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5. 토요일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1515-1582) 기념일

                                                                                                                            에페1,15-23 루카12,8-12


                                                                    무슨 맛으로 삽니까?

                                                               -영적 삶이냐 육적 삶이냐?-


“무슨 맛으로 삽니까?”


가끔 질문 받기도 하고 역으로 피정하신 분들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화두처럼 자주 물어야 할 질문입니다. 이어 계속되는 비슷한 질문은 ‘무슨 재미로’, ‘무슨 기쁨으로’ 사느냐 일 것입니다. 처음 이 질문을 들었을 때는 약간 당황했지만 저는 곧 대답했습니다. 


“하느님 찾는, 하느님 찬미하는 맛으로, 재미로, 기쁨으로 삽니다.”


어제는 침을 맞고 오는 도중 밖에서 동반한 수도형제와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손님이 많아 번호표를 받아들고 한참 기다렸다가 추어탕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맛있게 먹어보기는 참 오랜만입니다. 여기서 다시 제기된 질문이 ‘무슨 맛으로 사느냐?’입니다. 먹는 맛으로 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먹는 재미 빼놓으면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반문할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우리나라 곳곳 어디에나 널려있는 음식점, 술집이 아닙니까? 참 많이도 먹고 많이도 마시는 사람들입니다. 흡사 외적 삶만 있고 내적 삶은 없어 보입니다. 오래 살면 무엇합니까, 성인답게 살아야지요.


밥 사먹는, 술 마시는 돈으로 아껴서 책들을 사볼 수는 없을까, 이처럼 맛있는 먹고도 마음 뿌득한 음식같은 책들은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밥값 한끼만 아껴도 책 1권은 사볼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짜 문화강국文化强國이 강한 나라입니다.


인간의 근본적 욕망이 식욕食慾, 성욕性慾, 물욕物慾입니다. 밥과 성과 돈에 대한 욕망도 끝이 없습니다. 무절제한 탐식, 탐애, 탐욕에 따른 육적 삶이 문제인 것입니다. 육신의 현실적 욕구 앞에 영혼의 영적 욕구는 참 무력해 보입니다. 


한국인 치고 종교인 아닌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음식점도 많고 교회도 많습니다. 거의가 종교인으로 영적 삶을 추구하는 것 같은데 내용은 거의 육적 삶으로 채워진 것 같습니다. 날로 늘어나는 냉담자가 이를 입증합니다.


요즘 수도영성생활의 세가지 문제가 특히 부각되고 있습니다. 성소자의 감소, 재정문제, 수행생활의 이완입니다. 세속화되어 갈수록 성소자는 감소하고 재정문제도 어려워지며 수행자세도 이완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수행자세의 확립입니다. 제대로 수도자답게 살아야 성소자도, 재정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기 때문입니다.


육적 삶에서 기본적인 수행에 충실한 영적 삶으로의 전환이 참으로 절실한 시대입니다. 속화俗化의 삶이 아니라 부단히 성화聖化의 삶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늘 새롭게 깨어 시작하는 영적 삶의 수행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제1독서 에페소서에서 영적 삶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지금까지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베풀어진 은총에 대한 하느님 찬양’이 주제였다면, 오늘은 ‘감사와 신자들의 깨달음을 위한 기도’가 주제입니다. 온통 영적 삶에 관한 것입니다. 찬양과 감사는 영적 삶의 한셋트입니다. 영적 삶의 기준으로 삼고 싶은 5가지 요소 찬양, 감사, 기쁨, 평화, 희망입니다. 이 5가지 조건을 갖춰야 비로소 영적으로 건강한 공동체요 개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신자들의 깨달음을 위한 기도’가 오늘날 신자들의 영적 삶을 위해서는 참으로 절실합니다. 음식 맛만 아니라 진리의 맛, 말씀 맛, 기도 맛, 하느님 맛이 얼마나 좋은 지 깨달아야 육적 삶에서 영적 삶으로의 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시편 말씀대로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맛보고 깨달을 수 있도록 깨달음의 은총이 참으로 절실합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가 깨달음의 내용을 환히 밝혀 줍니다. 


1.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시어 우리가 그분을 알게 되고,

2.우리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어 그분의 부르심으로 지니게 된 희망이 어떠한 것이지 알게 되고,

3.성도들 사이에서 받게 될 그분 상속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 우리가 알게 되고,

4.우리 믿는 이들을 위한 그분의 힘이 얼마나 엄청나게 큰 지 그분의 강한 능력의 활동으로 우리가 알게 되기를 비는 바오로 사도입니다.

5.이어 하느님은 만물위에 계신 그분을 교회의 머리로 주셨고,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모든 면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그리스도로 충만해 있다고 고백합니다. 


얼마나 영적 풍요의 삶을 사는 영적 거인 바오로인지요. 우리의 영적 삶이 얼마나 빈궁하고 초라한 영적 난쟁이의 삶인지, 하느님을 모르는 영적 무지가 얼마나 빈궁하고 불행한 삶인지 깨닫게 됩니다. 음식 맛 이상으로 하느님 맛을, 영적 맛을 갈망하고 찾아야 함을 봅니다. 정말 하느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깨닫고 알아서 깊어지는 믿음, 희망, 사랑이라면 오늘 복음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입니다.


1.사람들 앞에서 주님을 안다고 당당히 증언할 것입니다. 당당하지 못하고 주변의 눈치를 보는 비겁하거나 비굴한 신앙인은 하느님 체험의 빈약함을 반영합니다.

2.사람의 아들을 거슬러 말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누구나 알 수 있는 진리자체를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거부하는 성령을 모독하는 말은 꿈에도 상상치 못할 것입니다. 

3.어떤 박해상황에서도 어떻게 답변할까, 무엇으로 답변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성령께서 해야 할 말을 그때에 알려 주실 것을 분명히 믿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맛보고 깨달아야 합니다. 날이 갈수록 하느님 맛도 말씀 맛도 기도 맛도 깊어져야 풍요로운 영적 삶이요 자연스럽게 육적 삶에서의 이탈도 이뤄질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 중 우리 모두 천사의 양식인 당신 생명의 말씀과 사랑의 성체를 통해서 당신이 얼마나 좋으신지 맛보고 깨닫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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