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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9.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에페3,2-12 르카12,39-48

 

 

간절함

-사랑과 감사-

 

 

“주님, 저는 당신께 희망을 겁니다.

 당신 이름 부르며 당신을 기억하는 것이

 이 영혼의 소원이옵니다.

 저의 영혼이 밤에 당신을 열망하며

 저의 넋이 제 속에서 당신을 갈망합니다.”(이사26,8-9)

 

그대로 제 심정을 반영합니다. 40년 수도생활은 물론 수도회 입회 전, 8년 동안의 교편시절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제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간절함”일 것입니다. 참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았고, 간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날마다 새벽에 일어나 강론을 썼습니다. 살기위해, 영혼이 살기위해 강론을 썼습니다. 날마다 주님께 사랑의 편지를 쓰듯 강론을 써서 나눴습니다. 

 

어제는 온종일 “사랑”과 “감사”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생각나는 것은 온통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추억들이며 감사로 가득했던 삶이었습니다. 오후는 내내 모두를 사랑하고 모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물론 하느님이, 예수님이 우선이구요. 간절한 삶에 뚜렷이 부각되는 사랑과 감사입니다. 

 

얼마 전 나눴던 성 베네딕도 규칙의 절정인 ‘제72장(수도승들이 지녀야 할 열정에 대하여)’을 다시 나눕니다. 바오로 사도의 1코린13장, 사랑의 대헌장에 비견되는 내용입니다.

 

“1.하느님께로부터 분리시켜 지옥으로 이끄는 쓰고 나쁜 열정이 있듯이,

 2.악습에서 분리시켜 지옥으로 이끄는 쓰고 나쁜 열정이 있다.

 3.수도승들은 지극히 열렬한 사랑으로 이런 열정을 실천할 것이다.

 4.즉, 서로 존경하기를 먼저 하고,

 5.육체나 품행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며,

 6.서로 다투어 순종하고,

 7.아무도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르지 말고,

  오히려 남에게 이롭다고 생각되는 것을 따를 것이며,

 8.형제적 사랑을 깨끗이 드러내고,

 9.자기 아빠스를 진실하고 겸손한 애덕으로 사랑하고,

 11.그리스도보타 아무것도 더 낫게 여기지 말 것이니,

 12.그분은 우리를 다 함께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열정의 사랑은 바오로처럼 순수한 아가페 사랑입니다. 무사한 사랑, 집착 없는 초연한 사랑, 자유롭게 하고 생명을 주는 아가페 사랑입니다. 참으로 정주의 본연의 삶에 충실한 베네딕도 수도자라면 필시 사랑의 대가, 인내의 대가가 될 것입니다.

 

특기할 일은 72장은 성 베네딕도 고유의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성인은 분명히 처음 젊었을 때 72장을 쓰지 않았습니다. 오랜 공동생활 체험 후에 비로소 성인은 사랑이 가장 중요한 차원임을 절감했던 것입니다. 한마디로 사랑밖엔 길이, 답이 없음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점에서는 불교의 대선사 성철 스님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나는 무지해서 풋 열심에 모나게 살았지만 너희는 둥글게 살라”

 

이렇게 말씀하시며, 당신을 따르는 수십 명 수좌들이 원만圓滿한 사랑으로 둥글게 살라고 법명에 둥글 “원圓”자를 넣어줬다는 것입니다. 열매든 삶이든 둥글게 익었다 하여 원숙(圓熟)입니다. 과연 과일들 둥글게 익어가는 가을철, 원숙하게 익어가는 인생 열매인지 살펴보게 합니다. 영적 성장이나 영적 성숙은 바로 이런 사랑의 성장이요 사랑의 성숙임을 깨닫습니다.

 

저는 이를 일컬어 보자기 영성이라 칭하곤 합니다. 규격화된 각진 가방은 얼마 못들어 가지만 커다란 보자기는 모두를 담아 쌀 수 있습니다. 성 베네딕도와 성철 큰 스님이 젊었을 때는 각진 가방 같이 좁고 답답했던 마음이 노년에는 커다란 보자기 영성으로, 한없이 너그럽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변했음을 봅니다.

 

좋은 열정의 사랑은 모든 수행을 통해 표현됩니다. 참으로 주님을 좋은 열정으로 열렬히 사랑하며 기다릴 때 저절로 깨어 준비하는 삶이며 매사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사랑할 때 마음의 순수요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런 사랑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확연해집니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이런 좋은 열정의 사랑으로 깨어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은 말그대로 진인사대천명의 사람들입니다. 내일 세상 종말이 온다 해도 부화뇌동, 경거망동하지 않고 제 삶의 자리에서 한결같이 깨어 책임을 다합니다. 

 

어제는 생각할수록 감사한 생각뿐이었습니다. 하느님에 이어 주마등처럼, 하늘의 별처럼 떠오르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분들이 감사하고 병원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분들이 감사하고 특히 공동체 형제들이 감사했습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함석헌 선생이 했다는 설교를 잊지 못합니다. 어느 목사님의 아내가 죽었을 때 한 설교인데 다음 내용에 모두 놀랐다가 깊이 감동했다 합니다.

 

“목사인 네가 네 아내를 죽인 것이다. 네가 죽음을 많이 말하지만 죽음의 뭔지 모르기에 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통해 죽음이 뭔지 깨닫게 하기 위해 아내가 죽었으니 결국은 네가 죽인 것이다.”

 

사랑을, 감사를 많이 말하면서도 사랑이 뭔지, 감사가 뭔지 모르기에 이런 저런 뜻밖의 은혜로운 시련의 체험을 통해 새롭게 사랑을, 감사를 배우게 하는 주님의 섭리와 배려를 깨닫습니다. 오늘 제2독서 에페소서는 감사의 관점에서 보면 그 이해가 확연해 집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 베풀어 주신 은총에 감사로 가득한 마음으로 감격에 벅차 고백합니다. 과연 사랑의 사도이자 감사의 사도인 바오로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힘을 펼치시어 나에게 주신 은총의 선물에 따라, 나는 이 복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모든 성도들 가운데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나에게 그러한 은총을 주시어, 그리스도의 헤아릴 수 없는 풍요를 다른 민족들에게 전하고, 과거의 모든 시대에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 안에 감춰져 있던 그 신비의 계획이 어떠한 것인지 모든 사람에게 밝혀 주게 하셨습니다.”

 

온통 이민족들을 위한 당신의 사도직에 감사하는 바오로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바오로처럼 주님 사랑의 은총에 감사하면서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에 대한 믿음으로, 확신을 가지고 하느님께 담대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님을 향해, 이웃을 향해, 간절한 마음, 사랑하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이렇게 살도록 도와주십니다.

 

“보라, 내 구원의 하느님, 나는 믿기에 두려워하지 않네.

 주님은 나의 힘, 나의 굳셈, 나를 구원해 주셨네.”

 너희는 기뻐하며, 구원의 샘에서 물을 길으리라.(이사12,2-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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