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5.주일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이사52,7-10 히브1,1-6 요한1,1-18

 

 

 

로고스(말씀) 찬미가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지난 주님 성탄 밤미사에 넘치는 기쁨을 체험했습니다. 레오 교황님의 성탄강론의 주제는 “기뻐하십시오”라 할만큼 주님 성탄의 기쁨을 고백했습니다. 성탄 밤미사의 찬미가도, 응송도, 대영광송도 아름다워,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 다시 일부 소개하여 나눕니다.

 

“영원한 천주성의 찬란한 광명, 빛이요 생명이신 예수오시네,

 병들어 신음하는 만민낫우려, 구원의 문되시려 찾아오시네.

 

 티없는 동정녀의 아드님예수, 아기로 말구유에 누워계시나,

 온누리 다스리는 임자시기에, 언제나 정성모아 사랑드리세.”-찬미가

 

“오늘 우리를 위해 참된 평화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하늘은 어디서나 꿀을 흘러내리게 하는도다.

 

 오늘은 세상 구원의 날이 되어 옛적부터 마련된 

 영원한 행복의 날이 빛나는도다.”-응송2

 

“지극히 높으신 이의 탄생하심을 알리는

 거룩한 천사의 무리 천상음악 노래하네

 글로리아 인엑첼시스 데오, 글로리아 인엑첼시스 데오.”-대영광송

 

이어 오늘 우리는 오늘 성탄 낮미사 화답송 후렴을 참 흥겹게 노래했습니다. 하루종일 흥얼흥얼 짧은 기도로 바치시기 바랍니다.

 

“땅끝마다 우리 주의 구원을 모두가 우러러 보았도다.”

 

이 모두가 함축하는바 “아래로부터의 그리스도론”입니다. 온세상 천지가 예수님 탄생으로 기쁨 가득한 증거들로 가득합니다. 세상 모두가 주님 탄생을 알리는 성사聖事입니다. 교황청 전속 설교가 ‘카푸친 작은 형제회(OFM)’ 출신 칸탈라메사 추기경의 대림특강 마지막 3회시 맨 마지막에 예화로 든 전설이 참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예수 아기를 보러 온 목동들 가운데 한 목동은 매우 가난하여 예수님 어머니께 드릴 예물을 전혀 준비할 수가 없었다. 그는 부끄럽고 초라한 모습으로 슬프게 하염없이 곁에 서있을 수 뿐이 없었다. 

 

모두가 마리아 어머니께 선물을 바쳤다. 어머니는 그녀의 품안에 있는 아기 예수님과 그들 선물을 모두 간직할 수 없었다. 순간 자기 옆에 작은 목동이 빈손으로 있는 것을 보자, 어머니는 바로 그때 아기 예수님을 들어 목동의 팔에 안겼다. 

 

‘아무것도 지닌 것이 없었음이 목동에겐 행운이었다(Having nothing was his luck)!’ 이 행운 역시 우리의 것이 되도록합시다!”

 

얼마나 멋진 일화인지요! 아무것도 봉헌하지 못하고 빈 가슴에 사랑만 가득 담아 봉헌했는데 가장 큰 선물인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받아 안았으니 이보다 더 큰 축복이자 행운은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사랑으로 비운 가슴 안에 아기 예수님을 안고 성탄 대축일 낮미사를 봉헌하시기 바랍니다. 바로 여기까지가 동화적이고 목가적이고 낭만적이고 시적인 아름다운 “아래로부터의 그리스도론”입니다.

 

이런 베들레헴의 마리아, 목자, 마굿간, 구유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 사라지고 우리는 무대 뒤편으로 들어가 그 이야기의 더 깊은 의미를 살펴보고 있으니 바로 이에 대한 답이 오늘 요한복음 서두의 “로고스(말씀) 찬미가”입니다. 지난 성탄밤 미사에 ‘아래로부터의 그리스도론’을 이야기했다면 오늘은 “위로부터의 그리스도론”을 이야기합니다.  

