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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31.사순 제5주간 금요일                                                          예레20,10-13 요한10,31-42

 

 

하느님 중심의 삶

-자녀답게-

 

 

“저의 힘이신 주님, 

 당신을 사랑하나이다.”(시편18,2)

 

오늘은 성요셉성월, 3월의 끝날이자 내일은 4월의 첫날입니다. 끝은 늘 새로운 시작임을 배웁니다. 곳곳에 동시다발적으로 만개하기 시작한 파스카의 봄꽃들이 벌써 주님 부활을 앞당겨 경축하는 축제 분위기의 날들입니다. 

 

진리 탐구에 전념했던 분들의 말씀은 종파를 초월하여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다음 불가 선사의 말씀도 흡사 사막교부들을 연상케 합니다. 어제 선물받은 책안에 나오는 봉암사의 조실이자 조계종 8대 종정이었던 서암스님의 일화입니다.

 

-“스님께서 입적하시고 나서 사람들이 스님의 열반송을 물으면 어떻게 할까요?”

 “나는 그런 것 없다.”

 “그래도 한평생 사시고 남기실 말씀이 없습니까?”

 “달리 할 말이 없다. 정 누가 물으면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 그게 내 열반송이다.”-

 

-“생(生)을 어떻게 정리하시렵니까?”

 “이 좋은 그대로.”

 “극락과 같습니까?”

 “같다.”-

 

얼마나 멋진지요!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참으로 진리를 살았던 구도자 서암 고승이었음을 봅니다. 사찰의 두 자산은 노승老僧이요 노목老木이라 하는데 고승高僧인 노승이면 더욱 좋겠고 천주교 수도원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진리이겠습니다. 어제 오후는 참 흡족한 날이었습니다. 세상 한 복판에서 하느님의 자녀답게 산 분들 여덟분에게 고백성사를 드렸기 때문입니다.

 

“자녀답게 영적승리의 삶을 사셨네요. 축하드립니다.”

“사랑을 실천하며 성녀처럼 사셨네요. 축하드립니다.”

“겸손과 사랑의 훈련장에서 참 성실히 사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구도자처럼 사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격려의 조언을 드렸더니 모두 파스카의 봄꽃들처럼 환히 피어나는 얼굴들이 그대로 자녀답게 살았음을 입증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미사전례의 절정은 성체 모시기 전 마치 만세 부르는 자세로 양손을 펴들고 함께, ‘하느님의 자녀되어 삼가 아뢰오니’로 시작되는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일것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도록 삶의 중심적 가르침이 되는 주님의 기도입니다.

 

우리 삶의 여정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하느님의 중심의 ‘예닮의 여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참으로 완고했던 무지한 유다인들은 주님을 믿지 못했지만 우리는 다음 예수님 말씀을 믿습니다.

 

“아버지께서 거룩하게 하시어 이 세상에 보내신 내가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하였다 해서, ‘당신은 하느님을 모독하고 있소.’ 하고 말할 수 있느냐?...내가 내 아버지의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너희가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

 

아버지와 상호내주相互內住의 일치의 삶을 살았던 예수님은 믿는 이들의 영원한 삶의 모델입니다. 참으로 예수님을 사랑하여 일치의 삶이 깊어져 신적일수록 더욱 인간적인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신적임과 인간적임은 분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을 닮아갈수록 신적神的이자 인간적人間的인 참으로 아름다운 삶이 될 것이며 믿는 이들 삶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사면초가의 위기 상황중에도 하느님의 아드님답게 하느님 중심의 삶에 충실했던 예수님의 예표와 같은 분이 제1독서의 예레미야입니다. 적대자들에 포위된 고립무원, 사면초가의 예레미야의 상황이 예수님과 흡사합니다. “사방에서 공포가”라는 뜻의 “마고로 비싸빕”이란 말마디가 예레미야의 위기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레미야의 하느님 중심의 삶은 얼마나 견고한지 다음 두 고백이 이를 입증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힘센 용사처럼 제 곁에 계시니 저를 박해하던 자들이 비틀 거리고 우세하지 못하리이다.”

 

늘 우리와 함께 계신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과의 우정은 얼마나 결정적인지요. 하느님의 이름은 “I AM”이라 했습니다. 이를 보강하여 “I AM with you(나는 너희와 함께 있다)” “I AM for you(나는 너희를 위해 있다)”하면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잘 드러납니다. 어제 병상에 있는 분에게 보내드린 격려성 응원의 말마디도 생각납니다.

 

“자매님이 나을 때까지 저와 제 절친이신 예수님께서 늘 동행하실 것입니다. 삶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경주입니다. 넉넉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호흡은 길고 깊게 하세요.”

 

오늘 제1독서 즉시 이어 터져 나오는 하느님 찬양노래의 고백도 힘이 납니다. 하느님 사랑의 찬미, 찬양보다 하느님 중심의 삶을 확고히 해주는 수행도 없습니다.

 

“주님께 노래 불러라!

 주님을 찬양하여라!

 그분께서 가난한 이들의 목숨을 악인들의 손에서 건지셨다.”(이사20,13)

 

여기 가난한 이들은 아나뷤으로 온전히 하느님께 신뢰를 두고 사는 참으로 마음 가난한, 겸손한 이들을 뜻하니 바로 믿는 이들의 신원입니다. 앞서 생략된 구절을 인용합니다. 예레미야의 말씀 사랑은 그대로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분을 기억하지 않고 더 이상 말하지 말하지 않으리라.’ 작정하여도 뼛속에 가두어 둔 주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오르니 제가 그것을 견뎌 내지 못하겠습니다.”(이사20,9)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하느님의 예언자 예레미야인지요!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한결같이 하느님 중심의 삶을,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화답송 후렴이 은혜롭습니다.

 

“곤경 중에 주님을 불렀더니 내 목소리 들으셨네.”(시편18,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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