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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15.사순 제3주간 수요일                                                              신명4,1.5-9 마태18,21-35

 

 

사랑은 율법의 완성

-하늘 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

 

 

기상하여 카톡 메시지를 확인해 보니 방금 12:30분 따끈따끈한 소식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어제 하루 100% 순수한 사랑을 실천한 형제의 소식이었습니다. 참으로 언제나 한결같이 하루하루 구도자처럼 충실히 살아가는 언젠가 소개했던 치과의사 형제입니다. 

 

“오늘은 야간진료(매주 화요일) 날이라 좀 늦게까지 진료했네요. 멀리서 퇴근하고 와주시는 환자분들이 감사했고, 열심히 일해주는 직원들이 또 고마웠습니다. 오늘도 ‘자비의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한 하루였네요.ㅎ”

 

각자의 일터가 자비의 배움터, 자비의 학교입니다. 참 아름다운 삶입니다. 사랑의 아름다움입니다. 마음의 순수, 사랑의 마음입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좋은 글귀입니다. 

 

“비밀스런 능력에 관심을 갖는 인간은 신의 임재속에 살 수 없게 된다. 그런 현상들이 생겨나더라도 조금도 주의를 기울이지 마라. 비밀스런 능력을 획득하기는 쉽지만, 마음의 순수에 이르기는 몹시 힘들다. 순수함을 소유하는 자는 종교의 진정한 모습을 안다.”

 

어제는 코이노니아 자매회 모임이 있었습니다. 10명 참석으로 출석률 100%였습니다. 대부분 할머니 연세쯤 나이지만 고운 외모에 배우려는 열정이 참 대단한 분들입니다. ‘자비의 학교’ 수도원에 매달 1회 하루 피정겸 공부하러 오는 이분들에게 강론중 드린 말씀이 생각납니다.

 

“이제 저는 그리움도, 외로움도, 기다림도 없습니다. 이런 주제의 시詩도 짓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주님과 함께, 주님 안에서 오늘 지금 여기서 천국의 충만한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도 그렇고 일단 이렇게 고백하고 나면 그대로 된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잊지 못할 세 예화도 잠시 나누고 싶습니다. 매달 모임시 나눠드리는 강론집이 거의 18년만에 중단되었습니다. 매월 강론집을 편집 제본해 주셨던 분이 계속 병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즉시 해 준다는 고마운 분도 있었지만 당분간은 쉬고 싶습니다. 그동안 무려 25년 오랜동안 수시로 고백성사도 보며 수고해준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 싶었기 때문입니다.

 

문득 이런 경우가 생각났습니다. 오랜동안 충실히 내조해주던 부인이 세상을 떠났는데 즉시 재혼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는 결코 죽은 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아마도 제 경우라면 끝까지 혼자 살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비약적인 비교인지는 몰라도 저에겐 진실입니다. 당분간, 아니 더 이상 제본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오랜동안 수고해준 분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두고 기억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채우지 않고 그냥 빈자리로 남겨 두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 또한 순수한 사랑의 발로입니다. 이런면에서 저는 철저한 정통 보수주의자요 진국(거짓이 없이 참된 사람)이란 말을 듣기도 합니다. 지난밤에도 불암사 선재善哉라는 군자같은 개가 수도원에서 노숙했고 사진을 찍어 수도형제들과 나눴습니다. 불교 사찰의 개가 천주교 수도원이 좋아 자주 찾다가 어제는 절에 가는 것도 잊고 주님의 집 수도원 뜨락에서 밤새 노숙했습니다. 저와 같은 열정으로 주님의 집을 사랑하는 수도자라면 정말 순수한 사랑의 절정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선재로부터 배우는 주님의 집에 대한 한결같은 사랑입니다. 

 

로마 유학중인 수도형제로부터 애로사항이 가득담긴 편지가 공동체에 도착했고 수도형제와 나눈 유머스런 대화가 생각납니다. 

 

“학위 하든 못하든 겸손 공부 하나 잘 하면됩니다. 박사중의 박사가 겸손 박사입니다.”

“그래요. 겸손을 배우러 로마에 간 것 같습니다.”

 

겸손한 사랑, 순수한 마음, 순수한 사랑, 다 통합니다. 참으로 사랑이 순수하고 깊어질수록 사랑의 표현인 어느 율법이나 계명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악마는 디테일안에 숨어있다는 말도 있고, 훌륭한 지도자는 디테일이 강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좋은 지도자는 어느 작은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서두 말씀이 참 강렬한 느낌입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율법에 대한 사랑은 그대로 주님께 대한 사랑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듯 하느님 사랑의 표현인 율법을, 계명을 사랑한 예수님의 각오와 결의가 깊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이어지는 말씀도 결코 소홀히 취급할 율법이나 계명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작고 큰 것으로 나눌수 있는 율법이, 계명이 아니라 한결같이 소중히 여겨할 모든 율법이요 계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하여 예수님이 결코 율법지상주의자는 아닙니다. 극진하고 순수한 사랑일 때는 저절로 어느 계명 하나 다치거나 소홀히 하지 않겠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 불릴 것이다.”

 

이런 작은 계명에 충실한 사람이 천국의 큰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불가의 삼학(三學), 계정혜(戒定慧)의 순서도 적절하고 유익합니다. 철저한 계율 준수의 수련이, 훈련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작은 계율을 사랑을 다해 훈련하고 준수할 때 큰사랑, 순수한 사랑에 도달하게 됩니다. 계율(戒律)준수의 바탕이 없으면 깊은 마음의 안정(安定)과 관상의 지혜(智慧)도 불가합니다. 우리의 수행생활에도 그대로 통하는 원리입니다. 

 

결론하여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참으로 순수하고 깊은 사랑일 때 모든 율법을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애당초 모든 율법이나 계명이 우리 위한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그러니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율법을, 계명을 사랑하고 지킵니다. 이때 살아계신 사랑의 주님도 만납니다. 신명기의 모세처럼 참으로 주님을 사랑한다면 실로 모든 규정과 법규, 율법과 계명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며 마음을 다해 지킬 것입니다. 모세의 충고가 마음 깊이 와닿습니다.

 

“나는 주 나의 하느님께서 나에게 명령하신 대로 규정과 법규들을 너희에게 가르쳐 주었다. 너희는 그것들을 잘 지키고 실천하여라. 그리하면 민족들이 너희의 지혜와 슬기를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부를 때마다 가까이 계셔 주시는, 주 우리 하느님 같은 위대한 민족이 어디 있겠느냐? 너희는 오로지 조심하고 단단히 정신을 차려, 너희가 두 눈으로 본 것들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 그것들이 평생 너희 마음에서 떠나지 않게 하여라.”

 

흡사 예수님 말씀처럼, 구구절절 심금을 울립니다. 모든 계명들을 충실히 준수하는 훈련과 실천에 진인사대천명의 노력을 다하라는 말씀입니다. 이런 지칠줄 모르는 수련과 수행의 원천이 바로 한결같은 열렬한 주님 사랑입니다.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의 하늘 나라에서 참으로 큰사람으로 살게 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게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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