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7. 수요일 성 암브로시오 주교 학자(339-397) 기념일                            이사40,25-31 마태11,28-30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우리를 언제나 환대歡待하시는 하느님-



어제의 1독서 이사야서의 서두 말씀이 생각나 강론 제목으로 삼았습니다.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정말 오늘의 시국에도 딱 맞는 말씀입니다. 위로의 하느님이요, 위로가 갈급한 작금의 사람들입니다. 하느님 자체가 위로와 힘입니다. 하느님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을 체험해야 합니다. 바빌론 유배중 절망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사야는 하느님의 위대하심을 일깨웁니다.


“이스라엘아, 네가 어찌 이렇게 이야기하느냐? ‘나의 길은 주님께 숨겨져 있고, 나의 권리는 나의 하느님께서 못 보신채 없어져 버린다.’”


추궁과 질책에 이어 이사야는 하느님은 어떤 분이신지 힘차게 설파합니다. 그대로 현실에 지친 오늘의 우리 믿는 이들을 향한 예언자의 힘찬 말씀입니다.


“주님은 영원하신 하느님, 땅끝까지 창조하신 분이시다. 그분께서는 피곤한 줄도, 지칠줄도 모륵시고, 그분의 슬기는 헤아릴길이 없다. 그분께서는 피곤한 이에게 힘을 주시고, 기운이 없는 이에게 기력을 북돋아 주신다.”


그대로 우리의 하느님에 대한 정의라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인간이 문제라면 답은 이런 하느님뿐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하느님을 체험해 깨달아야 위로와 힘을 얻고 저절로 자기를 알아 겸손해 질 것입니다. 이어지는 말씀 역시 고무적입니다. 제가 고백성사 보속시 말씀 처방전으로 많이 써드리는 구절중 하나입니다.


“젊은이들도 피곤하여 지치고, 청년들도 비틀거리기 마련이지만, 주님께 바라는 이들은 새 힘을 얻고,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간다. 그들은 뛰어도 지칠 줄 모르고, 걸어도 피곤한 줄 모른다.”


바로 이런 주님께서 삶에 지친 우리를 위로하시고 격려하시고자 당신의 거룩한 파스카 미사잔치에 초대해 주십니다. 환대의 하느님이십니다. 삶에 지친 누구에게나 활짝 열려 있는 하느님의 품입니다. 아버지의 품을 찾듯이 끊임없이 교회를, 수도원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아주 예전에 써놓은 글이 생각납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가슴 활짝 열고

 모두를 반가이 맞이하는/아버지 산 앞에 서면

 저절로 경건 겸허 해져/모자를 벗는다

 있음 자체만으로/넉넉하고 편안한/산의 품으로 살 수는 없을까

 바라보고 지켜보는/사랑만으로/늘 행복할 수는 없을까

 산처럼!”-2000.11.17.


무려 16년 전에 써놓은 글이지만 지금도 늘 그 자리에서 가슴 활짝 열고 모두를 반가이 맞이하는 불암산을 보면 늘 새롭고 좋습니다. 바로 하느님은 이와같이 삶에 지친 누구나 당신 품으로 초대하십니다. 오늘 복음 말씀처럼 주님의 초대에 응답해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이 말씀 또한 제가 고백성사 보속의 처방전 말씀으로 가장 많이 써드리는 구절중 하나입니다. 시대를 초월하여 모두가 공감하는 말씀입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바빌론 유배중의 이스라엘 백성을 대상으로 했다면 오늘 예수님의 초대 대상은 삶에 지친 우리들입니다.


주님의 안식이, 주님의 평화가 목말라 주님의 품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세상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주님의 안식입니다. 주님만이 우리의 정주처定住處이자 안식처安息處임을 깨닫습니다. 이어 주님은 참 안식을 위한 구체적 실천지침을 알려 주십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짐은 가볍다.”


이 말씀 역시 고백성사 보속의 처방전 말씀으로 많이 써드리는 구절중 하나입니다. 예수성심의 사랑이 바로 온유와 겸손입니다. 온유가 분노를 치유하고 겸손이 교만을 치유합니다. 평생 주님의 멍에를 메고 주님의 온유와 겸손을 배워야 하는 평생학인인 우리들입니다. 주님의 온유와 겸손을 배워갈수록 우리의 불편한 멍에는 주님의 편한 멍에로 바뀌고, 우리의 무거운 짐은 주님의 가벼운 짐으로 바뀝니다. 제가 피정지도 때 자주 묻는 질문입니다.


“삶은 선물입니까? 짐입니까?”


대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상적으로는 선물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짐처럼 생각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진정 주님을 닮아 온유와 겸손의 삶이 깊어갈 때 삶은 선물로 변모되어 갈 것입니다. 끊임없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삶이 온유와 겸손, 기쁨과 평화의 삶으로 변모시켜 줍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당신의 온유와 겸손을 배워감으로 선물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그분의 온갖 은혜 하나도 잊지 마라.”(시편103,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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