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8.27.금요일 성녀 모니카(332-387) 기념일                                          1테살4,1-8 마태25,1-13

 

 

 

하늘 나라 공동체의 삶

-깨어 있는, 슬기로운, 거룩한 삶-

 

 

 

오늘 복음의 하늘 나라 열 처녀의 비유가 새삼 충격적으로 마음에 와닿습니다. 개인적 삶이 아니라 공동체적 미래의 삶을 생각하게 합니다. 현 사회의 부정적 온갖 징후들과 더불어 기후위기등 전방위적으로 종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출구가 막힌 듯한 섬뜩한 느낌도 듭니다. 

 

도대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하지만 인류공동체가 그러합니다. 나름대로 모두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진단하지만 뾰족한 대안은 제시 못합니다.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개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공동체적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하는 위기상황입니다. 마침 게시판에 붙어 있는 ‘가칭<수도원 미래 연구 위원회> 설치’에 관한 공문 내용이 정신 번쩍 들게 했습니다.

 

“위원회 설치의 직접적인 배경은 앞으로 갈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배농장 운영의 어려움 때문입니다. 불암산 주변 일대의 도시화가 가속됨에 따라 추세가 점점 더 농사를 짓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가는 전반적인 어려움을 넘어서, 이제는 농장에서 일하는 수사들의 노령화, 기존 일용직 노동자들의 동반 노령화, 새로운 노동 인력 수급의 어려움, 수도원 입회자 수의 감소라는 실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수도형제들 누구나 공감하는 자명한 현실 진단이요 미래에 대한 밝지 않은 전망입니다. 비단 수도원뿐 아니라 작금 직면하고 있는 일반적 사회 현실입니다. 서서히 전방위적으로 다가오는 위기감에 정말 깨어 공동체적 시각을 지니고 준비하며 슬기롭게 거룩하게 살아야 하겠다는 자각이 듭니다. 과연 이런 현실 상황에서 어떻게 미래를 내다보며 현재의 삶을 살아야 할까요?

 

오늘 열처녀의 하늘 나라 비유를 통해 하늘 나라 삶의 비밀을 배웁니다. 어제 ‘깨어 있어라’는 주제의 연장선 위에 있는 내용입니다. 비유의 서두가 어리석은 공동체와 슬기로운 공동체라는 두 공동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하늘 나라 비유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로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다.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다섯의 어리석은 이들의 공동체와 다섯의 슬기로운 이들의 공동체 반반입니다. 과연 나는, 우리 수도공동체는 어디에 속합니까? 유비무환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참으로 깨어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분발하여 슬기롭게 거룩하게 살아야 함을 깨닫습니다. 복음의 마지막 결론 같은 말씀이 큰 해머로 우리의 무딘 마음을 두드리는 느낌입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은 모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종말의 위기 의식입니다. 알렐루야 복음 환호송도 같은 맥락입니다.

 

“너희는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심각한 상황이지만 너무 무겁고 우울하게 살아선 안됩니다. 슬기롭고 의롭게 살고자 하는 우리를 격려하는 시편 화답송의 우리 마음의 어둠을 거둬냅니다.

 

“의인에게는 빛이 내리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쏟아진다.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기뻐하여라. 거룩하신 그 이름을 찬양하여라.”

 

사랑과 기쁨의 사도 바오로는 우리 모두 거룩한 삶을 살라고 촉구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는지 우리에게 배웠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욱더 그렇게 살아가십시오. 하느님의 뜻은 여러분이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더러움 속에서 살라고 부르신 것이 아니라, 거룩하게 살라고 부르셨습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미사를 통해 주님으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는지 배웁니다. 결론하여 거룩하게 살자는 것입니다. 현실과 유리된 거룩한 삶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 나라를 살아가는 오늘 복음의 슬기로운, 깨어 있는 다섯 처녀들같은 삶입니다. 한 밤중 신랑이 온다는 말에 놀라 깨어난 두 부류 처녀들의 대화입니다. 평상시는 모르지만 위기시 뚜렷이 드러나는 평상시의 삶입니다.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

 

누구나에게 닥칠 엄연한 종말 심판 현실입니다. 우리에게 구체적 죽음일 수 있습니다. 하늘 나라의 삶에 벼락공부는 불가능하거니와 남의 삶을 빌릴 수도 없습니다. 함께 하지만 각자 나름대로 평상시 쌓아 와야 할 신망애의 삶을 어떻게 단번에 마련할 수 있고 빌려올 수 있겠는지요! 

