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20. 토요일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1090-1153) 기념일

                                                                                                                          에제43,1-7ㄷ 마태23,1-12


                                               주님은 늘 바라봐야 할 삶의 중심中心이자 방향方向이시다

                                                           -동편의 일출日出, 수도원 하늘길-


요셉수도원에서 제가 가장 많이 휴대폰 사진을 찍어 나누는 장면은 둘입니다. 겨울철 일출시 황홀한 장면과 수도원 입구에서 성전 앞 주차장까지 곧장 난 수도원길, 일명 하늘길입니다. 늘 찍어도 늘 좋아 가장 많이 카톡으로 선물한 장면들입니다.


동편의 일출은 그대로 부활하신 주님을 상징합니다. 교회전례전통에서도 동편이 상징하는바 너무 중요합니다. 바티칸 공의회 이전 미사는 늘 동편을 향해 거행되었습니다. 에덴의 동쪽이란 말도 있듯이 해뜨는 동쪽은 우리의 본향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여 옛 사도시대이후 신자들은 늘 동쪽을 향해 기도했습니다. 성전도 동쪽을 향해 지어졌고 동편의 벽에 주님의 십자가를 걸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동편의 일출에 환호했던 것은 거의 영적 본능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사실 예전 사막의 수도승들은 새벽 일찍 일어나 기도했고 부활한 주님을 맞이하듯 떠오르는 동쪽의 태양을 맞이했습니다. 


방향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방향을 잃어 방황입니다. 자주 해뜨는 동편을 향하는 것은 그대로 하느님 향한 삶의 방향을 중심을 뜻하는 것입니다. 수도원의 일출과 더불어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수도원길, 하늘길은 제가 수도원에서 성전 다음으로 사랑하는 대상입니다. 그대로 수도원 정문을 통과하여 주님의 집을 향해 곧바로 난 하늘길이기 때문입니다. 이 길 방향따라 그대로 가면 주님의 집 성전이니 얼마나 복된 길인지요.


방향의, 중심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삶의 방향을, 삶의 중심을 잃어 방황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걸었어도 잘못된 방향이었다면, 아무리 열심히 살았어도 중심이 없다면 그 삶은 얼마나 위태하겠는지요. 삶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방향의 상실, 중심의 상실에서 기인합니다. 우선 하느님 방향을, 하느님 중심을 분명히 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인간은 선한 일에 있어서는 일정 수준을 유지할 수 있네만, 나쁜 일에는 그 수준을 유지할 수가 없다네. 점점 더 내리막길을 향해 내달릴 뿐이지.”


어제 읽은 구절도 좋은 통찰을 줍니다. 한 번 잘못된 행위로 무너지기 시작하면 점점 내리막길이라는 것입니다. 무너지긴 쉬워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긴 어렵습니다. 하여 ‘영적 안정망’ 같은 수도원의 일과표입니다. 일상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느님 중심과 방향으로 하루의 질서를 잡아주는 기도와 일로 균형잡혀진 일과표입니다. 


제1독서의 에제키엘 예언자의 중심을 잡아준 것 역시 동쪽이었음을 봅니다. 바빌론 유배시에도 늘 동쪽을 보며 하느님을 그리워했음이 분명합니다. 제가 오늘 강론 중 ‘동편의 일출’을 착안한 것은 바로 다음 구절입니다.


“천사가 나를 대문으로, 동쪽으로 난 대문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런데 보라, 이스라엘 하느님의 영광이 동쪽에서 오는 것이었다. 그 소리는 큰 물이 밀려오는 소리 같았고, 땅은 그분의 영광으로 빛났다.”(에제43,1-2).


“그래서 나는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렸다. 그러자 주님의 영광이 동쪽으로 난 문을 지나 주님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때 영이 나를 들어 올려 안뜰로 데리고 가셨는데, 주님의 집이 영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일출시의 황홀한 장면 같기도 하고, 성대한 미사가 집전되는 주님의 집 성전같기도 합니다. 성전을 떠난 주님의 영광이(10,1-22;11,22-25), 때가 되자 이젠 역순으로 되돌아 옵니다. 


회개로 깨끗해졌을 때 성전을 떠난 주님의 영광이 되돌아 옴을, 또 이렇게 에제키엘처럼 하느님 중심과 방향을 잊지 않고 살아갈 때 하사되는 주님의 영광 체험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체험이 우리의 영적 혼란을 막아주고 영적 내리막길이 아닌 영적 오르막길의 등정으로 이끌어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군중과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닮지 말 것을 간곡히 당부하십니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인다.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는 인사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마태23,5-7)


바로 하느님 중심과 방향을 잃었을 때 자기를 잃은 허영의 외적 삶임을 깨닫습니다. 누구나의 본능적 경향이자 가능성입니다. 알맹이의 실속이 빠진, 진실과 겸손이 실종된 텅 빈 껍데기의 삶입니다. 이런 삶이라면 주님의 영광을 체험하기는 요원합니다. 이어 주님은 군중과 제자들에게 하느님 중심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 중심과 방향의 삶을 확고히 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그리고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분뿐이시다.”(마태23,8-10)


이래야 우상과 환상, 거짓 나로부터 해방되어 진실과 겸손, 자유인의 삶입니다. 스스로 섬기는 삶에,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삶을 살게 되니 진정 영적 오르막길의 등정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당신의 영광으로 가득 채워 주시고 당신 중심과 방향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오래 전에 써놓은 ‘나 이런 일을 알고 있다’ 자작 애송시의 한 연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떠오르는 태양/황홀한 사랑 동녘 향해 

 마냥 걷다가/사라진 이

 나 이런 이를 알고 있다.“(1999.2.2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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