린다.

 

세종 14년 가을에 처음 시작된 양로연은 크게 흉년이 든 해를 제외하고는 해마다 가을에 거행되었고 세종 15년에는 노인들에게 임금에게 절하지 말라고 명했다. 잔치가 끝나자 여러 노인들이 술에 취하여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 붙들고 인사하며 차례대로 나갔다. 88세 최고령인 이귀령 노인은 자리를 피하여 37세 임금에게 말했다. “신이 나이 88세 이온데 역대의 임금으로 오늘처럼 늙은이를 공경한 분이 없었습니다. 원하옵기는 신의 나이에 열두해를 더하여 헌수하나이다.” 

 

같은해 여성 노인들을 위한 양노연도 왕비가 사정전에서 베풀었는데 362인이 참석했고 남자 노인보다 배 이상이 되었다. 역시 사대부 부인에서부터 노비 여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계층의 노인이 망라되었다. 이해에 열린 지방의 양로연은 고을 마다 남자는 수령이 주관하여, 또 여자는 수령 부인이 주관하여 거행했다. 세종시대는 역사상 양로연이 가장 많이 열린 시대였고, 시대가 내려가면서 양로연은 점차로 쇠톼해 갔다.”

 

또 세종대왕의 애민사상에 감동하게 되는바 노비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참으로 평등한, 하늘이 낸 천민天民으로, 하늘의 시민으로 생각하면서 이들의 지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다 기울였다는 것입니다. 우리 천주교의 성인 반열에 올려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차고 넘치는 성인이 세종대왕이었습니다.

 

그러니 훌륭한 노년을 위해 평상시 사랑의 훈련및 습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레위기 19장의 일부를 다룹니다. “거룩한 백성이 되어라” 주제로 전개되는 내용이 이웃간의 구체적 사랑 실천에 관한 것입니다.

 

“나, 주 너희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로 시작되어, “도둑질해서는 안된다”, “속여서는 안된다”에 계속이어지는 구체적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금령이 헤아려보니 무려 16회 나옵니다. 그리고 해야 한다는 긍정적 명령은 넷입니다.

 

1.너희는 하느님을 경외해야 한다.

2.너희 동족을 정의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

3.동족의 잘못을 서슴없이 꾸짖어야 한다.

그리고 결론으로 

4.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런 무수한 금령과 긍정적 명령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그리고 왜 통제되어야 하는지, 왜 자발적 구체적 사랑의 실천 훈련에 힘써야 하는지 깨닫습니다.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로 시작하여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고 끝나는, 바로 거룩한 사람은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금령마다 못박듯이 후렴처럼 무수히 반복되는 “나는 주님이다.”라는 말마디입니다. 바로 사랑 실천은 주님의 엄중한 명령이라는 것입니다. 새삼 이런 사랑의 실천 역시 자발적 훈련임을, 사랑의 훈련임을 깨닫습니다.

 

이것도 부족하여 요한복음의 예수님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사랑하라” 하십니다. 주님이 우리를 사랑한 그 사랑으로 무한한 이타적 아가페 형제적 사랑을 명령하시는 것입니다. 아예 오늘 주님은 복음에서 이런 구체적 사랑 실천을 최후심판의 잣대로 삼는다 하십니다. 십계명도 기도도 전례의 충실도 아닙니다.

 

종파에 무관하게 모든 곤궁중에 있는 지극히 보잘 것 없는 사람을 형제라 칭하며 자신과 동일시합니다. 오늘 복음은 장례미사때 주로 사용되는 복음으로 아마도 참석한 분들이 최후심판의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라는 가르침을 주기 위함일 것입니다. 오늘 최후심판 이야기는 비유가 아니라 예언적 진술입니다.

 

오늘 복음의 최후심판 전반부 양들로 지칭되는 오른쪽 사람들은 준비된 나라를 차지한 복을 받은 의인들이요, 후반부 염소들로 지칭되는 왼쪽 저주받은 사람들은 영원한 벌을 받는 곳으로 갑니다. 전반부만 나눕니다.

 

너희는 

1.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2.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고,

3.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고,

4.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5.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6.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과연 몇이나 해당되는지요? 우리 사랑의 삶을 거울처럼 비춰줍니다. 이처럼 최후심판의 잣대는 십계명의 준수도, 거룩한 전례의 충실도 아니라 곤궁중에 있는 불쌍한 이들에 대한 구체적, 직접적 사랑의 실천입니다. 임금으로 상징되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은 이들을 형제라 하며 자신과 동일시 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새삼 살아 있는, 곤궁중에 있는 모든 사람들 하나하나가 주님의 형제이자 나의 형제요, 살아 있는 성체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궁극으로 목표하는 바일 것입니다. 

 

“주님, 우리 마음을 주님의 밝은 빛으로 비추시어, 해야 할 일을 깨닫고, 올바른 일을 실천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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