 

새삼 평상시 주님과의 신망애의 우정 관계를 날로 깊이함이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그러니 하루하루 깨어 신망애의 삶을 실천하며 슬기롭고 거룩하게 살아감이 종말 심판에 대한 유일한 처방임을 깨닫습니다. 하늘 나라 문이 닫혔을 때는 이미 후회해도 늦습니다. 마지막 어리석은 처녀들과 주님과의 대화입니다.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가슴 철렁하게 하는 말씀입니다. 다섯 어리석은 처녀들도 주님을 모르는 무지의 삶을, 주님과 무관한 생각없는 삶을, 영혼없는 삶을 살았음이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평상시 주님과 우정의 관계를 소홀히 했음을 봅니다. 슬기로운 삶, 깨어 있는 삶, 거룩한 삶의 진정성은 주님과 날로 깊어가는 사랑과 신뢰의 우정 관계로 드러납니다. 

 

복음의 다섯 처녀 이상으로 슬기로운 삶, 깨어 있는 삶, 거룩한 삶의 빛나는 모범이 오늘 기념하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어머니 모니카 성녀입니다. 바오로 사도 이후 최고의 신학자라는 아우구스티누스 아드님의 축일은 내일입니다. 이렇게 모자분이 나란히 축일을 맞이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참으로 가정공동체 전체를 구원한 거룩하고 슬기로운 성녀, 모니카입니다. 거칠고 사나운 남편과 까다롭기 짝이 없었던 시어머니를 거룩하게 변화시켰고 개종까지 시켰습니다. 남편들의 가정 폭력으로 자문을 구한 자매들에겐 이런 충고를 했다 합니다.

 

“네가 네 혀를 다스릴 수 있다면, 너는 남편에게 두들겨 맞을 가능성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네 남편은 언젠가 더욱 좋아질 것이다.”

 

아들에게 절망하는 모니카에게 주교가 준 조언도 유익합니다. 주교는 모니카에게 계속 기도할 것을 권하며 충고합니다. “이렇게 많은 눈물을 흘린 기도의 자식들이 멸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침내 모니카가 기도한후 17년 후, 아우구스티누스 28살에 밀라노의 주교 성 암브로시오에게 세례를 받게 됩니다. 

 

참으로 치열하게 거룩하게 눈물의 기도로 살다가 387년 아우구스티누스 33세에 만56세로 선종한 모니카의 아드님 아우구스티누스 앞에서의 유언도 감동 그 자체입니다.

 

“내가 평생 소원한 것은 오직 내 죽기 전에 네가 신자가 되는 것을 보는 것 하나뿐이었다. 내 하느님은 그 이상으로 얼마나 풍성하게 보답해 주셨는지! 이제 지상 행복을 버리고 주님의 종이 된 너를 보는 데,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니?”

 

이어지는 모니카 성녀의 유언과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도 감동입니다. 고백록에 나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증언입니다. 

 

“이 몸이야 아무데나 묻어라. 그 일로 너희가 조금도 걱정하지 마라. 오직 한 가지 부탁이니 너희가 어디 있든지 주님의 제단에서 나를 기억해다오. 하느님께 멀리 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세상 종말에 그분이 어디에서 나를 부활시켜야 할지 모르실까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단다.”

 

이어지는 성인의 회한에 넘친 고백입니다.

 

“마지막 병상에서 제가 드리는 시중을 두고 그이는 아양에 가까운 말투로 저를 효자라고 불렀습니다, 또 커다란 애정을 보이면서 제가 자기한테 쏘아붙이거나 무례한 소리를 제 입에서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는 말로 저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하느님, 저희를 만들어 내신 분이시여! 제가 그이에게 드린 공경과 그이가 저에게 바친 섬김이 어찌 견줄 만이라도 하겠습니까?”

