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2.목요일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1580-1623) 기념일

필레7-20 루카17,20-25

 

 

 

우리 하나하나가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

 

 

 

오늘 복음 묵상 중, 순간 떠오른 행복기도, 일명 예닮기도 둘째 연입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느님의 나라 천국이옵니다”-

 

그렇습니다. 죽어서 가는 하느님의 나라가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살아야 할 하느님의 나라, 천국이옵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깨어 하느님의 나라를 살지 못하면 죽어서도 못삽니다. 

 

멀리 밖에서 찾아야 할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 가까이에서 찾아 살아야 할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바리사이들의 하느님의 나라가 언제 오느냐는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답도 이런 깨달음과 일치합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이어지는 사람의 아들의 날을 고대하는 이들에 대한 답도 대동소이합니다. 언젠가 그날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만나야 할 ‘사람의 아들’ 주님이십니다.

 

“사람들이 너희에게 ‘보라, 저기에 계시다.’, 또는 ‘여기에 계시다.’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나서지도 말고 따라가지도 마라.”

 

부화뇌동, 경거망동 하지 말고 내 삶의 자리에서 주님을 만나 하느님의 나라를 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 가운데 있습니다. 예수님이 바로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예수님을 닮은 성인들이 바로 하느님 나라의 꿈을 현실화한 분들입니다.

 

오늘은 16세기 만 43세에 순교한 요세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43년 동안 불꽃같은 생애로 하느님의 나라를 보여 주셨던 성인입니다. 우크라이나 동방 교회 가문에서 태어나 가톨릭의 수도사제가 되고 주교가 되면서 교회 일치를 위해 노심초사 애쓰다가 반대파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순교 성인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나라는 값싼 은총의 열매가 아님을 입증합니다. 주님의 전사, 평화의 전사로 치열히 살 때 선사되는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사셨던 성인들의 특징에서 큰 위로를 받습니다. 성인들은 늘 고통이 따랐습니다. 성인들은 살아 생전엔 휴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고통중에도 늘 평화와 기쁨, 친절과 유머, 여유를 지녔습니다. 시련과 고통의 한복판에서도 하느님의 나라를 사셨던 성인들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필레몬서의 바오로 사도가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옥중서간에서 드러나는 바오로의 모습은 그대로 하느님 나라의 실현입니다. 감옥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사랑과 자유, 기쁨과 평화를 사셨던 성 바오로 사도입니다. 구구절절 감동적이지만 몇 구절만 인용합니다.

 

“나는 그대의 사랑으로 큰 기쁨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내가 옥중에서 얻은 내 아들 오네시모스의 일로 그대에게 부탁하는 것입니다. 나는 내 심장과 같은 그를 그대에게 돌려 보냅니다. 이제 그대는 그를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종 이상으로, 곧 사랑하는 형제로 돌려 받게 되었습니다. 그가 나에게 특별히 사랑받는 형제라면, 그대에게는 인간적으로 보나 주님 안에서 보나 더욱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그대가 나를 동지로 여긴다면, 나를 맞아들이듯이 그를 맞아들여 주십시오.”

 

참 간절한 부탁입니다. 이런 사랑의 바오로 사도가 그대로 하느님 나라의 실현입니다. 주님을 맞아들이듯 환대의 사랑으로 형제를 맞아들이는 환대의 자리 거기가 바로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는 이들, 하루하루 예수님을 닮아가는 이들 하나하나가 하느님 나라의 실현입니다. 그러니 예수님과 사랑의 우정 관계가 얼마나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여기 수도원이 하느님의 나라 천국입니다.”

많은 이들은 말합니다. 그러면 저는 부연 설명을 덧붙입니다.

“그렇습니다. 천국입니다. 그러나 환경이 좋아서, 성전이 아름다워 천국이 아니라 관계가 좋아야 천국입니다. 아무리 자연 경관이 좋고 성전이 아름다워도  하느님과 또 형제들과 사이가 나쁘면 연옥도 지옥도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자연경관이 좋고 성전이 아름다워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없는 텅 빈 자연에 성전, 수도원이라면 참으로 공허하고 쓸쓸할 것입니다. 이어지는 자작 애송시 ‘하늘과 산’도 관계의 중요성을 상기시킵니다. 바로 하늘과 산은 주님과 우리와의 우정 관계를 상징합니다.

 

-“하늘 있어 산이 좋고/산 있어 하늘이 좋다

하늘은 산에 신비를 더하고/산은 하늘에 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 되고 싶다/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과연 날로 주님과 더불어 형제들과 깊어지는 우정의 관계인지요. 얼마전 수도원을 방문했던 분의 체험도 그대로 하느님의 나라 체험이라 해도 좋을 것입니다. 매월 수도원 피정때 마다 주님과 우정의 관계를 새로이 하는 분임에 분명합니다.

 

-“아멘. 신부님께서 용기 주셔서 감사해요. 늘 가서 평화와 위로를 얻고 오는 저는 행복한 사람이예요. 수도원 오고 가는 길은 항상 즐겁고 신나곤 해요. 고맙습니다.”-

 

눈에 보이는 가시적 하느님 나라가 수도원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리스도의 위로와 평화를 찾아 수도원에 오는지요. 비단 수도원에서만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 살아야 할 하느님의 나라 천국입니다. 하느님은 어디에나 계시니 사랑의 눈, 믿음의 눈만 열리면 오늘 지금 여기가 거룩한 성지聖地이자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만나야 할 주님이며 살아야 할 평화와 기쁨, 행복의 하느님 나라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을 모시고 당신과 함께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게 하십니다. 화답송 시편 고백 그대로입니다.

 

“행복하여라, 야곱의 하느님을 구원자로 모시는 이!”(시편146.5ㄱ). 아멘,

 

 

  • ?
    고안젤로 2020.11.12 08:45
    "하느님의 나라를 사셨던 성인들의 특징에서 큰 위로를 받습니다. 성인들은 늘 고통이 따랐습니다. 성인들은 살아 생전엔 휴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고통중에도 늘 평화와 기쁨, 친절과 유머, 여유를 지녔습니다. 시련과 고통의 한복판에서도 하느님의 나라를 사셨던 성인들입니다. "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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