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8.1.월요일 성 알포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1696-1787) 기념일

예레28,1-17 마태14,13-21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랑의 기적

-성체성사-

 

 

어제의 끝은 오늘의 새로운 시작입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에게는 늘 새로운 시작이 있을뿐입니다. 하루하루가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요 사랑의 기적입니다. 오늘 8월1일 첫날은 구속주회의 설립자이자 고해사제들과 윤리신학자들의 수호성인인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 기념일입니다. 생몰生沒연대를 보니 참 힘든 건강상태중에도 만91세 장수를 누린 성인이니 새삼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임을 깨닫습니다.

 

성인은 생애 마지막 13년 동안 나폴리의 고티의 작은 교구장 주교로 봉직한후 건강상 이유로 사직한후 수도공동체로 돌아가 글을 쓰고, 사람들을 만나며, 기도하다가 선종의 죽음을 맞이합니다. 성인은 고해소에서 신자들을 배려하여 항상 부드러운 태도를 유지하며 그들을 위로하였고 다음과 같은 말도 남겼습니다.

 

“어떤 사람이 나쁜 악습에 깊이 빠져들어 있을수록, 그만큼 더 부드럽고 다정하게 다가가야 한다. 고해신부는 죄가 남긴 무수한 상처를 돌보아야 한다. 그는 풍부한 사랑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꿀처럼 부드러워야 한다.”

 

이래서 고해사제들의 수호성인이 됐는가 봅니다. 성인들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이자 사랑의 기적임을 깨닫습니다. 어제의 교황님 자랑에 하나 더 추가하고 싶습니다. 교황님이 거하시는 산타 마리아 공동체는 흡사 끊임없이 사랑의 기적이 일어나는 광야의 오아시스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타 마리아 제의방 담당 안나 자매의 증언입니다.

 

“처음으로 교황님을 뵙고 저는 뒤로 물러났어요. 제가 보이지 않게 하려고요. 그분은 즉시 제게로 와서 ‘교황을 봤다고 숨지 마십시오. 아셨지요? 저도 다른 사제들과 같은 사제이니까요.’ 라고 말씀하셨죠. 항상 그분의 겸손과 덕이 저를 감동하게 합니다. 가끔, 성 베드로 대성전이나 산타 마르타의 집에 주일미사가 없으면 작은 경당에서 홀로 미사를 하십니다. 

저는 곧바로 달려가 미사 준비를 꼼꼼히 합니다. 그분은 이런 저를 보고 벌써 몇 번이나 제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며, ‘자 보세요. 이 경당에 준비된 대로 전 미사를 합니다. 괜찮아요. 필요한 것 없어요.’ 라고 하시지요. 미사뒤 교황님은 다시 물과 포도주를 채워 놓고 제대를 정리하고 나오시죠.”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 합니다. 평상적인 삶을 온전히 살아냄이 기적이자 도道라는 뜻이요, 구원은 바로 오늘 지금 여기에 있다는 뜻입니다. 고령의 연세에도 일상의 하나하나에, 특히 성체성사에 정성을 다하시는 교황님의 삶이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겸손한 믿음도 감동을 선사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으신 주님은 외딴곳에서 깊은 성찰 시간을 갖으려 했던 듯 합니다. 

 

그러나 외딴곳에 도착했을 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불쌍한 사람들의 무리였습니다. 예수님의 연민의 사랑에서 시작된 사랑의 기적인 병고침의 치유요 광야에서의 성체성사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그들 가운데에 있는 병자들을 고쳐 주셨다.’

 

바로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하느님의 마음이요 사랑입니다. 똑같은 예수님께서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이 거룩한 사랑의 기적, 성체성사 미사시간에 광야 여정중에 있는 우리 병자들을 고쳐주십니다. 

 

예수님은 이어 제자들이 가진 것 전부인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져오라 하시고, 군중이 풀밭에 자리를 잡자 친히 성체성사를 집전하십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오천명을 먹이신 사랑의 기적이야기는 그대로 이 거룩한 성체성사를 상징합니다. 파스카 예수님 친히 사제를 통해 미사를 주례하십니다. 그대로 하느님을 감동케하고 군중을 감동케 한 진인사대천명의 신망애信望愛의 자세입니다.

 

‘예수님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대로 미사장면을 보는 듯 합니다. 분명 예수님의 진인사대천명의 신망애의 자세에 감동한 군중들이 지니고 있던 모든 것을 내놓아 나눴음이 분명하니 이 또한 사랑의 기적, 나눔의 기적입니다. 사실 성체성사의 정신대로 골고루 나눔의 기적, 사랑의 기적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세상의 불평등은 많이 사라질 것입니다. 군비軍備로 낭비되는 자원이 빈곤 퇴치로 전용된다면 세상 가난한 이들의 굶주림도 완전히 해소될 것입니다.

 

사랑의 기적중 기적이 바로 이 거룩한 성체성사입니다. 성체성사의 은총이 무수한 사랑의 기적을 발생시킵니다. 어제 수도원 주일 미사에는 요즘 코로나 이후 제일 많은 분들이 참석했습니다. 그대로 광야에서의 사랑의 기적을 방불케 했습니다. 오후에는 레지오 마리애 두 팀의 피정강의가 있었습니다. 참 화기애애한 광야의 오아시스같은 모임이었습니다. 

 

팀원들의 순수와 열정의 사랑에 감동했습니다. 교회 공동체의 저변에서 큰 역할을 하는 마리아 성모님의 영적 군대, 주님의 사랑의 전사들처럼 느껴지는 형제자매들의 모습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분들인데 이들 중 여러분은 매일 제 강론을 읽고 묵상한다 했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나 오늘 기념하는 알퐁소 같은 성인이 진짜 예언자라 할 수 있습니다. 베네딕도 성인은 그의 규칙에서 ‘거짓 평화를 주지 마라.’(4,25)했습니다. 거짓 예언자가 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하난야가 거짓 예언자의 본보기입니다. 예수님의 예표와도 같은 예레미야는 참 예언자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망각한, 사람 비위에 맞추는 달콤한 거짓 위로를 전하는 하난야는 참 예언자가 아닙니다. 하난야는 ‘하느님은 은혜로우시다’라는 이름뜻인데 마치 그를 비웃는 듯 한 느낌이 듭니다. 인기에 영합한 하난야의 자신에 찬 다음 모습에 현혹된 군중은 환호했을 것이며 반대로 정직한 하느님의 예언자 예레미야는 환영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난야는 기고만장, 겸손한 자세는 추호도 없이 예레미야 예언자의 목에서 멍에를 벗겨 부수며 온 백성에게 말합니다.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내가 두 해 안에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의 멍에를 모든 민족들의 목에서 벗겨 이와 같이 부수겠다.’”

 

그러나 사필귀정, 참 예언자 예레미야의, “내가 너를 땅 위에서 치워 버리리니, 올해에 너는 죽을 것이다. 너는 주님을 거슬러 거역하는 말을 하였다.”라는 예언대로 그해 일곱째 달에 죽음을 맞이합니다. 

 

참으로 참 예언자이자 구원자이신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참 예언자의 영성을, 날마다 진인사대천명의 사명에 충실한 신망애信望愛의 삶을, 사랑의 기적같은 삶을 살게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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