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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7.화요일 성 요한 사도 복음 사가 축일                                         1요한1,1-4 요한20,2-8

 

 

 

주님의 애제자

-사랑의 사도, 성 요한-

 

 

 

"당신은 드높은곳 오르시어서, 하늘의 그신비를 보시었으며

 천주의 어린양과 교회의 신비, 크옵신 은혜입어 통찰하셨네."

 

천상 비밀을 계시 받은 복된 성 요한 사도 복음 사가 축일, 아침 성무일도 아름다운 찬미가 한연을 나눕니다. 엊그제 성탄 밤미사시 성체를 영할 때 177장 “만나를 먹은 이스라엘 백성” 성체 성가를 들으며 제 가장 좋아하는 성가를 확정지었습니다. 그동안 가끔 들을 때 마다, “참 좋다!” 생각했는데 새롭게 각인되었고 어제는 하루 종일 틈틈이 불러 보았습니다. 3절까지 내용도 다 좋습니다만 1절만 다시 소개합니다.

 

“이스라엘 모든 백성들은 만나를 먹으며, 

 저 광야의 험난한 길 사십년을 걸어갔네.

 약속한 땅이여, 오 아름다운 대지여,

 영원히 젖과 꿀이 흐르는 그곳,

 이 빵을 먹는 자는 그 복지 얻으리,

 아, 영원한 생명의 빵은 내 주의 몸이라.”

 

올해는 제가 수도원 입회후 만 40년이 되는 해라 더 각별한 느낌입니다. 얼마나 위로와 평화가 넘치는 멋진 가사에 곡인지요! 말씀이 살이 된 것이 성체요 바로 우리 사람입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주님의 성체를 영하면서 주님의 살아 있는 성체가, 영원한 생명의 참사람임을 확인하는 참 은혜로운 성가입니다. 우리 모두 오늘 축일을 지내는 주님의 애제자 사도 요한이 된 느낌입니다. 

 

오늘은 어제의 첫 순교자 성 스테파노 축일이었고 오늘은 사랑의 사도, 주님의 애제자 요한 축일입니다. 두 성인이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요한이라는 뜻은 ‘주님께서 은혜로우시다’인데 참으로 천수를 누리며 은혜로운 삶을 살았던 요한 사도였습니다. 6년경 베싸이다에서 태어나 에페소에서 100년경 선종하셨다니 무려 90대 중반까지 장수했던 사도였습니다. 12사도중 유일하게 피를 흘려 순교하지 않은 유일한 사도입니다.

 

예수님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애제자 요한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중요한 순간마다 대동한 베드로, 야고보, 요한이었고, 바로 이 요한입니다. 예수님의 편애를 받으면서도 질투의 대상이 되지 않았음은 그의 주님 사랑이 탁월했음을 제자들도 인정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도 요한의 상징은 독수리인데, 그 이유는 다른 복음서는 예수님의 구세 사업만 기술한 반면, 그의 저서 요한복음은 예수님에 관해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신성을 주로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사도 요한은 인생 말년, 90대 중반 나이에 너무 노쇠하여 제대로 설교를 할 수 없어 항상 신도들의 부축을 받았다 합니다. 성 예로니모의 증언입니다. 요한은 항상 “자녀들이여,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말을 몇 번이고 한 다음, “이것은 주님의 명령이고, 이것만 지켜도 족합니다.”라고 말했다 합니다. 그래도 신도들이 같은 설교 내용에 대해 불평하자 “사랑은 그리스도 교회의 기초요, 사랑만 있으면 죄를 범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합니다.

 

좌우간 사랑의 사도 요한답습니다. 당시는 물론 지금도 끈질긴 도전이 영지주의입니다. 신종의 영지주의는 여전합니다. 아마도 세상 끝나는 날까지 영지주의도 계속될 것입니다. 영지주의는 영육이원론, 성속이원론의 뿌리 깊은 이단입니다. 물질세계나 인간 몸을 죄악시 했습니다. 육신은 감옥이요 무덤으로 구원은 육신의 무덤에서 감옥에서 탈출이라 생각하여 육신을, 물질세계를 천시했습니다. 바로 이에 대한 결정적 답이 강생의 신비, 육화의 신비, 파스카의 신비입니다.

 

“정녕 그 말씀이 육신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서 사셨다.”

 

이 한 말씀이 결정적으로 영지주의 이단을 끝장낸 것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었으니 인간의 몸도, 물질세계도 구원받아 거룩해 진것입니다. 영육(靈肉) 이원론을, 성속(聖俗) 이원론을 일거에 해결해 버렸습니다. 어디나 성(聖)과 속(俗)이 하나인 성속일여(聖俗一如), 강생의 신비로 거룩해진 몸이요 세상이 된 것입니다. 이래서 성체성가 177장이 그렇게 고맙고 반갑습니다.

 

오늘 제1독서 요한 1서 요한 사도의 말씀이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이 또한 영지주의에 대한 답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다는 진리에 대한 애제자다운 요한의 고백입니다. 생략할 것 없이 전부 인용합니다. 한마디로 예수님은 유령이나 투명인간이 아니라 참사람이자 참 하느님이셨다는 고백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처음부터 있어 온 것, 우리가 들은 것, 우리 눈으로 본 것, 우리가 살펴 본 것, 이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그 생명을 보고 증언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 영원한 생명을 선포합니다. 영원한 생명은 아버지와 함께 계시다가, 우리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을 여러분에게 선포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감동적으로 와닿는 사도 요한의 증언이자 고백입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와 사랑에 참여함으로 아버지 하느님과의 친교, 그분의 첫째 증인들과의 친교, 그리스도인들과의 친교로, 친교의 끈은 연속적으로 이어져 친교중에 살아감으로 충만한 기쁨을 나누게 됩니다. 친교의 교회를, 친교의 기쁨을, 충만한 기쁨을 선사하는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애제자 요한의 주님 사랑이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수제자 베드로 보다 빠른 사랑의 발걸음이었지만 그의 겸손한 사랑은 수제자 베드로 다음에 빈무덤에 입장합니다. 베드로와 달리 애제자 요한은 말끔히 정리된 빈무덤을 일별(一瞥)하는 순간 전광석화(電光石火), 주님 부활을 믿었습니다. 바로 다음 묘사가 이를 입증합니다.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곳에 개켜져 있었다. 그제야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

 

“보고 믿었다” 요한 사도의 믿음의 눈, 사랑의 눈이 바로 빈무덤의 상황을 일별하는 순간 주님 부활을 믿은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재미있는 주석을 읽었습니다. 모세와 예수님의 비교였습니다. 

 

모세가 하느님을 뵈러 갈때는 너울을 벗었지만 나와서는 빛나는 얼굴의 광채때문에 백성들 앞에서는 너울을 썼다 합니다. 바로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심으로 이제 인성의 너울, 얼굴을 쌌던 수건 아마포는 쓸모없게 되어 그대로 신성의 얼굴로 아버지께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부활하신 주님의 몸은 그리스도의 몸, 공동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그리스도의 몸인 공동체로 부활하시어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 하느님이 되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공동체 형제들 하나하나의 얼굴이 예수님 얼굴을 반영합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살게 하십니다. 그리고 주님 앞에 가는 날, 우리 모두 인성의 너울을 벗어버리고 예수님처럼 신성에 빛나는 얼굴로 하느님 아버지를 뵈올 것입니다. 의인이자 마음 바른 우리를 두고 하는 말씀같은 화답송 아름다운 시편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의인에게는 빛이 내리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쏟아진다.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기뻐하여라. 거룩하신 그 이름 (시편97,11-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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