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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1.연중 제29주간 금요일                                                              에페4,1-6 루카12,54-59

 

 

하느님 중심의 삶

-시대의 징표를 헤아리는 식별의 지혜-

 

 

“자리 탓하지 말자

어디든

뿌리내려

활짝 꽃피어 내면

 

거기가

꽃자리

하늘나라이다”-2022.9.18.

 

수도원 홈페이지 묵상란에 마지막으로 올린 시입니다. 한 달간 이러저런 시련과 어려움으로 긴박하게 지냈던 한 달이기에 시상이 떠오를 여유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참으로 하느님 중심의 삶에 충실할 때, 오늘 여기가 구원의 꽃자리, 하늘나라이며 식별의 지혜도 선물 받습니다. 다른 곳 아닌 오늘 여기서 찾아서 살아야 할 행복입니다. 

 

하루하루 일기 쓰듯 하는 강론입니다. 어제는 참 평화로웠던 하루였습니다. 하느님 중심의 믿음으로 충실히 살아가는 여러 착한 분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어제 집안에서 가장 큰 어른이자 최고령의 1922년생 만 100세 사촌 형님을 찾아 고백성사를 드렸습니다. 100세 연세에도 총명하시고 눈도 맑고 어린 아이처럼 착하고 순수하시기에 저리도 주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혼자 계실 수 없어, 효자로 소문난 두 아들과 평생 43년 동안 충복忠僕처럼 형님을 섬겨온 기사님이 서로 교대하며 24시간 함께 하며 돌본다 합니다. 마침 미국에 있는 딸 부부가 방문하여 약 2주간 아버지를 시중 들고 있었습니다. 집안 식구가 하느님 중심의 삶에 충실하기에 참 밝고 평화로운 분위기였습니다. 사촌 형님의 고백성사 보속 말씀 처방전도 미리 A4 용지에 붓펜으로 크게 써갔습니다.

 

“두려워 말라, 성철 사도 요한! 내가 너의 곁에 있다. 걱정하지 말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준다. 정의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준다.”(이사41,10)

 

이 말씀은 저의 여섯째 숙부가 임종 전 일주일동안 꼭 잡고 지냈던 말씀입니다. 이어 조카인 글라라 따님으로 부터 예쁜 책과 더불어 감사의 메시지가 담긴 서신을 받았습니다. 날마다 제 강론을 숙독하는 신심 좋은 조카입니다.

 

“신부님, 잘 지내시지요. 매일 받아보는 신부님 강론은 정말 마음에 잘 와 닿아요. 이런저런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그날의 성인 이야기, 여러 묵상 제목, 그리고 자연의 풍요로움을 잘 조화시켜서 항상 흥미진진하면서도, 마음을 정화시켜 주지요.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진정성 가득 담긴 내용에 감사했습니다. 큰 건강 바라지 않습니다. 죽는 그날까지 매일 강론 쓰고, 미사 봉헌하고 걸을 수 있는 건강 주시어 일상에 충실할 수 있다면 감사할 뿐이고 이는 제 유일한 소원입니다. 참 좋은 축복은 하느님 중심의 삶입니다. 공동체의 일치도 하느님 중심의 삶에서 가능합니다. 획일적 일치가 아니라 다양성의 일치입니다. 함께 살아간다는 자체가 중요하고도 힘든 수행입니다. 

 

다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하나의 수도공동체를 이뤄 살 수 있음도 각자 삶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방향이 같기에, 하느님 중심을 바라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공동체의 일치를 촉구하는 바오로 사도의 금과옥조의 말씀이 참 적절하고 고마워 전부 인용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그대로 오늘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 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애쓰십시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실 때에 하나의 희망을 주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이십니다. 주님도 한 분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이고, 만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 분이십니다. 그분은 만물 위에, 만물을 통하여, 만물 안에 계십니다.”

 

하나의 영성이 얼마나 좋습니까! 우리 모두 하나에 속한 신자들입니다. 이렇게 주님과 하나 되어 살 때 참 행복이요 영원한 생명의 구원입니다. 분열보다 고약하고 해로운 것은 없습니다. 악마가 끊임없이 즐겨 시도하는바 분열이요, 하느님이 끊임없이 시도하는 바가 개인은 물로 공동체의 내적 일치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일치의 삶을 날로 깊어지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평생 날마다 바치는 우리 수도공동체의 공동전례기도입니다. 

 

“그 무엇도 그리스도보다 앞세우지 마라.”

“그 무엇도 하느님의 일보다 앞세우지 말라.”

 

베네딕도 규칙에 나오는 성인의 두 명령입니다. 그리스도 중심, 하느님 중심의 일치의 삶에 결정적 중요성을 지니는 하느님의 일인 공동전례기도입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를 통해 주님과의 일치가 깊어질 때 주님을 닮아 단순과 순수, 겸손과 온유, 자비와 지혜의 선물입니다. 무엇보다 시대의 징표를 식별할 수 있는 지혜도 선물 받습니다. 결코 복음의 식별력 없는 무지한 군중들처럼 꾸중 듣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시대의 징조를 풀이할 줄 모르는 이들, 지혜의 눈, 혜안이 없는 것입니다. 바로 이래서 눈먼 맹신, 광신인 것입니다. 개신교의 유명한 신학자인 칼 바르트가 성경을 신문 보듯 하고, 신문을 성경 보듯 했다는 일화도 생각납니다. 시대의 징표를 헤아리기 위한 예언자적 자세입니다.

 

이어지는 복음의 주제는 “늦기 전에 화해하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입니다. 무엇보다 회개와 화해는 늦출 수 없습니다. 그날 맺힌 것은 그날 풀어야 합니다. 이 또한 분별력의 지혜이자 은총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에 충실한 자에게 주시는 이런 분별력의 지혜입니다. 차고 넘치는 정보와 지식의 시대, 분별력의 지혜가, 혜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하느님 중심의 일치의 삶을 굳게 하시며, 참 좋은 분별력의 지혜도 지니게 하십니다. 

 

“누가 주님의 산에 오를 수 있으랴? 누가 그 거룩한 곳에 설 수 있으랴?

손이 깨끗하고 마음이 결백한 이, 헛된 것에 정신을 팔지 않는 이라네.”(시편24,3-4ㄱ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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