 

성인의 고백록(성염 역주;325-344)에서 20쪽 분량의 내용이 성녀 모니카의 감동적인 성덕으로 가득합니다. 참으로 연옥같은 세상에서 한평생 깨어 기도하며 슬기롭게 거룩하게 하늘 나라를 살았던 모든 어머니들의 롤로델인 마리아 성모님을 닮은 성녀 모니카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깨어 슬기롭고 거룩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1.08.27 08:22
    "사랑하는 주님, 성녀 모니카께서 보여주셨던
    생활속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늘 주님을 향해 기도와 단식
    그리고 사랑의 봉사를
    통해 가족을 살리셨고
    성녀 또한 부르심을 받은
    삶을 지금 현실 속에서
    저희가 기억하고
    닮아 가게 하소서. "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831 영적 승리의 삶 -우리는 “주님의 전사들”입니다-2022.9.27.화요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1581-166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09.27 188
2830 바다같은 가장 큰 믿음의 사람 -환대, 겸손, 관대-2022.9.26.연중 제26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2.09.26 253
2829 그리스도 중심의 공동체 영성 -중심, 기도, 회개-2022.9.25.연중 제26주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프란치스코 2022.09.25 263
2828 창조주를, 심판을 기억하라 -나무처럼, 시詩처럼, 한결같은 삶-2022.9.24.연중 제25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2.09.24 205
2827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삶을, 자연을 ‘렉시오 디비나(성독聖讀)’하기-2022.9.23.금요일 피에트니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1887-1968)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09.23 315
2826 하느님 중심의 삶 -허무에 대한 궁극의 답은 하느님뿐이다-2022.9.22.연중 제25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2.09.22 275
2825 구원의 출구 -따름의 여정, 부르심과 응답, 공동체의 일치-2022.9.21.수요일 성 마태오 사도 복음 사가 축일 프란치스코 2022.09.21 221
2824 순교적 삶, 주님의 전사 -희망의 이정표-2022.9.20.화요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1821-1846)와 성 정하상 바오로(1795-1839)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2.09.20 344
2823 삶의 지혜 -지혜는 선물이자 선택이요 훈련이다-2022.9.19.연중 제25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2.09.19 226
2822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하느님 중심의 삶과 기도, 그리고 지혜와 사랑-2022.9.18.연중 제25주일 프란치스코 2022.09.18 317
2821 성독(聖讀;Lectio Divina)의 여정 -내적변화와 풍요로운 부활의 삶-2022.9.17.토요일 성녀 힐데가르트 동정 학자(1098-1179)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09.17 219
2820 섬김의 여정 -순교 영성, 파스카 영성, 섬김의 영성-2022.9.16.금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학자(+258)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09.16 215
2819 비움의 훈련, 비움의 여정 -“축제인생을 삽시다! 고해인생이 아닌”-2022.9.15.목요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09.15 319
2818 구원의 성 십자가 -선택, 기억, 사랑, 바라봄, 따름-2022.9.14.수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프란치스코 2022.09.14 320
2817 사람을 찾아오시는 하느님 -생명, 일치, 찬양-2022.9.13.화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344/349-40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09.13 336
2816 주님과 만남의 여정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오늘 지금 여기서”2022.9.12.연중 제24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2.09.12 317
2815 하닮의 여정 -기도, 감사, 자비-2022.9.11.연중 제24주일 프란치스코 2022.09.11 223
2814 어떻게 참으로 살 수 있을까요? -꿈, 찬양, 기억, 사랑-2022.9.10.토요일 한가위 프란치스코 2022.09.10 215
2813 주님의 전사 -영적 훈련, 영적 전쟁-2022.9.9.연중 제23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2.09.09 213
2812 하느님 닮기를 위한 영적 훈련 -사랑, 경청, 관조, 겸손-2022.9.8.목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프란치스코 2022.09.08 329
Board Pagination Prev 1 ...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