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25.수요일 성 베다 베네빌리스 사제 학자(672/673-735) 기념일 

사도17,15.22-18,1 요한16,12-15

 

 

하느님을 찾는 인간

-진리의 영이 무지에 대한 답이다-

 

 

엊그제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엔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습니다. 국민의 통합을 위해 참 바람직한 일입니다. “나는 깨어 있는 강물이다”를 주제로 열린 추도식에서 문 전 대통령은 “늘 깨어 있는 강물이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찾을 때 늘 깨어 있는 강물이 되어 살 수 있습니다. 제가 역시 늘 강조하는 바도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 향해 맑게 흐르는 강같이 살자는 것입니다. 제 좋아하는 좌우명시 한 연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를 향해

맑게 흐르는 강이 되어 살았습니다.

때로는 좁은 폭으로 또 넓은 폭으로

때로는 완만하게 또 격류로 

흐르기도 하면서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깨어 맑게 흐르는 ‘하느님 사랑의 강이 되어 살았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깨어 맑게 흐르는 강입니다. 어제는 코로나로 중단됐던 단체피정이 만2년만에 재개되어 매달 갖는 모임인 예수성심자매회 10명이 참석하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루하루 맑게 흐르는 강처럼 살아 온 자매들이라 한결같이 기쁨으로 빛나는 얼굴들이 모두 성녀들처럼 보였습니다. 주님 안에서 만남의 기쁨을 만끽한 복된 시간이었습니다.

 

“하느님”이란 호칭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이고 눈물이 글썽인다는 어느 수도승의 고백도 생각납니다. 하느님을 찾는 인간에 하느님을 찾는 여정입니다. 오늘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성 베다 베네빌리스 사제 학자’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성 베다는 7세때 수도원에 봉헌된 후 일생 동안 기도하고 노동하고 단순하게 살고자 노력한 영국 출신의 베네딕도회 수도자였으며 그의 학문적 업적으로 유럽 전역에 널리 알려진 분이었습니다. 그의 지혜와 학문을 인정하여 교회는 성인에게 ‘존자尊者(Venerable)’라는 칭호를 부여했습니다.

 

성인은 뛰어난 학자이면서도 참으로 겸손하였으며, 영국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그래서 1899년 교황 레오 13세는 성인을 교회 학자로 선언하였고, 성 보니파시우스는 성인을 일컬어 ‘성령의 빛이자 교회의 빛’, ‘우리 스승이신 베다 존자’라고 불렀습니다. 성인은 단체 신곡의 천국편에 등장하는 유일한 영국인이기도 합니다. 이런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인 성인의 삶을 대하면 정신도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이미 1300년전 성인이지만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지금 여기서 우리와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느님을 알 수 있는 인간”, 바로 가톨릭 교리서 맨 처음, 제1부 제1장의 소제목입니다. 바로 무지에 대한 답은 하느님뿐인데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에 대한 책임이 인간에 있음을 봅니다. 무지의 악, 무지의 죄, 무지의 병에 대한 책임은 바로 우리 인간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무지는 결코 누구탓도 아닌 순전히 내탓이니 평생 분투의 노력을 다하는 하느님 공부가 얼마나 절대적인지 깨닫습니다. 가톨릭 교리서도 인간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하느님을 향한 갈망은 인간의 마음속 깊이 새겨져 있다. 인간은 하느님을 향하여, 하느님에게서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늘 인간을 당신께로 이끌고 계시며, 인간이 끊임없이 추구하는 진리와 행복은 오직 하느님 안에서만 찾을 수 있다.”(교리27항)

 

이렇듯 자명한 하느님을 모르는, 또 잊고 지내는 태만의 무지가 인간의 근원적 비극이자 불행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오늘 제1독서의 바오로가 아테네 시민에게 한 강론은 참 공감이 갑니다.

 

“세상과 그 안에 모든 것을 만드신 하느님은 하늘과 땅의 주님으로서, 모든이에게 생명과 숨과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사실 그분께서는 우리 각자에게서 멀리 떨어져 계시지 않으며 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므로, 인간의 예술과 상상으로 빚어 만든 금상이나 은상이나 석상을 신과 같다고 여겨서는 안됩니다. 하느님께서는 무지의 시대에는 그냥 보아 넘겨 주셨지만, 이제는 어디에 있든 모두 회개해야 한다고 명령하십니다.”

 

그러나 바오로의 아테네의 그리스인들에 대한 선교활동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런 선교활동의 실패를 통한 바오로 사도의 확신에 넘친 다음 고백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목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들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1코린1,22-23)

 

하느님께 돌아가는 회개 역시 무지에 대한 결정적 답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을 찾는 이들의 마음은 기뻐하여라”(시편105,3). 비록 인간은 하느님을 잊거나 거부할 수 있지만,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찾아 행복을 누리며 살도록 모든 이를 끊임없이 부르십니다. 바로 이에 대한 우리의 당연한 응답이 회개에 이어 하느님 공부이며 여기서 결정적 역할을 해주시는 분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소개되는 파스카 예수님이자 주님의 성령입니다.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들으시는 것만 이야기하시며 또 앞으로 올 일들을 너희에게 알려주실 것이다. 그분께서 나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나에게서 받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진리의 영, 성령을 통해 우리 안에서 살아 계신 주님이 하시는 일입니다.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예수님의 것이요, 성령께서는 예수님에게서 받아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려 주십니다. 그러므로 주님은 성령을 통해 당신께 대한 앎을 날로 깊이해 주시어 당신과의 깊어지는 우정과 더불어 참나를 살게 해 주십니다. 

 

참으로 우리 영혼이 성령을 통해 늘 주님 안에 머물 때 진정 지혜로운 삶임을 깨닫습니다. 우리를 모든 진리로 이끌어 주시는 진리의 영, 성령입니다. 참으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무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아름다운 성령의 사람들로, 진리의 사람들로 살게 하십니다. 성령 안에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과 날로 일치의 관계를 깊이해 주시는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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