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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6. 월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사도6,8-10;7,54-59 마태10,17-22



첫 순교자 

-성 스테파노-



오늘 말씀을 묵상하던 중 떠오른 예전의 깨달음입니다. 몹시 추운날 따뜻한 차 안에 있다보니 밖도 따뜻할 것이라 착각했던 일입니다. 차에서 내렸을 때 현실의 차가움이 저에겐 하나의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아, 안일한 환경에서 살다보면 밖도 이런 줄 착각하겠구나. 관념속의 삶이요 삶의 절실함도 잃겠다. 정말 깨어 겸손하게 살아야 겠구나.’


어제 우리는 예수님 성탄의 축제를 기쁘게 지냈습니다. 반짝이는 성탄 츄리에 온통 축제 분위기중에 성탄시기를 지내다 보면 성탄의 진실을 잊을 수도 있을 것이기에, 바로 어제 성탄 대축일에 곧장 이어지는 오늘의 첫 순교자 성 스테파노 축일입니다. 


대림시기의 절정인 예수성탄은 끝이자 시작입니다. 어제가 예수 성탄이 ‘이상’이었다면 오늘 첫 순교자 성 스테파노의 축일은 ‘현실’입니다. 꽃의 이상만 보지 말고 그 이면의 뿌리의 현실인 십자가를 보라는 것입니다. 어제 예수 성탄 대축일과 오늘 스테파노 천상탄일의 대조가 참 흥미롭습니다. 예수 성탄의 기쁨에서 깨어나 다시 순교적 삶에 매진하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어제 오늘 말씀에 관해 읽었던 글 역시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우리 중 어떤 이들은 성탄시기에 이런 고통스런 이야기를 말하는 것에 대해 낯설게 여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예수성탄의 성격과 목적을 정말 모르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성탄을 ‘낭만romanticism’과 ‘감상sentimentalism’으로 격리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참으로 춥고 어두운 거친 환경들 안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에 관한한 어떤 감상적인 것도 있을 수 없다. 그는 가정에서 떠나 여관집 마굿간에서 태어났고, 당대 종교지도자들에 무시당했으며, 그를 찾은 이들은 가난하고 별볼일 없는 변두리 사람들이었고 신비로운 방문자들도 먼 이방의 어둔 땅으로부터 왔던 이들이다. 값싼 은총은 없다.”


그렇습니다. 예수성탄은 낭만과 감상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의 현실입니다. 하여 때로 고위성직자들이 성탄 밤미사를 가난한 삶의 현장에서 봉헌하는 까닭도 여기 있음을 봅니다. 예수성탄을 기뻐하되 환상과 착각에서 깨어나 삶의 현장에서 순교적 삶에 충실하라는 가르침을 주고자 바로 성탄대축일에 이어 스테파노의 천상축일입니다.


오늘 복음의 분위기를 보십시오. 살벌하기가 그대로 삶의 현장입니다. 복음의 현실이 그대로 사도행전의 스테파노를 통해 재현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노골적 박해는 사라졌다지만 가난하고 의로운 이들이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겪는 시련은 그대로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어떤 상황속에서도 걱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도와 주실 것이라 말씀하시며 어떤 내외적 분열의 상황중에도 끌까지 견뎌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말미의 핵심구절입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어떤 역경과 시련중에도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라는 주님의 확약 말씀입니다. 정주定住의 순교적 삶에 항구하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의 모범이 스테파노입니다. 그대로 예수님의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그는 예수님처럼 큰 이적과 표징들을 일으켰으며 누구도 지혜와 성령이 충만한 그를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보십시오. 하늘이 열려있고 사람의 아들이 하느님 오른쪽에 서 계신 것이 보입니다.”


순교에 직접적 동기가 된 영적 체험의 고백을 통해 스테파노의 평소 영적 삶을 짐작하게 됩니다. 땅의 현실에 살면서도 눈길은 늘 천상의 주님을 향했음이 분명합니다. 성밖에서의 순교장소도 예수님을 닮았고, 무지한 이들의 돌에 맞아 순교직전의 임종어도 예수님을 닮았습니다. 


“주 예수님, 제 영을 받아주십시오.”


여기에다 오늘 독서에서는 생략됐지만 또 하나의 거룩한 임종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큰 소리로,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하고 외쳤다. 스테파노는 이말을 하고 잠들었다.’(사도7,60)-

 

스테파노의 두 임종어가 그가 참으로 예수님의 제자였음을 입증합니다. 거룩한 삶에 거룩한 죽음입니다. 오랫동안 장상직을 맡으며 수많은 분들의 임종을 지켜본 수녀님 역시 ‘죽음은 생전 삶의 요약’ 같았다고 고백했습니다. ‘기도하는 대로 살고’, ‘사는 대로 죽는다’는 이치를 깨닫습니다. 


또 하나 특기할 것은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의 인물 사울입니다. 하느님은 스테파노의 순교를 통해서 또 하나의 인물, 당신의 사도 사울을 예비해 두십니다. 스테파노의 순교의 죽음에 앞서 증인들은 겉옷을 벗어 사울이라는 젊은이의 발 앞에 두었고, 감수성 예민한 사울은 시종일관 스테파노의 거룩한 순교를 주목했을 것이며, 그 장면은 사울의 영혼 깊이 화인火印처럼 각인되었을 것입니다. 새삼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다.’라는 옛 교부의 말씀을 실감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각자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주님을 위한 순교적 삶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침성무일도시 아름다운 즈카르야 후렴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에게 천국문이 열렸으니, 그는 승리의 월계관을 받았도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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