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8. 연중 제5주간 수요일                                                        창세2,4ㄴ-9.15-17 마르7,14-23

 

 

깨달음의 여정

-무지에 대한 답은 은총의 깨달음뿐이다-

 

 

어제에 이어지는 오늘 제1독서 창세기 역시 흥미롭습니다. 어제의 인간 창조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어제는 하느님을 닮은 고귀한 품위의 인간존재를 말했다면 오늘은 흙에서 창조된 유한한 피조물로서의 현실적 모습입니다. 하늘과 땅의 양 측면을 지닌 모순(矛盾)적인 인간 피조물임을 깨닫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명체가 되었다.’

 

흙의 인간임이 엄연한 현실로 드러납니다. 흙의 먼지로 빚어진 인간, 바로 피조물로서 인간이라는 자각이 우리를 참으로 겸손하게 합니다. 우리는 사람이지 하느님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래서 ‘흙(humus)’에 어원을 둔 ‘인간(homo)’이요 ‘겸손(humilitas)’입니다. 흙처럼 겸손해야 비로소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흙으로의 인간창조에 이어지는 에덴동산이 웬지 모를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입니다. 참 좋은 에덴동산의 낙원이지만 모든 것이 허용된 것은 아니었고 에덴동산 한가운데는 생명나무와 동시에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있었고, 이어지는 주님의 명령입니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참으로 엄중한 금령으로 끝나는 오늘 제1독서 창세기 말씀이 우리를 긴장하게 합니다. 새삼 인간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모든 것이 허용된 에덴동산이 아닙니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선악과의 열매를 따먹는 선택을 하는 날, 온갖 불행과 더불어 죽음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기 때문입니다. 

 

새삼 삶은 선택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부단히 선善을 선택하여 훈련하여 습관화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요즘 참 많이도 강조한 “선택의 은총–훈련-습관”의 시스템입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도 참 좋은 선택을 보여줍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하느님 찬미는 영혼의 본능이요 참 좋은 선택이자 훈련입니다. 찬미의 선택이요 훈련입니다. 영혼의 건강에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자발적 선택과 훈련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깨달음의 은총도 이런 좋은 선택의 훈련에서 옵니다. 오늘 복음의 서두 말씀이 참 강렬합니다. 예수님은 군중을 가까이 불러 말씀하십니다. 그대로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너희는 모두 내 말을 깨달아라. 사람 밖에서 몸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내가 나를 더럽힐뿐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나를 더럽힐 수 없다는 것입니다. 네탓이 아닌 내탓이라는 것이고 이 또한 진실입니다. 이어 제자들이 그 비유의 뜻을 묻자, 예수님께서는 다시 반복합니다.

 

“너희도 그토록 깨닫지 못하느냐? 밖에서 사람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그를 더럽힐 수 없다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느냐?”

 

예수님은 결국은 모든 음식이 깨끗하다고 밝히시는 것입니다. 결코 음식이 마음을 더럽힐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어 예수님은 깨달음을 강조하십니다. 우리의 영적 삶은 ‘깨달음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깨달음의 은총, 깨달음의 여정과 더불어 자유롭고 겸손해지고 순수해지는 마음이요 무지로 부터의 해방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도 우리에게는 참 좋은 깨달음이 됩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더럽히는 것은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안에서 나가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흡사 마음이 더러운 오물 가득한 쓰레기통처럼 보입니다. 바로 이것이 인간무지의 현실입니다. 이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흙으로 지음 받은 모순(矛盾)된 우리 인간의 엄연한 어둡고 부정적인 보편적 현실입니다. 참 무지한 인간존재임을 말해줍니다. 오늘날의 인간현실을 보면, 멀리 갈 것 없이 내안의 나를 보면 누구나 공감할 것입니다. 이런 안에서 나오는 악한 것들이 자신을 더럽힐뿐 아니라 공동체도 사회도 더럽힙니다. 

 

참 무지한 인간존재임을 말해줍니다. 그동안 참 많이도 강조한 무지의 병, 무지의 악, 무지의 죄입니다. 무지에 대한 답은 깨달음뿐입니다. 깨달음의 지혜를 통한 마음의 순수와 자유, 겸손입니다. 이래서 깨달음의 지혜, 깨달음의 은총, 깨달음의 훈련, 깨달음의 여정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깨달음, 깨어있음, 깨끗한 마음, 모두 ‘깨’자 돌림으로 서로 하나로 연결되는 우리 말이 고맙습니다. 부단한 깨달음의 훈련과 여정을 통해 마음의 정화와 성화가 뒤따릅니다. 이래서 부단한 기도, 부단한 회개, 부단한 말씀 공부의 선택과 훈련이요 습관화입니다. 

 

인간의 본질은 무지가 아니라 말씀입니다. 인간 영혼은 무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깨달음에 대한, 말씀에 대한, 공부에 대한 본능적 갈망과 열망이 있습니다. 우리 공부의 궁극적 목적도 무지에서 벗어나 참나의 행복을 살기위함입니다. 하느님은 고맙게도 하느님 말씀을 향한 사랑과 갈망도 우리 마음에 심어주셨습니다. 시편37장 30-31절 말씀입니다.

 

“의인의 입은 지혜를 자아내고, 

 그의 혀는 옳은 것을 말하느니라. 

 

 하느님의 법이 그의 마음에 있어,

 그의 걸음이 흔들리지 않느니라.”

 

이어 시편 39장9절 말씀도 은혜롭습니다.

 

내 주여, 내 기쁨은 당신 뜻을 따름이오니, 

내 맘속에 당신 법이 새겨져 있나이다’ 

 

사람되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평생 공부도 없습니다. 늘 강조하다시피 우리 삶은 평생 졸업이 없는 평생 현역의 주님의 평생 학인입니다. 평생 배움터 인생에서 부단한 기도, 부단한 회개, 부단한 말씀 공부의 선택과 훈련, 습관화를 통해 깨달음의 여정에 항구할 때, 비로소 무지에서 벗어나 참나의 순수와 겸손, 자유의 참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깨달음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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