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30.사순 제5주간 목요일                                                                  창세17,3-9 요한8,51-59

 

 

 

깊고 넓은 내적시야內的(視野)를 지닙시다

-기도와 성독(Lectio Divina)-

 

 

 

“주님과 그 권능을 구하여라.

 언제나 그 얼굴을 찾아라.”(시편105.4)

 

화답송 시편 한 구절을 오늘 삶의 지표로 삼고 싶습니다. 어제 입원중인 지인과 주고 받은 일화가 향기처럼 남아있습니다.

 

-“옆침대 환자께 예쁘고 고우신 간호사님 음성 

오물오물 꿀꺽 생각하며 참으로 천사같은 간호사님이다 싶습니다. 

이렇게 일을 예쁜 분위기로 잘 하시다니 감상하는 오늘 점심시간이었나이다. 좋은 오후 되옵소서.”

“주변을 환히 밝히는 꽃같은, 천사같은 간호사님 같습니다! 오후도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입원중인 자매님을 생각하면 아프고 슬픕니다. 이렇게 고운 마음을 지녔고, 25년 이상을 헌신적으로 한결같이 수도원과 저를 물심양면 헌신적으로 도운 자매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모로 마음이 착잡하고 답답할 때는 그동안 삶의 전 과정을 렉시오 디비나 하는 마음으로 살펴보게 되며 기도하게 됩니다. 35년동안 수도원에 정주하면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수도공동체와 관계를 가졌다 떠났는지 살펴 보면 더욱 기도하게 되며 삶의 전 과정을 성독하는 마음이 됩니다.

 

“깊고 넓은 내적시야를 지닙시다-기도와 성독(Lectio Divina)-”

 

바로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부단한 기도와 성독이 깊고 넓은 내적시야를 지니게 됩니다. 성독의 대상은 비단 신구약 성경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 및 내 삶의 역사와 내 몸담고 있는 공동체 역사 전체에 미치고 있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그러니 부단한 기도와 성독의 훈련이 우리에게 깊고 넓은 내적시야를 선사하면서 무지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합니다.

 

바로 이의 모범이 제1독서의 아브라함입니다. 아브라함이야 말로 기도의 사람입니다. 하느님과의 은밀한 소통의 대화의 기도가 그의 내적시야를 한없이 깊고 넓게 했음을 봅니다. 결국은 기도와 공부도 이런 내적시야를 날로 깊고 넓게 하기 위함입니다. 역시 “그 무렵”으로 시작되는 말마디가 언제나 지금 여기가 시작 지점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 무렵 아브람이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리자, 하느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새삼 우리의 경우 주님과 대화의 기도를 위한 장이 얼마나 부족한지 깨닫습니다. 예수님 역시 매일 외딴곳에서 아버지와의 내밀한 친교의 기도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니 바로 우리가 기도할 자리는 언제나 지금 여기입니다.

 

“나를 보아라. 너와 맺은 내 계약은 이것이다. 너는 많은 민족들의 아버지가 될 것이다. 너는 더 이상 아브람이라 불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너의 이름은 아브라함이다. 내가 너를 많은 민족들의 아버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와 너 사이에, 그리고 네 뒤에 오늘 후손들 사이에 대대로 내 계약을 영원한 계약으로 세워, 너와 네 뒤에 오는 후손들에게 하느님이 되어 주겠다. 너는 내 계약을 지켜야 한다. 너와 네 뒤에 오는 후손들이 대대로 지켜야 한다.”

 

참으로 이런 하느님과의 은밀한 내적기도가 아브라함의 내적시야를 날로 깊고 넓게 했으며 믿음으로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 미래를 직면하게 했음을 봅니다. 오늘 요한복음을 통해 요한교회 공동체의 성독이 얼마나 깊은 경지에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의 전 과정을 성독했음이 다음 대목에서 잘 드러납니다. 다음 예수님과 주고받는 말씀을 통해 태초부터 아버지와 함께 하셨던 분으로 또 다윗이 그분의 날을 보고 기뻐했음을 고백하는 내용에서 그들의 성독의 경지가 얼마나 깊었는지 잘 드러납니다. 

 

-“나는 그분을 알고 또 그분의 말씀을 지킨다. 너희 조상 아브라함은 나의 날을 보리라고 즐거워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기뻐하였다.”

“당신은 아직 쉰살도 되지 않았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다는 말이요?”-

 

이어지는 다음 대목이 오늘 복음의 절정입니다. 예수님과 그 제자들의 깊고 넓은 내적시야와 비교할 때 이들 유다인들의 내적시야는 얼마나 협소하고 닫혀 있는지 그리하여 예수님 말씀후 돌을 들어 예수님께 던지려 합니다. 이들의 협소한 내적시야에 이 말씀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불경죄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Before Abraham came to be, I AM)’”

 

괄호안의 영문을 보면 예수님의 신원이 바로 “하느님(I AM)”으로 드러납니다. 요한공동체의 성독은 이정도로 깊었던 것입니다. 이미 이들은 예수님을 역사의 알파와 오메가 즉 처음이자 마지막인 하느님으로 알아챘던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과 함께 하는 우리 삶은 예닮의 여정임과 동시에 하느님을 닮아가는 하닮의 여정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예수님과 일치가 깊어가면서 우리의 내적시야는 날로 깊어지고 넓어져 우리의 기도와 성독(Lectio Divina) 역시 날로 풍부해질 것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다음 화답송 후렴이 오늘 말씀을 요약합니다.

 

“주님은 당신의 계약 영원히 기억하셨네.”(시편105.8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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