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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2.목요일 12월22일                                                                1사무1,24-28 루카1,46-56

 

 

 

빈자(貧者;아나뷤anawim)의 영성

-시의 힘, 노래의 힘-

 

 

 

“오 만민의 임금이시여, 모든 이가 갈망하는 이여, 

두벽을 맞붙이는 모퉁이돌 이시니,

오시어 흙으로 만드신 인간을 구원하소서.”

 

대림2부 여섯째 날 “오! 만민의 임금이시여(O gentium)”로 시작되는 M후렴이자 복음 환호송이 은혜롭습니다. 어제 ‘명상의 힘’이란 좋은 글을 보았습니다. 오늘 강론 “빈자(貧者;아나뷤anawim)의 영성-시의 힘, 노래의 힘-”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입니다. 내적 마음의 치유와 위로의 구원에 명상의 힘, 시의 힘, 노래의 힘은 큰 역할을 합니다. ‘자신을 느끼세요, 판단하지 마세요!’라는 제하의 끝부분입니다.

 

“자신에 대해 판단하지 마세요. 뭘하든 ‘나’라는 존재는 다 옳습니다. 명상을 통해 순간순간 존재하는 자신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명상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바로 제가 호흡에 맞춰 “마라나타-오소서, 주 예수님!” 성구를 되뇌이며 바치도록 권유하는 명상기도가 바로 이런 명상의 진리를 그대로 함축하고 있습니다. 명상의 힘과 더불어 시의 힘, 노래의 힘 역시 내적 상처의 치유에 아주 효과적이니, 바로 살아 계신 하느님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찬미합니다

감사합니다

기뻐합니다

차고 넘치는 행복이옵니다

이 행복으로 살아갑니다”

 

이어 계속되는 행복기도문은 고백성사 보속으로 소리내어 읽게 하고 자주 기도로 바치도록 기도문도 꼭 나눠주곤 합니다. 또 보속으로 가끔 가톨릭 성가를 고백하는 마음으로 소리내어 부르게도 합니다. 내적 상처를 치유하는 시의 힘, 노래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또 아침 산책때 마다 자주 부르는 ‘바다’와 ‘푸른잔디’ 동요외에 80년대 민주화 운동당시 젊은이들의 애국가와 같았던 ‘아침이슬’을 때 늦은 나이지만 너무 좋아해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배밭 사이 산책시 아무도 없을 때 부끄러운줄 모르고 열창熱昌하곤 합니다.

 

“긴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타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광야의 침묵과 고독중에 하느님만을 찾는 우리 수도승들의 정서에도 잘 드러맞는 시이자 노래임을 늦게서야 깨닫습니다. 가난한 민초(民草; 잡초처럼 질긴 생명력을 지닌 백성을 일컫는 말)들이 즐겨 부른 노래가 숱한 민요와 가요들입니다. 바로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 ‘아나뷤anawim’ 빈자貧者들이 즐겨부른 노래가 바로 오늘 마리아의 노래입니다. 그러니 마리아는 아나뷤을 대표한다 하겠습니다. 믿을 것이라곤 하느님뿐이 없는 가난한 사람인 마리아가 부른 노래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시작되는 마리아의 노래는 정말 혁명적 성격의 노래입니다. 하느님께서 역사에 개입하셔서 가난한 이들을 들어 높으시고 교만한 권력자들을 뒤엎으시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하느님을 고백하며 드리는 감사와 찬미의 불편한 시요 노래입니다. 아마 독재자들이 들으면 금지시켰을 성격의 노래입니다.

 

감사시편의 전통적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 시편의 찬미가는 예수님 어머니의 개인적 감사의 마음을(46-50절), 그리고 계약의 약속을 이행하신 데 대한 하느님 백성 전체의 집단적인 감사의 마음을 노래(51-55절)합니다. 아나뷤의 역사는 자못 깊습니다. 남미의 해방신학이나 우리의 민중신학은 바로 여기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인 아나뷤의 삶에 기초하며 민초로도 표현합니다. 민초들에게 민요가 있었듯이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인 아나뷤들에겐 찬미와 감사의 시편이 있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사무엘의 어머니 또한 전형적인 아나뷤의 민초입니다. 엘리에게 사무엘을 위탁하는 어머니 한나의 믿음도 감동적입니다. 

 

“제가 기도한 것은 이 아이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드린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아이를 주님께 바치기로 하였습니다. 이 아이는 평생을 주님께 바친 아이입니다.”

 

그런다음 그들은 그곳에서 예배를 드렸고, 이어 즉시 아나뵘인 한나의 입에서 터져나온 감동적 찬미가(사무엘 상2,1-10)입니다. 바로 오늘 화답송 시편들이 한나가 노래한 감사와 찬양의 시편이요, 마리아의 노래 역시 여기서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합니다. 한나, 엘리사벳, 마리아 모두가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인 아나뷤들임을 깨닫게 됩니다. 

 

아나뷤 어머니들의 힘은 그대로 하느님의 힘이요 이는 우리나라의 어머니들을 봐도 담박 드러납니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들은 강합니다. 남자는 아무리 나이 먹어도 어머니의 철부지 아이들같습니다. 세상을 구원하는 천하무적의 아나뷤 어머니들입니다. 자녀들 역시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의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참으로 가난한 이들이 유일하게 의지할 분은 하느님이기에 이들 어머니의 시편 노래는 간절할 수 뿐이 없습니다. 

 

시의 힘, 노래의 힘은 우리가 매일 바치는 시편 성무일도에서 잘 드러납니다. 기도의 교과서와도 같은 성서의 시편은 아나뷤의 노래집이라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런면에서 가톨릭 교회의 수도자들이나 신자들은 아나뷤의 후예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가난한 영적 아나뷤이 되어 시편을 노래합니다. 

 

한맺힌 민요나 가요가 아니라 빛과 생명, 희망이 넘치는 치유와 위로의 구원을 선사하는 찬미와 감사의 시편노래가 시의 힘, 노래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바로 시편의 시의 힘, 노래의 힘은 하느님의 힘으로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시편을 노래기도로 바침으로 살아 계신 주님께 치유와 위로의 구원을 받고 기쁨과 평화를 선물로 받습니다. 

 

이래서 가톨릭 교회나 수도원은 명실공히 힐링 센터가 되곤 합니다. 세상에 빛과 생명, 희망이 넘치는 아나뷤의 노래인 찬미와 감사의 시편보다 더 좋은 시나 노래도 없을 것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아나뷤 성모 마리아 어머니가 부른 ‘마리아의 노래’는 우리 가톨릭 교회 수도자들과 신자들이 날마다 저녁기도때 마다 성모 마리아와 함께 부르는 노래가 되었습니다. 영적 아나뷤의 신원을 새롭게 확인하는 저녁 시편 성무일도 시간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영적 아나뷤인 우리를 치유하시고 위로하시며 격려하십니다. 저는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선물하신 하느님 최고의 시, 둘은 '예수님'이자 이 거룩한 '미사'라 고백하고 싶습니다. 날마다 가난한 아나뷤인 우리를 위해 주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미사잔치입니다. 세상에 영육의 전인적 힐링에 미사은총을 능가하는 것은 없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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