 

그 작은 아기 예수님은 누굽니까? 아기 예수님의 깊은 신원을 묻는 것입니다. 바로 그분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태초부터 그는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이셨습니다. 마굿간이나 성탄 구유를 바라보면서 이 특별한 말씀을 깊이 묵상하시기 바랍니다. 

 

하늘 높은 곳, 하느님 곁에 하느님으로 계시던 분이 이렇게 무기력한 아기로 세상 한복판에 태어 나셨다니 도대체 세상에 이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복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늘이 땅이 되었다니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니 도대체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까? 그토록 하느님은 우리 불쌍한 인간을 사랑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요한 사가는 겸격에 벅차 이를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

 

사람의 직역은 살입니다. 이 낱말은 죽음으로 끝나는 나약한 인간존재인 인간전체를 가리킵니다. 이렇게 강생하심으로써, 사람이 되심으로써 “말씀”이 이제 인간의 조건아래 존재하기 시작했다는 구원 역사에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말씀이 살이 되었다니 이거 우리 살이 보통 살이 아닌 것입니다. 이어지는 세례자 요한의 고백의 증언 역시 참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왔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다.”

 

역시 예수님과 이심전심 하나로 통했던 예수님의 절친 세례자 요한의 고백답습니다. 아주 그 옛날 이런 구원자 탄생을 내다본 이사야는 구원 선포의 기쁨을 예고 합니다. 그대로 예수님 탄생에 기뻐하는 우리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우리의 분발을 촉구하며 구원의 복음 선포 활동에 매진하라는 채찍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위에 서서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발!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 구나. 예루살렘의 페허들아, 다 함께 환성을 올려라.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예루살렘을 구원하셨다. 땅끝들이 모두,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

 

얼마나 고무적이며 우리를 격동激動케 하는지요. 무기력, 무의욕, 무감각, 무감성을 떨처 버리고, 불신, 불안, 불평, 불만, 불화를 모두 날려 버리고 탄생하신 주님과 함께 새롭게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히브리서 저자의 고백도 우리를 용기백배, 사기충천케 합니다. 이 또한 위로부터의 그리스도론입니다.

 

“아드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죄를 깨끗이 없애신 다음, 하늘 높은 곳에 계신 존엄하신 분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천사들보다 뛰어난 이름을 상속받으시어, 그만큼 그들보다 위대하게 되셨습니다.”

 

얼마나 멋진 예언자들인지요! 이렇게 탄생하신 예수님을 체험하면 멋진 사람이 됩니다. 오늘 우리도 예수님과 함께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예수님 성탄날이자 우리의 생일입니다. 말씀이 사람이되신 분이 예수님입니다. 말씀은 생명이요 사랑이요 빛이요 영이요 은총이요 진리입니다. 

 

말씀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말씀을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은 주님의 현존입니다. 말씀을 통해 주 예수 그리스도님을 만납니다. 말씀은 우리를 정화하고 성화하며 치유하고 위로하고 창조하고 구원합니다. 새삼 우리를 부단히 업그레이드시켜 주님을 닮아가게 하는 말씀의 은총입니다. 날로 주님을 닮아 참나의 고귀하고 존엄한 품위의 참사람이 되는 일이 우리 삶의 전부입니다.

 

사람이라 다 사람이 아닙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와 일치가 깊어 그분을 닮아갈수록 참나의 실현이며 구원입니다. 그러니 우리 인간의 본질은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마시대 달력으로 12월25일은 동지였습니다. 해가 가장 짧은 날입니다.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은 태양이 가장 적게 비추는 날에 예수님이 태어났을 것으로 믿었습니다. 가장 춥고 어둠이 긴 날에 빛이신 예수님이 태어나 미래의  세상이 날로 밝아지고 따뜻해 지도록 빛을 비추리라고 생각한 것이며 이들의 생각은 옳았습니다. 

 

오늘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우리 안에 사랑으로, 생명으로, 빛으로, 영으로, 은총으로, 진리로 탄생하셨습니다. 당신을 닮아 참사람이 되게하고자 우리 가운데 오늘 탄생하셨습니다. 우리 역시 날마다 주님과 함께 새로 탄생하는 이 거룩한 미시시간입니다. 이 거룩한 주님 성탄 미사 은총과 축복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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